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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Jul 10. 2019

여름의 채식 집밥

바질페스토 양송이 현미 파스타

저번 달에 산 바질 화분 두 개가 무럭무럭 자랐다. 더 커지기 전에 잎을 따서 바질 페스토를 만들었다. 거기다가 시어머니가 주신 비싼 잣, 레몬즙, 소금, 후추, 뉴트리셔널 이스트, 올리브 오일, 마늘 두 톨을 넣고 블렌더에 갈았다. 바질 양이 꽤 많았는데, 갈고 나니 한 컵도 안되었다.

바질 페스토를 만들었다면 파스타 만드는 법은 넘  간단하다.마늘을 볶다가 양송이를 넣고 볶은 후에 삶아놓은 현미 파스타를 넣고 볶는다. 불을 끈 후에 바질 페스토를 넣고 휘리릭 저어주면 완성. 매콤한 맛이 좋다면 페페론치노나 베트남 고추를 마늘 볶을 때 넣으면 된다.  바질 잎사귀를 몇 개 남겼다가 잘게 썰어서 파스타 위에 올렸다. 주말에는 맨날 파스타.


이것 저것 샐러드

곁들여 먹은 샐러드다. 자두와 파프리카, 치커리, 샐러리, 양배추 등등을 잔뜩 넣어 소스 없이 먹는 샐러드. 색깔 조합이 마음에 든다.

아보카도 토마토 호밀 샌드위치

동네에 호밀빵을 맛있게 만드는 빵집이 있다. 부부가 하는 곳인데 천연 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고 한다. 오랜만에 도시락을 쌌다. 블루베리 호밀빵을 세 개나. 그 사이에 아보카도와 치커리, 보이지는 않지만 방울토마토를 잔뜩 넣었다. 치커리가 늠늠 많았던 듯. 양이 너무 많아 점심에 조금 먹고, 남겨놓았다가 저녁까지 이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수박수박수박

수박이 시장 마트에서 한 통에 무려 칠천 원... 밖에 안 하길래 한 통 업어왔다. 수박 한 통을 썰어서 모두 락앤락에 넣어놓았다. 네모지게 썰면 작은 락앤락 통에도 은근 많이 들어간다. 수박 한 통 썰어놓고 목이 아파서 잠시 누워있었다... 하지만 먹는 데는 며칠 안 걸렸다는... 수박을 먹으려고 기다리는 저 초조한 손의 주인은  남편이다.

복숭아의 계절이다. 백도

시장 마트에서 복숭아도 싸게 팔길래 한 박스 업어왔다. 두 박스에 만 이천 원에 팔길래 이미 과일을 많이 샀던 터라 눈길만 주고 있었는데, 마트 청년이 서성거리는 나를 보더니 한 박스에 육천 원~ 하고 소리쳤다. 복숭아 한 박스에 육천 원이라니. 무려 열다섯 개나 들었는데. 두 박스면 놔둘 데가 없어서 못 샀을 텐데. 과일코너를 맡은 청년은 그 마트의 보배 같은 존재다. 물량이나 손님들 동향을 파악하고 바로바로 세일을 하고 물량을 빼낸다. 목소리도 뭔가 프로페셔널하고 눈치도 빠르다. 어딜 가나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년이 한 박스에 육천 원~ 소리를 치면 마트의 캐셔 아줌마들이 일사불란하게 가격을 조정한다. 신기한 풍경이다.

복숭아는 아주 달고 맛있었다. 껍질도 스르륵 까진다. 아직은 하우스 복숭아라서 한여름의 복숭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을만하다.

항상 똑같지만 약간씩 다른 나의 아침 식사.

이날은 시장에서 사 온 김부각을 반찬으로 곁들였다. 김부각은 나의 최애 먹거리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항상 손 많이 가고 비싼 것만 좋아한다고 툴툴대었다. 그래 봤자 한 봉지에 오천 원이다. 하지만 내가 사 온 김부각을 자기가 다 먹었다. 비싼 건 모르겠는데, 손 많이 가는 걸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까 봐준다. 하지만 내가 요즘 더 많이 먹는 것은 요리를 할 필요 없는 것들이 많다.

여름은 옥수수의 계절이다. 옥수수를 사 와서, 물만 넣고 압력솥에 쪄냈다. 저녁 대신 옥수수를 먹었다. 톡톡 튀는 옥수수 알이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너무 좋다. 채식인들에게 여름은 천국이다.

남편이 끓인 유부 고추장찌개. 시장에서 국산 두부를 파는 곳이 있는데, 두부를 살 때마다 유부를 한 봉지씩 사 온다. 유부는 뜨거운 물에 넣어 기름을 쫙 뺀 다음 찌개에 마지막으로 올려야 맛도 좋고, 찌개에 기름도 뜨지 않는다. 불순물도 제거되고. 남편은 고추장찌개 전문이다.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입맛이고, 결혼 전에는 고추장찌개를 집에서 끓여먹은 적은 없는데. 남편은 고추장찌개를 칼칼하게 잘 끓인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 아침에 는 그가 찌개를 끓이는데. 예전에는 돼지고기를 잔뜩 넣었지만, 채식을 하는 나를 고려해서 유부를 넣어주었다.  꽤 맛있다.

시금치 로제 파스타

두유와 시판 비건 토마토소스로 만든 현미 파스타. 시금치를 왕창 넣었는데 숨이 죽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남편은 맛있다며 찹찹. 늘 그렇듯이 주말에는 파스타다.


자두를 한 박스 사 왔다. 한 박스에 팔천 원. 락앤락 한 통에 씻어 냉장고에 넣어 놓고 다 먹고 나면 또 씻어 넣는다. 커다란 용기에 네 통째다. 나는 자두를 좋아한다. 하나 가득 입에 넣고 터뜨려먹으면 잘 익은 자두의 과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검붉게 익은 자두는 신 맛보다는 단맛이 더 강하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자두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많이 나올 때 많이 먹어놔야 한다.


자두와 블루베리로 과일 도시락을 쌌다. 자연의 색은 너무나 아름답다.


식단은 비슷한 듯, 아주 조금씩만 다르다. 그래도 여름에는 과일이 많이 나와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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