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학 공부의 마지막 학기이다. 미학을 공부하게 되면 좋은 점들 중에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당연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최근에 발견한 나의 당연함은 기독교 전통에 갇혀 '돈 버는 것'에 대한 포비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왜 기독교에서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부자가 된 사람들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돈을 생활의 중심에 두는 사람들을 '물질을 숭배한다'라고 까지 말하며 폄하시킨다. 실제로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꼭 있어야만 하는 존재이긴 하다.
그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니 나는 돈을 생체적으로 원하는 사람이었다. 이 점을 인정하고, 이제는 돈을 좀 다시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필요한 만큼만 단타로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살았다. 나의 꿈은 디지털 노마드였다. 집 없이 그저 내가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이전 사업들은 그날 벌어서 그날 쓸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이었다. 나의 방법은 누군가 이미 팔고 있는 상품들에서 조금 색다른 것, 아니면 조금 더 싼 가격에 같은 제품을 파는 것이었다.
2. 『'팔다'에서 '팔리다'로』
이런 것들은 잠깐의 이익을 내긴 하지만 오래 가진 못한다. 그리고 새로운 상품을 론칭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랜 기간 동안 갈 수 있는 향후 10년은 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어찌 되었든 사업을 하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의 브랜딩이 필요했다. 그래서 브랜딩에 대한 책을 손에 넣었다. 그 책이 바로 미즈노 마나부의『'팔다'에서 '팔리다'로』이다.
미즈노 마나부는 일본 굿디자인 컴퍼니의 대표이자, '나카가 과 마시시치 상점', '가야노야', '도쿄 미드타운' 등에서 컨설턴트로도 활약 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그가 손을 댄 비지니스는 단 순간에 수익을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고, 더 나아가 그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얻게 된다. 『'팔다'에서 '팔리다'로』는 그가 게이오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3. 브랜딩의 방법
그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치 우리가 나이키에서 나온 운동화는 좋은 운동화이다. 애플에서 나온 제품들은 디자인이 예쁘다. 하는 식으로 브랜딩이 성공적으로 되면 그 브랜드만 들어도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에디슨이 1,000여 개 이상의 발명품을 발명한 이래로 현대로 올 수록 획기적인 '발명품'보다는 개선품 내지는 동일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 브랜드가 가지는 힘은 실로 대단하다. 같은 제품일지라도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고르는 것이 현대사회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미즈노 마나부는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해서 세 가지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센스란 집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최적화하는 능력이다.'이다. 센스는 재능이 아니다. 그것은 최적화된 지식이 있다면 가능한 것이기에 '센스가 좋다, 나쁘다'라는 말은 없다. 센스는 노력을 통해 몸에 익힐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두 번째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지 말라.'이다. 이것은 바로 차별화에 대한 오해이다. 다른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것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큰 것이 아닌,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브랜드는 세부적인 것에 깃든다'이다. 미즈노 마나부는 브랜드는 아주 작은 것들이 쌓아 올려져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상품, 포장, 광고, 점포 등등 기업이 내보내는 모든 산출물들이 다 브랜드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제대로 만들고자 한다면 세부적인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세부적인 것들이 브랜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4.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철저하게 디자인적이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된 것으로써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광고부와 판매부의 노선이 다르다면 매출이 원하는 대로 안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미즈노 마나부는 반드시 디자인적인 브랜드 경영을 하라고 조언한다. 사장이 크리에이티브하거나, 아니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초빙하라고 말한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가치를 지니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