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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geun Yum Jun 04. 2019

당신은 당신으로 살아갑니까? <어나더컨트리>

환경과 사회에 순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인스타그래머블 라이프 (Instagramable Life)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알람 해제를 누른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연다. 어젯밤 잠들기 전 분명히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나 밤 사이에 누군가 피드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은 어느 순간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람한다. 그들이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를 가는지 알게 된다. 유저들은 인스타그램에는 '멋지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들을 올린다. 오죽했으면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이라는 뜻을 가진 '인스타그래머블 (Instagramable)이라는 신조어가 생겨 났을까. 내가 본 것들은 내 기준이 된다. 나도 저런 음식을 먹고 싶고, 저런 옷을 입고 싶고, 저런 곳에 가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다 저렇게 사는데 나만 그렇지 못한 거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인스타그램을 보며 나는 안도한다. 다른 사람들의 피드를 내 삶과 비교하며 나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내가 조금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기준 삼게 되었다.


연극 <어나더컨트리>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아무런 물음 없이 순응하며 살다가 갑자기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때가 있다. 이러한 의문들은 그동안 살아오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보거나,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봄을 통해 갖게 된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익숙한 환경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며, 이 환경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청준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과 플롯은 다음과 같다. <어나더 컨트리>의 배경은 1930년대 영국의 명문 남자 기숙학교이다. 이 학교를 졸업한 이들, 특히 민주적인 투표 과정을 통해 선발된 프리패스라 불리는 선도부와 학교의 핵심 멤버이자 기숙사장의 최측근인 '22'들은 캠브릿지나, 옥스퍼드 등의 명문 대학교로 입학하게 된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은 기숙사장이나 선도부, 22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학교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의 명성은 그들의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안정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학교 안에서 동성애 행각을 벌이던 학생 둘이 교수에게 발각된다. 그중에 한 명은 동성애자로 낙인찍혀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종탑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이 사건이 영국 전역에 알려지게 되면 그 기숙학교의 평판은 떨어지고,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기에 학생들은 이 일을 비밀로 부친다. 학교의 강경한 선도부원인 파울러는 이 모든 일은 학생들의 체벌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 진단하며 체벌 강화를 주장한다. 체벌 약화를 통해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내던 차기 기숙사장 멘지스의 프리패스 중 한 명은 이 사건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학교를 그만두려 한다. 그렇게 될 경우 기숙사장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차기 기숙사장은 파울러가 될 상황에 처한다. 그때부터 멘지스는 훌륭한 성품으로 후배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회주의 신봉자 '토미 저드'를 자신의 프리패스로 만드려  접근한다. 이러던 상황 가운데, 학교의 핵심 그룹원 중 하나이며  토미 저드의 절친인 '가이 배넷'의 동성애 행각이 발각된다.

1930년대 군대문화가 결합된 영국 남자 기숙학교에서 체벌과 동성애 금지라는 규범과 제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연극은 이러한 규범과 제도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토미 저드는  규범과 제도들이 지배층들만을 위한 것들이기에 모두 다 폐지하고, 궁극적으로 레닌의 사회주의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파울러는 규범과 제도는 사회의 안정화를 주기에 이 사회의 유지를 위해 더 강력한 규범과 체벌을 주장한다. 멘지스는 속내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자신의 지지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 체벌 약화를 주장한다. 가이 배넷은 이미 규범과 제도에서 벗어난 자신의 성 정체성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증오하고 조롱한다.


너무 먼 이야기, 그럼에도 빛나는 대사


모든 사람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규정된 규범과 제도들이 이루는 사회에 태어난다. 문제는 이때부터 규정과 제도들에 대해 누군가는 순응하고 누군가는 그것에 저항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이러한 모든 사람이 격을법한 사건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관객들은 이 연극을 통해 나는 과연 규범과 제도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각 인물들의 상황에 나의 모습을 투영하고 그 인물들이 겪는 상황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이룬다.

이러한 점에서  연극의 주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1930년대의 배경과 인물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와는 조금 먼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상위층의 부자 집안의 자제들과 성공적인 미래만을 꿈꾸는 인물들은 현시대의 자신을 투영하기 조금 껄끄러운 점도 있다. (내가 그렇지 못해서 일지도...) 그럼에도 연극의 대사들은 모두가 공감하고  생각해볼 법하다. 특히 '제도가 올바른지 검증해보지도 않고 따른다'는 토미  저드의 대사와, 극의 후반부 토미 저드에게 한탄하며 '너 또한 너의 신념과 맞지 않는 나보다 너 자신이 더 낫다고 여기지 않느냐'는 가이 배넷의 대사는 '나는 과연 그렇지 아니한가?' 자문하게 만든다.


당연한 삶에 대해 질문하게 해주는 연극 <어나더컨트리>


나는 오늘도 핸드폰을 켜자마자 인스타를 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관람한다. 이 행위는 나로 하여금 그들과의 수적인 동일성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한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나를 제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그 감정들은 과연 정당 한 것인가? 나는 그것이 옳은지 한 번이라도 검증해보았는가?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나의 정체성을 당신이라 믿고 살지는 않는가? 연극 <어나더컨트리>는 내가 당연하다고 밑으며 살아왔던 것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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