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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May 28. 2021

나만 바뀌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돈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은 내 안에 있는 거라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행복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돈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없을 때 느끼는 불행한 기분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생존이다. 우리는 매달 집세를 내야 하고, 우리가 입는 옷과, 음식에 대해 돈을 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추위에 떨고, 배가 고파질 것이다. 병에 걸렸을 때, 돈이 없다면 우리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을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돈이 없으면 차별을 받는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교육 수준은 크게 다르다. 누군가는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지만, 누군가는 교육을 받아야 할 때임에도 자신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교육의 격차는 다시 경제적 격차로 드러난다. 이 경제적 격차에서 갑과 을이 정해지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다. 


결국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생존과 존중이 위협받는다. 우리나라 사회는 적어도 생존과 존중에 대한 부분에서만은 돈 없이는 행복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돈돈돈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적어도 생존과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돈은 있어야 한다. 그 돈이 있으면 적어도 생존과 존중 때문에 불행한 일들은 없다는 것이다. 그 수준은 2010년에는 월 43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지금은 더 늘었겠지?) 이 수준이 안 되는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생존과 존중이 최우선일 것이다. 그러니 돈 많이 주는 직업을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면 불행함을 느낀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임에도 그 일을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모습은 노예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지 않은 삶이다. 


노동이  즐겁지 않으면 불행을 느낀다. 그러니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는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해봤자 그 일이 돈이 안된다면 생존할 수 없고 존중받을 수 없는 사회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회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돈 없어도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러한 사회구조를 무시하고, 심리학과 종교는 행복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게 있다고 말한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과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노예의 삶을 살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긍정적 마음을 가지지 못한 개인의 탓이라고 말한다.



생존과 존중 때문에 원하는 일보다는 기본 생활이 보장되는 원치 않는 일을 택하고, 그로 인해 일로 스트레스받고 불행하는 것.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생존과 존중에 불안해하는 것. 그것이 한국 사회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인지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최하위권이다. 2020년 OECD 발표한 ‘삶의 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꼴찌는 형제의 나라 터키다) 


이런 우리나라의 상황에 행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그 책이 바로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저자인 김태형은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풍요 중독사회>등의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기저에 있는 심리를 분석하여 사회현상과 문제에 대해 꾸준히 발언해온 전투적 사회심리학자이다.

그는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먼저 우리나라의 사회는 가짜 행복을 권하는 사회로 규정하며, 행복은 개인으로부터 이뤄진다는 주장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사회가 행복에 커다란 변수임을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낮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2015년 삶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세계 143개국 가운데 118위였다. 


흔히들 우리보다 GDP가 낮은 나라들이 우리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것을 보고 행복은 돈과는 상관이 없다 개인이 어떻게 삶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식으로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우리보다 GDP가 높은 나라들보다도 행복지수가 낮다. 그들은 돈도 많은데 왜 우리보다 행복할까?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의 개인들은 모두 우리보다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러니 우리는 행복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라는 공동체가 다른 나라와 무엇이 다른 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낮은 행복도의 원인을 사회 체계에서 찾는다.


우리나라는 개인 도생을 기본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개인이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살 곳과 입을 것, 먹을 것을 책임져야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당연히 돈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 생존은 가장 커다란 문제이며 위협이고, 불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행한 사회에서 행복으로 돈을 버는 것은 자본가들이다. 노동자들이 불행하면 결근을 많이 하고, 정신병에 걸린다. 이것은 회사의 손실로 다가온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복지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행복 경험을 하게끔 부추긴다. 이것들은 사회적인 운동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행복 권하는 사회가 된다.


문제는 이 과정 가운데 행복을 경쟁하는 사회가 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각자 ‘행복하지 않으면 루저’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자신의 행복을 각종 SNS를 통해 뽐낸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을 지라도 행복한 척 애쓰려 한다. 이러한 점들이 우리나라를 더 불행한 사회로 만들고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심리학자들은 행복은 개인에게 달려있다며 행복을 왜곡하고 있다 말한다. 그들은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 평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적게 갖고 있더라도 그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작을지라도 긍정적 감정과 경험을 하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로 대중을 속이려 한다. 


하지만 주관적 평가와 쾌락은 행복의 작은 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 번째 챕터에서 저자는 진짜 행복은 1.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때, 2. 즐거운 노동을 할 때, 3.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가 개인의 생존과 존중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사회에 기여하는 증거운 노동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이뤄지면 개인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진짜 행복은 사회가 행복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변화가 아닌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참다운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는 1. 삶의 목적이 실현되는 상태 2. 사람답게 살아가는 상태 3. 자유가 있는 상태 4. 창조적인 활동 이 참다운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들은 앞서 이야기한 진짜 행복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서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그는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행복은 나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위해, 가짜 행복이 아니라 참다운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데 있으며, 현실을 떠난 주관적 심리가 아닌 현실 속 사람의 생활과 삶에 있다." 271p


자료의 해석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을 좇는 이유는 사회의 구조의 문제이고, 이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사람들의 생존과 존중을 책임져야 한다. 


물론 생존과 존중, 즐거운 일자리들이 보장된 사회에서도 불행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통계적으로 생존과 존중, 즐거운 일자리가 보장된 사회는 우리보다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이러한 점들에서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제시된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 깨우는 책이다. 누군가는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 사이의 행복 만족도가 별 차이가 없다'라는 자료를 보고 행복은 돈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해석한다. 


우리보다 GDP가 낮은 나라가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보고는 행복은 돈이 아니고, 개인에게 달려있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자료의 일부분만 본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기 전까지는 불행함을 느낀다고 말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과 우리보다 GDP가 높은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행복하다는 것도 자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각도로 자료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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