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찬다 시즌 2 서울 대회
테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지 않다.
게다가 이상한 몸짓과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줌인 되는 건 정말 못 볼 노릇이다.
하지만 물 없는 사막에서도 노를 저으면 앞으로는 가지나 보다. 뭉쳐야 찬다 시즌 2 서울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우리 회기 유나이티드에 큰 행운이자 기회였다.
전체적인 글이 너무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창단 1년 만에 주요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큰 축구 예능에 처음으로 나가는 것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첫 연락은 5월, 장호형에게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축구로 전국 도장깨기를 하던 뭉쳐야 찬다의 ‘어쩌다벤져스’가 전국투어의 마지막 서울에서 각 구 1위 팀들을 모아 대회를 연다며, 우리는 그런 리스트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회기 유나이티드가 KFA 동호인 축구 동대문구 팀들 중 1위라서 우리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당시 K7 리그에서 1위를 유지하던 중이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뭉쳐야 찬다라면 JTBC에서 하는 예능일 텐데, 거기서 우리를 섭외한다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가 동대문구 1위 팀일 리가 없다는 것이었고(나중에 알고 보니 역시나 그랬다. 우리는 2위였고, 1위 팀이 70대 동호인 팀이어서 연령제한 덕분에 운이 좋게 우리에게까지 연락이 닿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연락이 우리에게 온 이상 우리가 꼭 나가야겠다는 것이었다. 팀을 키우고 홍보하려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미 뭉쳐야 찬다에 많이 초대 되었던 팀들이 보기에는 별 게 아닐 수 있어도, 우리에게는 동아줄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스팸일까 잠깐 의심도 했다. 하지만 빼먹을 것 없는 아마추어 축구팀의 등골을 지켜야 겠다는 방어의식 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우리로써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연락이었다.
그 후 제작진의 요청에 스케줄을 확인하고, 선수 명단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렇게 선수 명단을 넘기고, 한동안의 기다림이 있었다. 그리고 ‘원래 이맘때 대회를 연다고 했는데’라고 생각할 때쯤, 일정과 예선전 조가 확정되어 넘어왔다. 예선은 총 2일, 수요일과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에는 1위를 결정짓는 마지막 K7리그 경기가 있어서 어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 조에 뭉쳐야 찬다의 ‘어쩌다벤져스’ 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름은 서울 대회지만 방송은 뭉쳐야 찬다의 ‘어쩌다벤져스’의 위주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방송은 우승이 목표인 어쩌다벤져스의 여정을 그려나가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처음에 어쩌다벤져스를 상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에 나오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다. 상대팀으로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스쳐지나가는 자료화면 정도로 활용 되겠다 생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으로는 동대문구 1위 팀 자격으로 나가는 것이니 우리로써는 그 정도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같은 조라니. 엄마 나 정말 테레비 나오나 봐.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아, 그래도 방송이니까 어쩌다벤져스에게 유리한 팀을 배정해 주었구나 싶었다. 왜냐면 우리는 지금은 1위를 하고 있더라도 작년 K7 리그는 꼴찌였으니까. 비교적 약체팀인 우리를 통해서 낭낭하게 방송각을 뽑으려는 심산인가 하는 심술맞은 생각도 들었다.납득 완료 하지만 우리의 대기업 JTBC는 그런 수작을 부리는 분이 아니었고...
그냥 가나다 순으로 조를 짰는데 같은 조가 되었던 것이다('동'대문구 회기 유나이티드 - '마'포구 어쩌다벤져스). 그렇게 우리는 본선 진출에 실패해도 방송에 길게 나올 가능성이 더욱 커져버린 것이었고 말이다. 선수들과 우리는 한껏 고무되었고, 유튜브로 예전 방송들을 찾아보면서 상대팀들을 전력분석함과 동시에 해서는 안 될 행동들, 주의해야 할 점들을 명심했다. 경기 결과도 물론 중요했지만, 매너와 이미지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설레는 예선 첫 날.
각 팀마다 작가님을 배정 받고, 팀별로 인트로를 찍고, 화이팅 하는 장면을 찍고, 대기실을 배정 받고, 주의사항을 듣고, 식 진행 순서를 듣고, 리허설을 했다. 본식에서는 팀들이 일렬로 입장을 했고, 하필이면 어쩌다벤져스 선수들이 우리 바로 옆이라 안정환 감독님부터 이동국 코치님, 김용만&조원희 해설위원을 코앞에서 봤다. 몇몇 선수들은 친절하게 인사도 받아주었다. 특히 김동현 선수님은 정말 넉살이 좋았다. 분위기메이커라 해야하나.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대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쩌다벤져스와는 토요일 마지막 경기로 진행하고, 예선 첫 날인 수요일은 한 경기만 진행했기에 첫 경기를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도 우리를 모르지만 동대문구의 명예를 걸고 나온 대회인 만큼 멋진 경기가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회기 생각보다 빅클럽이야! 라는 마인드로 말이다. 우리를 담당하시는 작가님은 크게 응원해주셨다. 우리가 이기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대본을 쓰셨다며. 우리는 전승 우승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히고, 첫 경기는 무조건 이긴다며 작가님을 안심시켜드렸다.
그리고 우리는 이때부터 의도치 않게 작가님을 세 번 좌절시키게 된다.
다음에 계속…
*열심히 뛰어준 우리 선수들, 직장이 있으신데도 후배의 어려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선배님들, 조교님, 교수님… 이 글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