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문화재단 전시, 가볼만한 전시회
최근 학교에서 1900-1960년대 현대 예술사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야수파부터 시작해서 입체파, 표현주의, 미래주의 등등 많은 미술 사조들을 배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모네에서 세잔까지', '툴루즈 로트렉' 전을 관람했다. 이후에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알폰스 무하' 전까지 관람했다. 이렇게 흔히 '벨 에포크 시대'라고 불리는 프랑스 문화 예술의 전성기의 예술작품들을 접하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나는 작년에 유럽여행을 갔고, 그곳에서 각 도시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다. 당시에는 르네상스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벨 에포크 시대의 그림들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이것들을 알고 갔더라면 더 풍요롭게 즐겼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동네 미술관에서 '브루클린 미술관 순회전; 모네에서 마티스까지'전시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도 예술의 전당 전시와 이름이 비슷해서 찾아보니, 브루클린 미술관 순회전이 제주도 도립 미술관에서 먼저 열렸다. (그럼 예술의 전당이 이름을 따라한 것인가?) 이 전시가 제주도에서 전시를 마치고, 그대로 고양시 아람미술관으로 옮겨온 것이다. 원래는 제주시와 고양시에서 짧게 전시하고,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고양시에서 오랫동안 전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기회에 현대 미술의 황금기를 꼭 체험하시길 바란다.
나도 한창 관심이 물에 오른 터인지라,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나는 그날 입장하지 못했다. 코로나 기간 때문에 입장을 하려면, 최소 하루 전에 고양 문화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만 한다. 나야 가까운 곳에 사니까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지만, 멀리서 이 전시회를 찾아오신다면 헛걸음할 수도 있으니 이점 꼭 유의하시길 바란다.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고양시민은 50% 할인이 되고, 다른 할인 항목들이 많이 있으니 참고하셔서 할인도 받으시길 바란다.
예매 URL: http://m.artgy.o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7021
이번 전시회는 '인물화', '누드화', '정물화', '풍경화' 총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시기나 미술 사조, 작품의 종류가 아닌 대상의 종류에 따라 부분을 나눴다. 먼저 인물화의 부분에서는 초상화이기에 그런 것인지 현대 미술의 느낌이 조금은 덜한 그림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마르크 샤갈의 그림도 있고, 앙리 마티스의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여인>을 만날 수 있다.
누드화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에드가 드가의 작품과, 페르낭 레제의 다이버 시리즈이다. 정물화에서는 로베르토 들로네 <정원에서>, 앙리 마티스 <꽃>, 페르낭 레제 <빨강과 파랑의 구성>, 카임 수틴 <글라디울리스가 있는 정물>등이 있다.
풍경화에서는 후기 인상파주의, 야수파들의 그림들이 많다. 모네,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폴 세잔, 앙리 마티스, 라울 뒤피의 그림들이 있다. 그리고 이브 탕기의 초현실주의 그림도 한 점 만날 수 있다.
흔히 인상파주의 화가들의 전시회를 가면 풍경화만 볼 수 있지만, 이 전시회에서는 여러 대상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인간을 어떻게 바라봤었는지, 정물에 대해서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전시회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조각 중에는 특히 오귀스트 로뎅의 작품들이 많다. 나름 자코메티의 작품들이 있었더라면 이 전시와 정말 잘 어울렸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각의 전시실은 회화들이 대부분이고, 조각은 한두 점 정도가 있다. 전시관 안에 있으면 1905년 살롱 도톤느에서 루이 복셀이라는 비평가가 왜 '야수들에 둘러싸인 도나텔로'라고 했는지를 이해할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후기 인상파와, 야수파, 입체파, 나아가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골고루 접할 수 있는 전시회다. 각각의 미술 사조는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또한 당시에 유행하던 우키요에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조금 더 풍성하게 미술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 글: 고흐의 <아몬드 꽃>이 매화처럼 보이는 이유는? 1편)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카미유 피사로와 폴 세잔의 그림이다. 아주 좋은 친구이자 사제지간이기도 했던 그들의 그림은 닮아있다. 흔히 카미유 피사로는 인상주의의 시작이라고 알고 있지만 특별히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은 오히려 폴 세잔의 후기 작품들과 닮아있다. 두 그림은 수학적으로 계산된 그림보다는 화가들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 속에는 원근법도, 색체의 감옥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대 예술의 규범이자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원근법과 색채를 벗어나는 두 화가의 그림은 입체파와 야수파의 근원이 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 전시회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요소를 담은듯한 그림이었다.
아쉬운 점은 전시장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브루클린 미술관은 미국 뉴욕에 있으며 그 크기와 보유 작품 수가 어마어마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미술관의 크기는 560,000 제곱미터이고, 작품의 보유 수는 5백2십만 점이라고 한다. 그렇게 커다란 미술관 순회전이라기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갔지만, 전시회의 작품수는 상당히 적었다. 오죽했으면 끝나고 나서 '이게 혹시 다인 가요?'라고 물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예술의 전당이나 타 대규모 전시장을 생각하시고 간다면 규모에서는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회는 꼭 가볼만한 전시회이다. 예술은 우리에게 기계적인 일상을 벗어나 무한한 영감을 주지 않는가? 코로나로 인해 규제하고 절제하는 삶 속에서 예술을 통해 잠시나마 생각을 넓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관련 홈페이지: http://m.artgy.o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7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