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군에 있을 적에 하연수라는 연예인이 '마이 리틀 tv'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다. 그녀는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캐치마인드'라는 게임을 했다.캐치마인드는 출제자가 어떠한 대상을 그리고, 그림을 보고 응답자가 대상을 맞추는 게임이다.
그러던 와중 그녀가 한 그림을 그렸는데, 시청자들이 그걸 못 알아봤나 보다. 동기들이 그걸 보고 나는 미술 좋아하니까 알 거 같다고 나에게 그 부분만 돌려서 보여줬다.
"형, 이게 뭘 그린 건지 알 거 같아?"
"응. 르네 마그리트네"
"헐...."
르네 마그리트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미술가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가 그림 그림들은 인상파나 야수파 화가들의 그림처럼 '우와' 소리가 날 만큼 감각적으로 뛰어난 그림들은 아니다. 인상파나 야수파 화가들의 그림은 밝고, 한눈에 봐도 강력한 색채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인상파나 야수파보다는 고전주의 회화에나 어울릴법한 화법으로 그려져 있다.
들판으로 가는 열쇠
게다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여러 사물들이 한 그림 안에 있어서, 관람자들은 그의 작품을 접하면 난해하고 머리 아파한다. 실제로 르네 마그리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면 "뭐야 이게?"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오히려 "대체 뭘 그린 건지 모르겠어"라고 이야기한다(뭘 그렸는지를 추측하는 행위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이 르네 마그리트 작업의 목적인 것 같기도). 덕분에 르네 마그리트를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꼽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미술을 좋아하는 부호들에게도 조금은 외면받는 듯하다. 같은 시기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그림의 값은 마그리트 그림의 5-6배를 호가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의 그림을 접하면 '대체 왜 이따위로 그린 거야?'하고 머리 아파할 테니까
이미지의 배반
하지만, 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화가들에게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굉장히 흥미롭다. 철학자인 미셸 푸코는 심지어 마그리트의 그림 <이미지의 배반>을 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책을 한 권 썼다. 그림 하나로 책 한 권 분량의 분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놀랍다. 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을 비롯해 존 발데사리, 제스퍼 존슨, 에드 루스차 등의 미국 팝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작업에 르네 마그리트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다. 한 마디로 대중에게는 외면받았지만, 아는 사람들만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르네 마그리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르네 마그리트의 특별 전시회가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4월 29일부터 열리고 있다. 평소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좋아해서, 전시회 티켓을 미리 구매했다. 나는 항상 전시회에 가기 전에 그 화가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하고 가는 편이다. 위대한 화가라고 평가받음에도 나조차 잘 몰랐던 화가여서 한 번 공부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르네 마그리트에 대해 연구했다.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화가이고, 화풍으로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된다. 초현실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상황'이라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일 것이다. 하지만 앙드레 브르통이 선언한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순수한 심리적 자동 작용의 무의식적 탐험'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르네 마그리트는 충분히 의식적이었으며, 자신의 철학을 작품에 담으려 했다(브르통의 주장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될까?).
인간의 조건
그러므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다른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정신분석학적 상징주의로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작품은 여러 학문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실 학문적으로 깊게 글을 쓰면 재미도 없고, 전문 용어가 나오다 보니 관련 업종의 사람이 아니면 읽고 싶어 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저따위(?)로 그려지게 된 이유는 어쩔 수 없이 학문적으로 풀어야만 한다. 그러니 이번에는 언어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그의 작품들의 의의를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첫 번째로는 왜 정신분석학적 상징으로 해석할 수 없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언어학 측면으로 보았을 때, 그것이 왜 미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그렇다면 르네 마그리트 그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변화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족한 분석과 비전문적인 글이 되겠지만, 이것이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르네 마그리트 전시 함께 관람해요
안녕하세요. 염호근입니다.
제 브런치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 중 전시회에 가고 싶은데 혼자 가기 싫으신 분들이나, 관람 후에 드는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