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면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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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내가 예상한 최상의 시나리오와는 다르게 일들이 흘러가거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의 자아가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좌절감이 들기 마련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좌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얼마 전 슈가대디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신자유쥬의 경제론의 그릇된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신자유주의는 경제활동에 대한 공적인 규제를 최소화 함으로써, 개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노동에 대한 가격을 정하고 시장을 자율 형성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가까운 예를 들면, 배민 커넥터라는게 이런 것이다. 그들은 배달의 민족의 직원은 아니고, 스스로가 스스로의 노동력을 파는 주체다. 그들에게는 공적인 규제가 없고, 배달비도 상호간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그들은 배달 건수마다 가격을 메겨서 돈을 받는다. 일한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많이 일하면 많이 벌 수 있다는 희망적이고 이상적인 논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시나리오와는 다른 일들도 벌어진다.
라이더들은 배달을 잡기 위해 항상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리뷰수가 좋아야 식당에서 라이더에게 부탁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식당과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죠. 그래서 그들에게 갑질을 당하더라도 꾹 참는다.
분명 정당하게 노동력을 파는 것인데 어느 순간 그들에게 계급이 생겨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자신들의 수입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그들에게 일정부분의 금액을 할인해주면 지속속해서 일거리를 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한다.
똑같은 일이 헐리우드에서도 발생했다. 헐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제작가인 하비 와인스틴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무명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그녀들을 성폭행했다. 또한 그의 부하직원들에게도 이러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언제라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여배우나 부하직원들은 권력자인 하비 와인스틴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규제 없이 권력을 쥔 기업이나 개인과 협력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살아날 수 없는 시스템이기에 이러한 일들은 발생한다.
이처럼 신자유주의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쓸데없는 페이퍼 워크에 시간을 쏟기 보다는 본질에 집중한다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어두운 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 같다. 세상과 기업가들은 항상 우리가 스스로 기업이 되라고 말하며, 규제 없는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이 좋은 것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최상의 시나리오 속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고발한 책이다. 덕분에 나는 사회가 제시하는 최상의 시나리오 속 어두운 면을 알게 됐다.
이와 같이 20세기 초 미국의 최상의 시나리오 속 어두운 면을 고발한 화가도 있다. 그가 바로 에드워드호퍼다. 1920년대 미국의 산업화가 가속화 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희망에 찬 시나리오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함에 따라 인간의 삶이 더 편해질 것이고 윤택해진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돈이 없어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투자를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이에 많은 화가들이 산업화를 찬양하는 그림들을 그린다. 하지만 에드워드호퍼는 산업화, 금융화의 진행에 따라오는 어두운 면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망해버린 농촌, 급격히 사라진 가족화, 급격히 발전하는 섹스 산업 등등의 모습은 산업화의 이상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 처음에는 너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현실을 외면한 그림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마치 예언이었던 듯 금새 미국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만연해지고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사실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실제로 미국이 경제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다른 어떤 그림들보다도 더 사실적인 그림이었다.
에드워드호퍼의 그림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의 그림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최상의 시나리오가 있더라도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즉, 우리의 삶이 꼭 우리가 예상한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긍정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재 방법은 바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내 예상이나 바램과는 다른 결과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시나리오는 완벽한데, 불행이 생긴 것이라며 문제를 부정한다. 하지만 불행은 인생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최상의 시나리오 뒤에는 우리가 예상못한 어두운 면들이 있는 것이니까.
이 사실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시나리오에도 분명 어두운 면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삶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좌절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좌절에 언제까지 머무를 필요는 없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보여준 것처럼 내 시나리오대로 안되는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정하고 긍정해야한다. 그리고 그가 그러했듯이 문제를 부정하지 말고, 사실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과 전략들을 짜야 한다. 그 과정이 괴롭고 힘들겠지만 그것을 통해 당신은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