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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성 Sep 27. 2023

20대 구단주 - 엄마 우리 팀 테레비 나왔어(2)

월드컵을 우승한 아르헨티나를 이긴 사우디의 마음으로

https://youtu.be/h_sOW2pnoKI?si=Y5gIcOAuuAFRNtV2

본방사수하는 우리들. 앞으로도 비슷한 브이로그를 올릴 예정이다. 좋아요와 구독



우리는 바로 첫 경기에서 졌다.

작가님은 우리를 믿었는데 대본을 다시 써야한다며 눈물을 지어보였다. 우리는 작가님을 위로했다. 다음 경기는 꼭 이겨달라며, 작가님은 우리에게 신신당부했다. 우리는 그 경기도 졌다.

작가님을 좌절시킨 첫 번째 스토리다.


두 번째는 이렇다.

앞서 이야기 했듯 우리는 뭉쳐야찬다 서울 대회와 K7리그를 병행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뭉쳐야찬다의 어쩌다벤져스와 경기를 하기 전, K7리그 마지막 경기이자 1위 결정전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동대문구 1위 팀으로 소개 된 상황이었고, 그 자존심을 지키고자 마지막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담당 작가님은 다시한번 우리를 믿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게, 당시 우리는 마지막 경기 전까지 리그 1위였다. 굉장히 낙관적인 상황이었고, 어쩌면 K6로의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경기도 졌다. 그래서 3승 1무 1패를 했음에도 3위로 리그를 마무리 지었다. 작가님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제 세 번째다.

어쩌다벤져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작가님은 쓴웃음을 지어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반드시 어쩌다벤져스를 이기겠노라고 다시한번 호언장담했다. 작가님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감코진(감독 및 코치진)부터 경기를 뛰는 선수들까지 마이크를 착용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우리를 찍기 시작했다. 우리가 스트레칭하는 모습, 슈팅연습하는 모습, 몸 푸는 모습 등. 그리고 처음으로 전술설명하는 장면을 찍었다. 이때는 정말 열 몇대가 우리를 찍고있었다. 감독직을 맡은 데다가 발표 울렁증까지 있는 나는 머리가 하얗게 되어 어떻게 전술을 설명했는지도 몰랐다. 그나마 옆에 있는 히로토 코치가 잘 마무리 해줘서 다행이었다. 아, 이제부터는 정말 테레비에 나올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방송에서 지는 모습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예선 세 경기 중 두 경기를 진 것으로 족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영상은 JTBC 예능 유튜브나 우리 축구 회유 유튜브에 잘 정리되어 올라와있다. 우리는 신중해야 했다. 이미 예선 탈락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지않는 축구를 해보고 싶었고, 어쩌다벤져스의 훌륭한 체력과 스피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내려앉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철저하게 수비에 집중하다가 역습. 그것이 우리의 전술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양상은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어쩌다벤져스는 우월한 피지컬과 체력, 스피드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우리를 압박해왔다. 특히 양쪽 윙어들의 스피드가 어마무시했는데, 회기 유나이티드의 수비가 견고했음에도 어떻게든 돌파해내어 슈팅을 만들어내었다. 그러한 점에서 전반전을 비긴 것은 큰 행운이면서도 좋은 흐름이었다. 몇 차례의 결정적인 선방을 키퍼가 보여주었고, 몸을 날린 수비들로 어쩌다벤져스의 공격을 원천차단했다. 우리가 이러한 전술로 나올지 몰랐는지 어쩌다벤져스는 비슷한 패턴을 계속해서 시도하였으나 쉽게 뚫리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전술을 바꾸었다. 전 경기들에서 히로토 코치가 시도하고자 했던 5백 전술이었다. 우리 팀 양쪽 풀백들의 부담을 조금 덜고, 중앙에 공격을 밀집시켜 공격 숫자를 늘리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우리가 뺏어내는 횟수가 많아지니, 점점 역습의 기회도 늘어났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역습의 끝에 결국엔 골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거의 일방적이었던 어쩌다벤져스의 공격을 버텨내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벤치의 반응은 거의 뭐 우승이었다. 예선에서 만나는 팀 중 가장 강팀이고, 가장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팀이며, 조 1위인 어쩌다벤져스를 상대로 선취골을 넣은 데다가 이기기까지 한 것이다. 방송에 재수없게 비춰질지는 몰라도 우리는 너무 기뻤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모두 쓰러졌다. 밖에서 보던 우리도 힘들었는데 선수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예선에서 탈락한 팀 치고 아주 행복하게 서로를 독려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는데 작가님이 터덜터덜 다가왔다. 우리가 이길 줄 몰랐다고 했다. 또 대본을 다시 쓰셔야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마지막까지 작가님의 예상을 펠레마냥 모두 피해주며 세 번 좌절시켰다.


이후 어쩌다벤져스는 대회에서 결국 우승을 해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우승팀을 유일하게 이긴 팀이 되었다. 아르헨티나를 이긴 사우디 같달까. 아무튼 그러한 무한 긍정의 정신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칭찬하기로 했다. 국내에 있는 조기축구 팀들 중에서 티비에 나온 자신들의 모습을 치킨집에 모여서 본방사수를 하는 팀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이겼고, 우리는 그게 좋았다.




이건 곁다리 얘기지만, 방송은 정말 쉽지 않았다. 한 회차의 방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들어가는지 미약하게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또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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