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을 알아차리고 벗어나는 방법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글에 집중하지 못한다. 한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본다. 분명히 핸드폰은 10분 전에도 봤는데 말이다. 글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글을 쓰기 시작하면 머리에 스트레스를 줄까 봐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머리에 만족을 주는 핸드폰을 든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아 맞다. 나는 조바심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지?'. 여유를 가지고 전두엽을 활성화 함으로써 조바심을 안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집중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조바심을 내며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다가는 저녁 전까지도 글을 쓰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이 상황을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해본다.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는 조바심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양은우 작가는 먼저 조바심이 무엇이며 일상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그것이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개념적인 측면에서 다룬다. 그는 다음으로 조바심이 나타났을 때, 즉각적으로 그것을 조절하는 인지행동치료 방법 제시한다. 그는 이후 장기적으로 조바심을 다스리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것들은 자신감과 실행력을 높이는 것, 긍정적 사고와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해야 할 일과 일의 우선순위 명확히 하는 것들이라 주장한다.
우리는 조바심과 조급함을 혼동할 때가 많다. 조급함은 시간이 없어서 어떻게든 빨리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 상태이다. 반면에 조바심이란 "원하는 대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근심"이다. 조급함이 인내심의 부족이라면 조바심은 여유와 긍정적 사고의 결여이다. 이러한 조급함은 감정과 정서 생성을 담당하는 뇌의 변연계를 자극해서 두려움이나 공포,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고 초조하고 두려워하는 정서를 생성한다.
"조바심이 습관처럼 이어지면 일반 적응 증후군의 저항과 소진 단계로 전이될 수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초조와 불안을 느끼며 무엇을 하든 결과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 24p
저자는 이러한 조바심이 생기면 사람은 3가지의 표면적인 상태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우왕좌왕한다. 조바심이 있는 사람들은 a라는 일을 하면 b가 잘 안 될 까 봐, a를 하다가 b를 하다가 하며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한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이 일을 함에 있어 혹시라도 안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것도 건드려보며 우왕좌왕한다.
두 번째는 자주 딴짓을 한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 않는다. 과제를 하다가 유튜브를 보고, 뉴스를 검색하고 하는 경우다. 이것은 '할 일을 피함으로써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을 피하는 것'인데 이를 '기분 회복'이라 부른다. 순간적으로 기분 회복을 통해 마음이 편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일 뿐이다.
세 번째는 핑계가 는다. 조바심에 시달리면 어떤 일을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낭비처럼 여겨져 실행을 주저한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이 들면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다른 구실을 찾아 미루는 일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아예 처음부터 안 해도 되는 일이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핑곗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조바심을 내면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자기 합리화를 한다.
이렇게 조바심이 계속되고 실패를 거듭하면 무기력이 학습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다 보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져도 그것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포기하고 만다.
이러한 조바심에 대해서 저자는 메타 인지를 통해 조바심을 떨쳐버리는 뇌 습관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그 방법은 먼저 자신이 조바심을 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심리적 대응을 통해 조바심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다음은 조바심에서 탈피할 수 있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인식-반박-해결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조바심에서 탈피하고, 변연계에서 전두엽으로 주도권을 내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조바심을 느끼지 않는 체질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신감을 갖는 것과 실행력을 기르고, 스스로의 삶의 주인이 되어 일의 우선순위를 갖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책에 나오는 내용을 한 번 적용해봤다. 내가 느끼는 첫 번째 조바심은 나는 왜 이 글을 쓰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가였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마땅한 예시나 나의 스토리가 없었다. 그것들을 생각해내려면 머리를 써야 하는데, 잘 쉬고 있던 나의 뇌는 계속 쉬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글 쓰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아무런 생각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휴대폰으로 만족을 느끼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할 거란 조바심을 느꼈다. 나는 한 시간이면 충분히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적으면 나의 글이 충분히 완성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고, 이제 막 글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왔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본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바심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와 그것이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를 보여주고, 그것에서 탈피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실행, 지속적으로 조바심이 없는 체질의 노력까지 보여준 책은 드물다. 나도 이 책 덕분에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니 혹시라도 조바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변환계에 뺏겼던 주도권을 전두엽에게 내어주는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