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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성 Aug 28. 2023

20대 구단주 - 공짜로 사무실 생긴 썰

두드리면 열리나?

최근 회기 유나이티드의 연혁을 정리해볼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뭐가 없었다.

장호 형은 이제 만든지 2년차인 팀에 뭘 바라냐고 이야기 했다. 맞는 말이기도 해서 조금 기분은 나아졌지만서도 의욕은 더 커져버렸다. 올해의 남은 기간에는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길.

하여간 오늘의 주제는 그 중에서도 아주 조금 굵직했던 사무실이 공짜로 생긴 썰이다.


때는 3월인가 그 언저리, 장호 형과 나는 회기 유나이티드를 키우기 위해 돈을 벌어볼 궁리에 빠져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 무엇이든 시작 단계에서는 다 그렇듯이 어떤 얘기를 하든 모두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현실화 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아 구단 사업이라는 게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구단사업이랄게 무엇이 있겠나, 축구팀을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게 구단 사업이지!’라는 자체적인 결론을 따라 무엇을 하든 그 방향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때는 그런 개념도 없을 때였다.

아무튼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장에 운영할 수 있는 자본도 없었고, 그렇다고 기업을 돌며 투자를 받을만한 기똥찬 아이디어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장호형이 창업학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덕에 창업 관련 지식은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프로세스로 우리 사업을 벌여야 할지는 막막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창업 지원금이 나오는 다양한 공모전들이 그것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공모전에서부터 모든 것이 준비 되어있어야 하는 창업 패키지까지 매우 다양한 공모전과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중 우리가 지속적으로 회의할 공간을 제공 받을 수 있는 서울시립대학교 창업 공모전에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디어 단계에서 의견을 모았다가 엎었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한 아이디어로 의견이 모아졌다. 바로 ‘축구 매칭 플랫폼’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매우 흔한 아이템이고, 또 최근 들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서비스이다. 하지만 당시로써는 풋살 매칭 서비스가 아닌 축구 매칭 서비스는 드물었고, 관련 앱의 성적은 지지부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산재해 있는 매칭 글들을 수합해서 새로운 형태로 매칭을 추천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몇 주간 작성했다. 틴더 형식으로 가까운 거리 순으로 매너도와 실력이 기재 된 페이지를 추천해주고, 사용자가 스와이프 하며 거절 또는 매칭 신청하는 형태의 앱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시원하게 탈락. 우리는 지원금도, 공간도 얻지 못했다.

검토를 부탁드린 창업학 교수님께서는 아주 다방면으로 조언을 해주셨다. 다만 제출 당일이어서 도저히 손 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대로 제출했던 것이다. 그 조언대로 수정을 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지만,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사업 계획서였다.


조금은 실의에 빠졌던 것 같다. 첫 술에 배 부르려고 하는 것이 늘 문제이지만, 그래도 나름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탈락을 하고 나서는 바로 다음엔 무엇을 해볼지 고민했다. 그리고 또 역시 모교를 잘 이용해야한다고, 서울시립대학교의 창업동아리를 ‘펍’으로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얼떨결에 합격.


펍으로도 창업 동아리를 승인 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몰랐다. 우리는 다만 목적이 분명한 축구 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했고, 이 축구팀이 운영할 펍이 지역적으로 어떤 긍정효과를 가져다줄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이 공모전은 창업 준비의 준비를 지원해주는 느낌이라 엄청난 액수를 지원 받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종 창업 멘토링, 교육, 공모전 지원시 가산점 부여 등 부가적인 혜택이 많아서 반드시 되고 싶었던 공모전이었다. 솔직히 지원하면서는 반신반의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회기 유나이티드의 이름으로 처음 얻게 된 성과였다. 매우 기뻤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준비하는 것이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닌 것이라는 확신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기쁜 마음과는 별개로, 우리에게는 아직도 회의할 공간이 없었다. 당시 우리는 회의하는 모습을 찍어서 유튜브에도 올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웬 걸, 서울시립대학교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구 매칭 플랫폼으로 지원했다가 떨어진 회기 유나이티드 팀을 기억한다며, 창업 동아리 합격 팀들 중, 서울시립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해서 먼저번 공모전에서 제공했던 창업 공간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공짜로. 전화를 받으면서 고개를 스물 여섯번 정도 끄덕인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사무실이 생긴 것이다.


대략 3평 정도 되는 사무실에서 책상과 의자를 재배치하고, 물티슈로 닦으며 그곳에서 회의하는 상상을 하니 행복했다. 그리고 현재도 매우 잘 쓰고 있다. 아마 우리 보다 자주 사무실에 가는 팀은 없을 것이다.

떨어지더라도 각종 공모전들에 지원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축구 매칭 플랫폼으로 지원하지 않았으면 창업지원단에서 회기 유나이티드를 몰랐을 것이고, 그 덕에 창업 동아리로 합격을 하고 나서는 우리를 기억하고 자체 선발하여 우리에게 창업 공간을 지원해준 것 아닌가. 작지만 이렇게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막막하고 고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시도하고 실패하다보면 이런 작은 성취들도 일어나지 싶다. 남은 2023년은 실패 만큼이나 시도의 횟수가 많았으면 한다. 그러다보면 또 길이 열리겠지.


다음 글은 드디어 뭉쳐야찬다에 나가게 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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