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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Oct 26. 2020

북한산아, 너 멀리서 보니 정말 아름다운 산이었잖아

산은 좀 떨어져서 보자

코로나가 심화되고 헬스장이 잠깐 문을 닫았었다.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 등산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10개월째 매주 산에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가는 산은 북한산이다. 집에서 가깝고 많이 높지 않다. 그런데 북한산은 조금 험악하다. 물론 쉬운 코스로 가면 동네 산을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조금 어려운 코스로 가면 대부분이 암릉 구간이다. 나는 지금은 적응이 되고, 릿지화를 신고 오기 때문에 쉽게 쉽게 올라간다. 하지만 가끔 동행하는 인원들이 운동화를 신고 오거나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암릉을 오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북한산에서 주변 경치를 살피기는 쉽지 않다. 내 눈 앞에 있는 암릉 하나를 어떻게 잘 넘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악산 중에 하나라고 불리나 보다.

어제는 북한산을 마주 보는 산인 노고산에 올랐다. 매주 오르던 북한산을 마주하고, 노고산 입구로 들어가는데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노고산은 북한산보다 훨씬 경사가 낮고, 흙길이라 오르기 쉽다. 매주 북한산만 가다가 노고산에 오니 산 타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주변도 둘러본다. 잎들마다 가을의 색이 흠뻑 물들여져 있다. 산의 3분의 2쯤 올랐을까? 갑자기 반대 편에 북한산이 보인다.

노고산에서 바라본 북한산

어라? 북한산아 너 여기서 보니 정말 아름다운 산이었구나. 그렇게 많던 암릉들이 노고산에서 보니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단순히 파랗기만 한 것도 아니고, 알록달록 어느새 북한산도 옷을 갈아입었었다. 오를 때는 그저 힘들기만 한 산이라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니 정말 아름다운 산이었다.


살면서 '악'소리가 날만큼 힘들게 올라야 하는 산들이 많다. 오를 때는 내가 혹여나 다치지 않을까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내딛기만 할 뿐  그 산이 어떤 산인지 관심조차 없다. 그 산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잠깐 내려놓고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서 보니 그 산도 아름답다. 그 산이 문제이든, 고난이든, 사람이든 간에 지나서 거리를 두고 한 번 봐볼 필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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