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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Jun 27. 2019

내가 채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

채식을 시작하고 후회하는 점

내가 채식을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엄청난 위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위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내게 위 내시경을 해주었던 동네 내과의 의사는 나에게 만성 위염이라면서 위궤양으로 진행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알약과 겔포스 같은 것 한 뭉텅이를 처방했다.


그리고 끝이었다. 위염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의사가 처방해준 약들은 잠깐의 속 쓰림을 다스릴 뿐 극심한 위장병을 낫게 하지는 못했다. 위염의 친구, 역류성 식도염도 함께 와서 식도가 타는 듯이 아팠다.


예전부터 나는 밥을 먹고 나면 그것이 위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남편이 마사지를 해줘야 그 걸린 무언가가 거대한 트림 소리와 함께 아래로 겨우 내려갔다. 그렇게 하고 나면 노랗던 얼굴이 그나마 제 색깔로 돌아왔다. 불편한 식사자리라도 했다 치면 하루 종일 손을 문지르거나 등을 주무르지 않으면 속이 내려가지 않았다. 예민한 성격과 위염의 합작품이었다.


나는 이 위장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연구했다. 게다가 몇 년 전에 생리가 멈추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자궁 내막이 두꺼워졌다면서 당일날 바로 수술을 했다. 몇 달간 한약을 먹고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내 건강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양 뺨에는 성인 여드름이 몇 개씩 나 있어 보기도 흉했다.


건강도 좋지 않고, 하던 일도 잘 안되어 정신적으로도 피폐한 나날들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What the health’ -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https://youtu.be/GN9-_kWTmrc

What the health -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 유튜브에 한글자막 버전이 올라와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고기와 유제품이 사람들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보여주었다. 충격을 받은 나는 다른 다큐멘터리도 찾아보았다.


 ‘Fork over knives'  캠벨과 에셀스틴.  두 의사가 나와서 고기와 유제품, 생선, 계란의 유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다큐이다.


https://www.netflix.com/title/70185045?s=a&trkid=13747225&t=cp

이 두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몸에 좋다고 먹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나는 이 두 다큐멘터리를 보고 채식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서 탐구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채식’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닥치는 대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자 보게 된 다큐. '목숨 걸고 편식하다' 거기에는 황성수 박사가 나와서 현미밥과 채소를 먹으면 위장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별 결심이라고 할 것도 없이 현미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채식을 하는 것을 예전부터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동물이 나오는 영화 작업에도 참여했고, 가까운 분 중에 채식을 하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채식을 동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생각하기만 했지 한 번도 건강의 측면과 연결시켜본 적이 없었다. 


촬영 때문에 우시장에 갔다가 죽음을 직감한 소의 눈망울에 서려 있는 공포를 보았다. 그리고 그 절박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꼈다. 엄마소들은 자식이 죽어가는 소리에 발버둥을 쳤다. 나는 그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석 달쯤 지나자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치킨에 맥주, 삼겹살을 끊기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채식 생각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요리를 즐겼던 나는 집에 치즈를 종류별로 몇 덩이씩 쟁여놓았고, 우유로 그릭 요거트를 만들거나 리코타 치즈를 만들어 샐러드와 곁들여 먹기도 했다. 심지어 까망베르 치즈는 오븐에 통째로 구웠다. 손님들이 올 때마다 해주는 특별식이었다. 게다가 매 끼니 반찬마다 고기나 달걀이 없으면 뭔가 부족한 듯 느끼는 신랑 덕에 냉동실에는 항상 고기와 계란이 수북이 있었다. 겨울에는 소고기를 왕창 사서 불쇼를 하면서 스테이크를 굽기도 했다. 


그런데 참으로 우습게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자 고기를 끊는 것이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라는 인간은 참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채식을 시작하고 후회하는 점이 하나 있다면, 왜 더 빨리 시작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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