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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pr 28. 2021

클라이언트를 거절할 수 없는 이유 “슈거대디 자본주의”

긱 이코노미의 부정적 이면

서비스  발생한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기소유예를 받았다. 개인이 신청해서 풋살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 있다. 이 서비스를 론칭해서 동남아에서 앱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를 진행하는 매니저를 신청해 돈도 벌면서 서비스를 좀 알아보고자 했다. 그러던 중 내가 진행한 경기에서 참가자들끼리 시비가 붙었다. 


회사에서는 이런 경우 두 사람이 연락을 취해 원만히 해결하게 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한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의 연락처를 요구했고 나는 지침에 따라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리고 나는 개인정보 보호 위반 법으로 고소당했다. 나는 회사의 지침을 따랐고 그에 대한 일을 했는데, 고소를 당한 것이다. 


다행히 합의 비용은 회사에서 처리해줬지만 어쨌든 나의 범죄 기록에는 기소유예라는 불명예가 생겼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다른 참가자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는 새로운 지침이 생겼다.



이런 일들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온디맨드 서비스(어려운 말 써서 미안하다)와 긱 이코노미(이것도 미안하다)가 발달함에 따라 분명 회사의 일을 하지만, 회사에는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생겨난다. 그들은 회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며, 사용자들에게 높은 평점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해진 서비스 이외의 초과된 업무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기 비용은 노동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내가 서비스 도중에 일어난 일의 결과로 기소유예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정말  이코노미는 공정한 시장일까?



긱 이코노미는 발생하는 업무에 따라 그들은 일한 만큼 돈을 받기에 이것은 어느 모델보다도 공평한 모델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버 기사들은 항상 대기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기본급이라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꼭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니 항상 기다려야 한다. 


그들에게 사용자의 평점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래서 고객들의 과한 요구도 서슴지 않고 들어준다. 정해진 서비스 이외의 일을 하는 것이다. 우버 서비스 중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우버 운전사에게 있다. 그들에게 산재보험은 말도 안 된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가 만약 손님과 분쟁이 생기는 경우 그 분쟁의 해결은 에어비앤비 호스트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또한 에어비앤비 본사의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호스트는 하나의 경제 수단을 잃게 된다.


슈거대디 자본주의


이렇게 공적 규제 없는 경제체제 속에서는 최상위 소수만이 권력을 잡고 그 소수의 권력에 노동자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격차는 갈수록 높아진다. 우버 드라이버가 열심히 일할수록 우버는 더 부자가 되는 그런 원리다. 이렇게 시카고학파가 주장한 공적 규제 없는 시장 체제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낸 책이 바로 “슈거 대디 자본주의”다.



저자인 피터 플래밍은 자신의 책에서 ‘누구든지 일한 만큼 돈을 번다’고 말하는 신자유주의 속 부작용들을 소개한다. 그는 긱 이코노미 속 노동자는 과로를 하고, 불안을 갖고,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업무 이외의 일들을 요구받더라도 그것을 해내야 하며,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서비스 도중 생겨나는 문제는 노동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이 시스템 속에서 노동자와 자본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러한 시장경제에서 사람은 무조건 돈으로 판단되고, 도적적 행위도 돈으로 거래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는 비인간적 대우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그가 말하는 부작용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본급, 자가 고용 불법화, 사업에서의 탈 개인화, 노동 제도의 공공화를 주장한다.    


책의 한계점


그러나 이것은 다분히 노동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본급이 보장되고 해고가 어려워지면 노동자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버 드라이버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급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우버 드라이버들은 일을 할까? 


그렇다고 그들을 전부 채용한다면 기존 택시 회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능률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직원을 두는 것보다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들은 고용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가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재를 과도하게 해석했다. 저자는 하비 와인스틴의 경우를 들어 권력을 이용한 직장 내 성추행이 신자유주의 경제 체재로부터 생겨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직장 내 성추행은 온디맨드나 긱 이코노미 이전에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이용해 노동자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는 것의 이유도 신자유주의 경제 체재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권력적 소수자로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재로 다른 일들조차 보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읽어볼만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한 대로 긱 이코노미 시스템으로 이해 생겨난 노동자들의 불안과 부당함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만하다. 노동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불평등한 구조 속에 있다고 느껴지고, 그것이 실제로 숫자적으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시스템 구조 속에서 계급이 생겨나고 이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면 시스템은 결국 굳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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