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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Jan 30. 2021

로즈와일리의 그림은 왜 행복감을 줄까?

로즈와일리 전시를 다녀왔다, 예술의 역할

행복감을 주는 로즈 와일리의 그림들


지난 주말 로즈 와일리 전시를 다녀왔다. 로즈 와일리는 87세의 영국 출신 여성화가다. 그녀는 80이 넘어서 가디언지에 '가장 떠오르는 신진 작가'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손흥민 선수를 그리는 할머니 화가로 유명하다. 사실 로즈 와일리의 그림의 주제는 대단한 것들이 별로 없다. 그녀는 영국 왕실의 모습이나, 동물들의 모습, 자연, 축구, 영화의 한 장면,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할 법한 것들을 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런 것처럼 실제의 모습보다는 조금 우스꽝스럽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처음에 그림을 보고 '와 정말 잘 그렸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그림을 보고, 전시회장을 나오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녀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고, 그 기분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왜 그럴까?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과 예술관


로즈 와일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글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과 관련된 예술관이 떠올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인 『니코마쿠스 윤리학』에서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행복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상의 좋음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선택될 뿐 다른 것 때문에 선택되는 일이 없는 것이다... 가장 정의로운 것이 가장 고귀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며, 바라던 바를 얻는 것이 가장 즐겁게 마련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에 의하면 행복은 즐거움과 연결이 되어 있다. 바라던 것을 얻는 것, 즉 욕망이 실현될 때 인간은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말에 근거하면 로즈 와일리의 그림이 우리의 어떠한 욕망을 실현시켜 주고, 그 때문에 우리가 즐거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행복함을 느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로즈 와일리의 그림은 우리에게 앎의 욕구를 실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무엇인가를 알고자 하는 '앎의 욕구'가 항상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욕망을 해결했을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마치 끙끙대던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 퍼즐 조각을 다 맞추거나,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알게 되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같다. 인간은 추리와 추론을 즐깁니다. 눈을 감고 있는 것보다 눈을 뜨고 사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앎을 향한 욕구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모방과 예술


이러한 추론을 통한 인식이 과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식을 인식하는 방법이 바로 모방이라고 말한다. 아기는 엄마를 모방함으로써 언어를 습득하게 되고, 그들의 행위를 모방함으로써 실제를 인식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따라 해 보고 그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모방은 인간의 본성적인 앎의 욕구를 촉발시키고 실현시키는 기회가 된다.

 

이 모방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은 예술가가 실제의 물건이나 사상들을 모방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풀어내는 행위이다. 그래서 실제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것을 보고 '아 이것은 무엇을 그린 것이구나'하고 추론하고 깨닫게 된다. 이렇게 깨닫게 되면, 앎의 욕구가 충족되고, 즐거움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예술이 다 즐거움을 주지는 않는다. 현실과 너무 똑같은 예술은 추론의 기회조자 없다. 예를 들어 실제의 사물을 그냥 가져다 놓는다거나, 완벽히 현실의 있었던 일은 역사적으로 기록한 비디오나 사진은 단순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이 무엇이지?'라고 하는 추론의 과정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아, 그렇구나'라고만 생각하지 '와 저것은 무엇이지?'하고 추론하지 않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너무 실제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 있는 엄두조차 내지 않고, '이건 내가 해석할만한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뜬다.


행복감을 주기에 적절한 크기와 거리의 로즈 와일리


로즈 와일리의 그림은 너무 실제와 똑같아서 감흥이 없거나, 또는 실제와는 너무 멀어서  공감이 안 되는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로즈 와일리의 그림은 실제 우리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방하고 있다. 그녀는 항상 잡지나 신문들을 작업실에 잔뜩 깔아놓고 작업을 한다. 그녀의 그림의 주제는 우리의 삶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림은 완벽하게 현실을 모방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인식하고 추론할 수 있을 만한 그림체로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그것이 무엇을 그렸는지, 추론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로즈 와일리의 전시회에서 유치원 아이들 5-6명이 선생님과 함께 투어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떠한 그림 앞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세워서 물었다.

"이 그림이 무엇인 것 같아?"

그러자 아이들이 각자 생각하는 답들을 이야기한다.

"무슨 요정이에요, 저기에는 사습도 있어요, 근데 누가 발견했어요"

그렇게 그림을 보고 추론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우리도 예술, 특히 미술을 접할 때 이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이 작품은 무엇을 그린 것이지, 무엇을 나타낸 것이지?"

이 질문을 주고, 스스로 답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로즈 와일리의 그림들은 이러한 것들을 충족한다. 이 때문에 전시회장을 나왔을 때, 우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함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포스트는 유튜브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https://youtu.be/DdZMPGpmt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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