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혼자 김치를 만들었다. 담궜다라는 단어를 쓰는 게 너무 거창하게 느껴져서 그냥 만들었다라고 쓴다. 홍천 친구집 갔다가 그녀가 해준 김치가 너무 맛나 집에서 한번 만들어보리라 벼르고만 있었는데. 시장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엄청 큰 배추 세 포기를 배달시키고야 말았다. 모든 게 알배추가 없었던 탓이다. 나는 알배추로 겉절이를 해먹고 싶었던 거지, 본격 김치를 담그려는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설날 저녁 , 시댁과 친정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배추를 절이고 배를 갈자 험난한... 과정이 시작되었는데. 어쨋든 액젓과 새우젓을 넣지 않은 채식 김치를 만들고야 말았다. 넣은 것은 배와 사과, 양파, 마늘, 생강, 그리고 약간의 집간장이다. 저녁 8시 반에 시작하여 밤 자정쯤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막 담그고 나서는 무슨 맛인지 아리까리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남편이 맛을 보더니 꽤 먹을만하다 하여 마음이 놓였다.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있다. 이제 나도 김치 만드는 사람이다! ㅎㅎ 김치 담글 줄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아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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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써놓았던 글인데. 좀 더 덧붙인다.
김치를 담근지 일주일 정도 지난 지금 김치가 좀 더 맛있어졌다.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는 정말 시원하다.
엄마와 남편도 맛있다고. 큰 통으로 두 개를 꽉 채웠는데 한 통 다 먹고 두번째 통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로도 종종 비건 김치를 담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