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r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호근미학 Jul 21. 2015

허영만 展
창작의 비밀

대한민국 최고의 콘텐츠 작가 허영만전을 다녀오다

허영만전의 예술의 전당 전시는 끝났지만 여수에서 한 번 더 전시가 있다고 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은 꼭 가보세요 ^^

관련기사: http://www.msn.com/ko-kr/news/other/%EA%B5%AD%EB%AF%BC-%EB%A7%8C%ED%99%94%EA%B0%80-%ED%97%88%EC%98%81%EB%A7%8C-%ED%99%94%EB%B0%B1-%EA%B3%A0%ED%96%A5-%EC%97%AC%EC%88%98%EC%97%90-%EC%B0%BD%EC%9E%91-%EB%91%A5%EC%A7%80/ar-AAdRt6f




허영만을 알게 되다

<90년대 최고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쵸~!

나쁜짓을 하면은~♬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쵸~!

우리에게 들키지~♩

(4.4.5.4.3의 엄청난 시적운율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인가? 일요일 오후 2시만 되면 나는 항상 tv앞에 앉아있었다.

"손형, 왜 그러셔~"

"나바아아앙~"

저팔계와 사오정을 흉내내면서 즐겁게 보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만화였다.




소년만화의 양대상맥 중 하나인 아이큐점프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는 매주 화요일 서점에 갔다. 화요일에는 소년 만화잡지「아이큐점프」신간이 발표되는 요일이었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마이러브', '드래곤볼' 등 주옥 같은 만화들이 연재 되었던 이 잡지에 흥미로운 작품 하나를 보게 된다. 바로 '망치'라는 작품이다. 내용은 망치가 자리우스라는 독재자와 싸우는 내용이었는데 어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아이큐점프에 연재되었던 허영만의 '망치'

일단 세계가 전쟁으로 인하여 페허가 된 모습부터 시작하여, 영화의 초반부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었던 공주가 주인공(망치)에게 죽임을 당하고, 시간이 지나 기계가 되어 주인공에게 복수하는 장면들은 어린 학생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으면서도 조금은 난해했다. 


'대체 이런 스토리를 지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망치의 단행본을 펼쳐보았다. 이럴수가! 망치를 그린 사람은 90년대 최고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를 그린 작가였다. 그의 이름은 허영만. 이것이 내가 허영만을 알게된 시작이다. 


후에 허영만은 '타짜','식객','비트' 등 20여편이 넘는 작품들을 영화화 드라마화하면서 그의 만화를 접하지 않은 대중들에게도 알려졌다. 



허영만전 그리고 VIP 티켓..


 2월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가 허영만전 광고영상 제작을 의뢰받았다고 했다. 

"허영만전? 허영만이 전시회를 열어? 그 사람 만화가 아니야?"

"응, 맞아 만화가. 타짜 그린 사람"

아니 어떻게 만화가가 전시회를 연다는 거지? 지금까지 만화가의 작품전을 가본 적이 없었다. 물론 예술작품을 만화로 표현한 몇몇 예술가들은 있었지만, 만화라는것 자체가 예술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모호하지 않나 싶었다. 만화라는 것 자체가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복제하여 판매하는것이 만화 아닌가? 그렇다면 '오리지널'이라는것이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작품의 아우라라는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만화로 이루어진 전시회'가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5월, 그 친구와 다시 만나 밥을 먹었다. 친구는 당당히 광고 영상을 따내고 허영만전 도록에 이름을 올렸다. 나는 친구에게 티켓을 달라고 졸랐고, 그는 마지못해 VIP티켓을 꺼냈다.

허영만전 VIP 티켓

6월 휴가에 가야지 마음 먹었는데, 그만 메르스 때문에 휴가가 통제 되었다. 이거 어쩌지 VIP티켓 받아놓고 가보지도 못하고 휴지통에 버리는거 아니야 싶었다. 재빨리 허영만전의 전시기간을 확인하고 전시 종료 전에 휴가를 냈다. 태풍이 오기 바로 직전의 7월 축축한 여름밤 허영만전을 관람했다.


2가지의 질문: 만화는 예술인가? 만화로 전시가 가능한가?                                       

 ; 만화는 예술이었다. 만화전시는 불가능하지만, 만화가의 전시는 가능했다.


 허영만전을 관람 하기전 내가 가진 두가지의 질문은 과연 만화는 예술인가?와 만화로 전시하는것이 가능한가?였다. 앞서 밝힌대로 만화는 복제되어진 것을 또 복제한 오리지널이 존재하지 않는, 보드리야르가 주장한 시뮬라크르 그 자체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굳이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할까. 또한 스토리가 있는 만화를 다른 그림전시회처럼 전시를 할 수 있을까?였다. 이 두가지의 의문점에 대해 허영만전은 나에게 개인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일단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만화는 예술이었다. 예술이란 놈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간단하게 3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것 같다. 첫번째로는 작가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아름다움 또는 현실에 없지만 당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작품 가운데에 반드시 아름다움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적 아름다움이든, 아니면 인위적 아름다운이든 말이다.(그래도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 작품이나 예술이라곤 할 수 없다. 두번째로 예술은 미장센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색, 장소, 빛 등이 철저히 계산되고 의도되어야만 한다. 그럴때에야 비로소 발터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가 생긴다. 이전에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톡서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독서토론의 질문 중에 하나가 와인잔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와인잔 그냥 쓴거겠지 싶었는데 김애란은 그녀의 작품 모든 소품 단어 하나나까지 모두 계산된 것이고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예술은 그래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예술을 감상하는 이들이 예술작품을 통하여 미적 체험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벗은 몸을 볼 때, 가슴이 움직이면 예술이지만 아래가 움직이면 포르노가 되지 않는가?(농담 반 진담반이다.)  과연 이 3가지를 만화가 충족시킬 수 있을까? 다른 이의 만화는 모르겠지만 허영만의 만화는 YES 였다. 그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허영만의 만화에는 허영만의 철학,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허영만의 만화에는 항상 메세지가 존재한다. 비트, 미스터Q 등에서 그는 사회상을 모방하고 그 안에 있는 메시지들을 전했다.  또한 사랑해에서는 사랑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인위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그의 그림 원화를 직접 보게 되면 감탄을 낼 수밖에 없다. 그의 만화는 아름답다.

 두번째로 그의 만화에는 미장센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윤태호와 허영만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전시회에서 나타난다.  윤태호는 허영만의 문하생이었다. 윤태호의 역할은 배경 한컷, 총 하나 그리는 일이었다. 윤태호는 총하나를 그리기 위해 엄청난 스케치를 한다. 그리고 허영만은 그 중에 하나를 그리라고 지시한다. 차 한대를 그릴때도 그들은 수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명함을 넣을까 안넣을까를 고민한다. 이러한 계산되고 의도된 미장센이 그의 만화에는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만화는 사람을 움직인다. 허영만의 만화 사랑해는 비록 많은 독자들을 가지진 못했지만, 매니아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그이유는 그의 만화에는 배움과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시회에서 그의 만화를 보고 눈물을 훔치는 관람객을 보았다. (아마도 헤어진 옛 여인이 생각났겠지)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 받을 수 있는 만화가 바로 허영만의 만화이다. 

 결론적으로 제작자 입장에서의 모방, 표현, 형식을 완벽히 충족 시킬 뿐만 아니라, 감상자 입장에서 미적 체험도 이루어지기에 허영만의 만화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너무 어렵다. 

 

 두번째 질문은 바로 만화가 전시가 가능한가였다. 대부분의 미술 전시회는 테마별로 전시회장을 나누고 그 곳에 그림들 혹은 조각이나 설치미술품들을 전시한다. 작가의 대표작이 있고, 그 대표작을 통해 작가의 화풍, 철학, 삶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만화로 이루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화는 그림이 곁들여진 스토리 또는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작품'을 전시할 수가 없다. 어떻게 '카리마조프의 형제들'이나 '죄와벌' 같은 문학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겠는가? 그 방대한 분량의 책 중에 한 페이지를 뚝 떼어서 '이것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전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만화로는 전시회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허영만전의 전시에는 만화책 한권이 통째로 전시되거나, 만화 중 한 장면만이 전시되었다. 전시의 주 목적은 '허영만의 작품 그 자체'보다는 '허영만'이라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길이 우회 되면 말이 된다. 허영만 전은 작품전이 아닌 인물전이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아니 허영만이라는 인물은 전시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


창작의 비밀


허영만전의 부제는 바로 '창작의 비밀'이다. 허영만전은 그의 작업방법, 창작의 역사, 자료등을 신랄하게 전시한다. 그 양은 엄청나다.  

허영만 화백이 직접 취재한 파일들

허영만 화백은 하나의 작품을 구상할때 그 방면에 대한 정보와 장소 시범등을 직접 취재한다. 그리고 난 후 스토리보드를 짜고, 하나하나 섬세하게 그림을 이어나간다. 이 과정에 사용되는 정보들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허영만의 작업과정을 몰래 훔쳐보는것은 이 전시회의 가장 커다란 재미이다.


힘을 받을 수 있는 작가

 허영만은 만화가이다. 그는 한번도 외도를 한 적이 없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허영만 화백은 이렇게까지 콘텐츠 분야에서 성공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고,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다. 그것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고, 그런 그의 실력을 세상이 알아보았다. 그의 진가가 세상에 나타나는 순간 그는 성공한 만화가로 불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그림 그릴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전한다. 

 어느순간부터 직업을 택하는 데 있어, 나의 행복이 우선되지 않는다. 삭막한 현실에 어쩔수 없이 돈을 목적으로 직업을 택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일은 행복이 아닌 족쇄처럼 느껴진다. 돈을 쫓게 된다. 허영만은 그렇지 않았다. 돈이 그를 쫓게 만들었다. 묵묵히 나의 행복을 지속하는 것. 그것을 알려준 전시회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다칼로 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