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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Dec 09. 2020

플라톤 미학 2 - 상승을 욕구하는 힘 에로스

사랑에 대한 논의

당신은 사랑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16년 전, 문근영은 '어린 신부'라는 영화에서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라고 노래를 불렀다. 아직이라는 말은 언젠가는 알게 된다는 말인데, 문근영은 지금 사랑을 알고 있을까? 

사랑에 대한 논의는 지금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던 것 같다. 플라톤이 쓴 책 『향연』에서 테스 형, 소크라테스는 친구들과 술 판을 벌이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총 일곱 명이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 고대 그리스어로 에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나 그렇듯이 플라톤 저작의 주인공인 소크라테스가 앞서 이야기한 사람들의 발언에 대한 반박을 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향연은 끝을 맺는다. 그런데 플라톤 미학을 이야기한다더니 갑자기 웬 사랑 타령이냐고? 잠깐만 기다려봐라. 어쩌면 이것이 플라톤 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데아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향연』안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랑, 즉 에로스를 설명하며, 이것은 마치 에로스의 영혼이 임한 것 같은 그런 모습이라 이야기한다. 실제로 에로스는 사랑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이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프로디테의 종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큐피드가 바로 에로스인데, 이 에로스는 신까지는 아니고, 다이몬 즉 디몬이라고 하는 어떠한 영혼을 뜻한다. 그리고 플라톤은 이 영혼이 인간들에게 임한다고 주장한다. 


에로스의 탄생, 그리고 특징

그런데 이 에로스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참 재밌다. 여러 가지 썰이 있지만 플라톤 저작 『향연』에서 소크라테스가 밝히는 에로스의 탄생은 다음과 같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생일을 맞이하여 수많은 신들이 함께 모여 파티를 열었다. 풍요의 신인 포로 스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날 포로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서 그만 제우스의 정원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때 때마침 결핍의 신 페니아가 그곳을 지나다가 그 모습을 보고 포로스와 동침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에로스이다.

이 에로스에게는 특이한 탄생비화 때문에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일단 첫 번째로 아프로디테의 생일 축하연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는 항상 미를 추구한다. 그는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는 그는 항상 결핍 상태에 놓여 있었다. 왜냐하면 결핍의 신인 어머니의 본성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풍요의 신인 아버지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아름답고 훌륭한 것을 획득하여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권모술수를 벌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중간 상태에 있어서 항상 지혜를 탐구하는 존재이다. 사실 신들은 이미 지혜를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지혜를 원하느지 않는다. 하지만 에로스는 신은 아닌 다이몬의 상태이고, 항상 미를 추구한. 이 아름다운 것은 플라톤의 철학에서는 지혜로운 것, 좋은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에로스는 필연적으로 지혜를 탐구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에로스가 인간에게 임하면, 즉 사랑에 빠지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일단 첫 번째로, 그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는 사랑하는 대상이 자신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에 빠지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빛나 보이고 계속 보고 싶고 그런 것을 말한다.


두 번째로, 사랑에 빠지면 그는 스스로를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대상보다는 부족하고, 모자라고, 초라하고 결핍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그는 거기에서 그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능에 의해 더 나은 것을 생각하고, 그 아름다움을 소유하거나 동일해지기 위해 갖은 권모술수를 쓴다. 예를 들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수준의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그 또는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적인 소산을 쌓고, 운동을 해서 체형을 가꾸고, 옷을 예쁘게 입고, 화장을 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항상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지금의 자신의 수준보다 더 낮은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사모한다. 하지만 이것이 꼭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이런 의미는 아니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자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나아가 아름다움의 이데아를 추구한다.


아름다움을 향한 동인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말하는 사랑, 즉 에로스이다. 그는 향연에서 이 에로스가 있는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지각하게 되는 과정 또한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플라톤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등장한다.

인간들이 가장 먼저 미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아름다운 육체라고 플라톤은 주장한다. 그렇게 인간의 육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도 알게 되고,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다 보면, 그것보다 더 나은 아름다움을 갈구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보다 상위의 아름다움을 사모하는 에로스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지상의 아름다움보다 한 단계 위의 아름다움인 영혼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단계를 하나하나 올라가다 보면 그는 결국  나아가 불변하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인식하게 된다. 


결국 아름다움을 향한 상승의 원인이 되는 에로스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지상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나아가 영혼의 아름다움, 최고의 아름다움까지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플라톤의 미학이다.

여기에서 플라톤은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그것이 마치 출산, 창조의 모습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일정기간 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그것을 발견하는 것. 출산이나 창조의 모습 같은 것이다. 플라톤은 이러한 창조를 하는 사람들로 시인이나 장인 같은 예술가들을 예로 든다. 플라톤의 미학에서 예술은 감각적인 아름다움에서 인식과 사유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제공한다.   


흔히들 플라톤이 예술을 경시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국가』에서 드러나는 일편적인 모습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온』이라고 하는 텍스트에서는 시인은 신적인 영감에 의해 작시한다고 할 정도로 시작에 대한 긍정을 보이기도 하고, 오늘 읽은 『향연』에서는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산출해내고 상위 단계의 아름다움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연유 때문에 르네상스 시기에 플라톤 사상이 다시 주목받았을 때, 예술가들의 지위가 상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물론 플라톤 사상이 후대에 의해 연구되어 신플라톤주의가 되고, 그것이 기독교와 결합되면서 생긴 어떠한 철학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에는 신플라톤 주의와 기독교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이 들은 유튜브에서도 시청이 가능합니다.

에로스: 아름다움을 향한 상승의 동인- https://youtu.be/z6f_-vm66Mg

데미안 허스트는 왜 상어를 포르말린에 담궜을까? -https://youtu.be/agEFA-GKe_g

회화계의 뉴노멀 앙리마티스-https://youtu.be/OxpjcdDac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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