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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Sep 28. 2020

백퍼센트의 호밀빵에 대하여

초보 채식러의 비건베이킹

처음부터 백퍼센트 호밀빵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백퍼센트 호밀빵은 먹어본 적이 없다. 


시중에 파는 호밀빵.. 


특히 코스트코 호밀빵은 5프로 정도 호밀을 섞고는 


호밀빵이라고 한다고 한다. 


호밀은 글루텐이 아예 없어서 밀이라기 보다는 보리에 가깝다.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부풀지도 않는다. 


밀가루의 글루텐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나라에서는 잘 재배하지도 않고. 


독일이나 러시아, 동유럽에서 많이 먹는다는데. 


그런데 빵집 소개를 하는 한 유튜브에서 


한 빵집 주인이 백퍼센트 호밀빵을 만들고는 


이건 보통 노하우 아니면 안된다고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마치, 일생일대의 뭔가를 해낸 것 같은 느낌?


그 때 나는 궁금해졌다. 


백퍼센트 호밀빵은 도대체 무슨 맛일까?


나도 만들 수 있을까?


그가 자랑스럽게 미소짓는 그 순간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호밀은 변비에 엄청 좋다지 않는가. 


나는 인터넷에서 호밀을 주문했고....


마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호밀빵을 구웠다.


짬이 날때마다 유튜브에 rye bread라고 검색해서 몇 가지 호밀빵 굽는 법을 익혔다.


백퍼센트 호밀빵 레시피는 많지 않았다. 


호밀빵은 세이글이라고도 부르는데, 


호밀이 75퍼센트 이상 함유되어야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뭔가 장인스러운 느낌이었다. 


내가 처음에 만든 것은 이런 종류였다. 


유튜브에 빵아재라는 분이 올린 레시피를 참고했다. 

먼저 이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호밀로 천연 발효종을 만들어야 한다. 

천연 발효종은 밀가구나 호밀, 통밀 가루를 물과 섞어 실온에 놓아두면, 

사실 저절로 생긴다. 

저절로라고 말하기는 뭐한 것이 매일 매일 뱔효종에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밥을 줘야 한다. 

한 6일 정도 지나면 새콤한 막걸리 냄새를 풍기면서 꽤 많이 부풀어 오른다. 

그걸 프랑스말로는 르방이라고 한다. 

사워도우를 만드는 재료라서 사워도우 스타터라고 하기도 한다. 

무럭무럭 커준 호밀발효종 


파란 눈금이 밥을 주기 전의 발효종의 부피를 표시한 것이다. 

밥을 주고 실온에 놓아두면 저렇게 부글거리며 부풀어 오른다. 

나는 6일간 매일 아침 일어나 발효종에 밥을 주고....

저녁에 또 밥을 주었다. 

그저 호밀가루 반죽이던 녀석이 새콤한 냄새를 풍기며 부풀어오른다. 

이 녀석은 이제 살아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발효종에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고 한다.

외국 사람들은 브레드, 브레디..

우리 나라 사람들은 효종이.. 밀종이. 

나름 반려동물 비슷한 녀석이다. 

빵을 만들고 나면 냉장고에 넣어 잠을 재운다. 

그리고 빵을 만들 때 냉장고에서 꺼내서 잠을 깨우고 밥을 준다. 

그러면 효종이는 또 부글거리며 살아움직인다. 

사진의 발효종은 밀가루로 만든 스타터에 호밀 100퍼센트로 밥을 주었다. 

나는 백퍼센트의 호밀빵을 원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호밀빵의 맛은...

시큼하고 구수했다. 

어떤 사람들은 다크 초콜렛 향이 난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따뜻할 때 먹으니 잘 내린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호밀가루 백프로와 물, 그리고 약간의 이스트만 가지고 만든 

첨가물도 전혀 없는 빵이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병아리콩 후무스와, 당근 샐러드를 올려서 아침으로 먹었다. 

호밀의 담백한 맛과 아삭한 당근 샐러드가 너무 잘어울렸다. 

호밀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사실 뭔가를 올려먹는 게 더 맛있다. 

디저트가 아니라 식사빵이기 때문에 

우리로 치면 밥이니까...

직접 구운 빵으로 아침을 먹고 있자니 기부니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호밀빵은 

요런 모습이었는데....

이걸 굽기 위해서는 이틀 정도 걸린다. 

유튜브에서 예쁜 독일 할머니의 100퍼센트 호밀빵 레시피를 찾아냈다. 


https://youtu.be/vr5bIklmhrk

사전반죽으로 하루를 꼬박 발효하고, 

그 다음날 저녁에야 맛볼 수 있는 사워도우 호밀빵 레시피.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은 저렇게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크랙이었는데. 

결과물로 나온 것은 

요런 무서운 빵덩이였다 ㅠㅠ

살짝 실망하긴 했지만, 

잘라서 먹어보니 맛은 꽤 괜찮다. 

사과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고, 땅콩버터와 샹달프 블루베리잼을 발라먹으면 최고의 궁합이다. 

호밀빵은 삼일정도는 실온에서도 충분히 버틴다. 

그리고 하루 하루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맛을 즐겨보라고 유튜브의 독일 할머니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먹어보았는데. 

삼일째쯤 구수한 맛이 제일 강해지는 것 같다. 

삼일째 저녁에는 다 못먹은 녀석들은 냉동실로 들어갔다. 

어쨌든 일박이일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슬로우 푸드.

백퍼센트 비건 호밀빵.

다 굽고 나서 살짝 식힌 후 맛을 볼 때의 성취감이 꽤 쏠쏠하다. 

그걸 느끼려고 이렇게 어려운 걸 하는지도 모르겠다. 

건강에 좋고 꽤 맛도 있다는 것은 그에 따라오는 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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