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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May 04. 2021

인생에서 항상 손실이 난다고 느낄 때 <자코메티>

알베르토 자코메티, 인생은 b와 d사이의 c

이 글은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pRhXuI96Xwo


1. 손실 없는 삶


근손실이라는 말이 있다. 근육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는 가만히 있으면 점점 소멸하는 존재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결국 죽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시간이나 건강, 경제력들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가 가진 소유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잔고가 늘어나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자들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한 마디로 가만히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을 손실하지 않으려면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선뜻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떠한 것을 행한다고 해도 그것이 성공할 확률은 50대 50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제 속도에 소멸할 것을 어쩌면 더 빠른 속도로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남들이 시키는 대로 제 속도에 맞춰서 소멸하는 삶을 살아야 할까? 어떤 것을 행하더라도 위기는 있다. 인생에서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하느냐, 위기가 있더라도 변화를 시도하느냐가 문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이다.


2. 죽음을 경험한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스위스 출신의 예술가다. 그는 20세에 기차 여행에서 함께 동행한 노인이 죽는 경험을 한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을 경험에 참전해서 눈 앞에서 수많은 죽음을 또 경험한다. 이 과정 가운데에서 그는 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그의 작품 속 인간은 점점 죽음과 가까이 있는 모습들을 나타낸다. 그의 조각 속 인물의 모습은 모든 것들을 덜어내어 뼈대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덜어내고 결국 죽음으로 향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았다. 자코메티의 조각은 에트루리안의 조각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하나 같이 군더더기 없이 길쭉한 모습이다. 


저녁의 그림자


이 에트루리안의 청동 조각을 보고 이탈리아 시인 가브리엘 다눈지오는 <저녁의 그림자>라고 이름 짓는다. 해가 저물기 바로 직전 어둠에 가까이 있어 길어지고 흔들리며,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그림자와 같은 모습이다. 자코메티가 바라보는 인간상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것은 죽음을 항상 바라보는 유한한 존재, 흔들리고 위태롭고 언제든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뼈대의 모습이었다.



나는 항상 살아있는 존재들의 취약성을 느꼈다. 순간순간마다, 항상 넘어질 것 같은 위협 앞에서 마치 매 순간 일어서 있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3. 올곧은 시선과 걸음


하지만 자코메티는 인간의 삶이 위태로운 것이라고 정의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인물 조각이나 회화에서 가장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선이다. 그의 작품들은 불안한 균형감과 매끄럽지 않은 표면들과는 달리 흔들리지 않는 정면을 향한 올곧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시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과 개인을 구별해주는 것은 시선이다.


그는 흔들흔들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서 예기치 못한 급작스러운 병이나, 전쟁에서 총에 맞아 죽을지라도 죽음의 문턱까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나갔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삶은 외롭고 결국 소멸하는 허무한 것이지만, 그 삶의 과정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며, 허무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3.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자코메티의 절친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고 죽음을 맞는다. 이렇게 공통된 상황 가운데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소멸한다는 것에 대한 허무감을 가지고 가만히 죽어갈 것인지, 아니면 주체적인 마음을 가지고 소멸할 지라도 자코메티의 조각처럼 올곧은 시선으로 앞을 향해 걸어감으로써 죽음에서 나라는 개인을 구별할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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