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보나라 파스타
까르보나라 파스타만 먹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스무 살 무렵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처음 멜버른에서 지낼 때, 한국인 하숙집에서 5개월 정도 살았다 집 주인은 5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었다. 아들은 타일러여서 며칠씩 집을 비우기도 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탓에 아주머니와만 자주 마주쳤다.
나는 어른들을 공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살갑게 대했지만 이 아주머니는 나를 밀어내려 했다. 이유인즉슨, 나야 곧 떠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들면 나중에 헤어질 때 슬프다는 게 이유였다. 그 마음이 이해가 돼서 다음부터는 일부러 살갑게 대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던 나는 마트에서 좋은 베이컨을 발견하고,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었다. 요리를 하는 중에 하숙집의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다가왔다.
“무슨 맛있는 냄새가 나네”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고 하니, 자신은 평생 이런 파스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 2인분 만들 테니 같이 먹자고 권했고, 아주머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다른 음식을 할 때 조금 드릴까 여쭤보면 사양하셨지만, 까르보나라만큼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점차 늘려갔다.
그리고 내가 멜버른의 하숙집을 떠나는 날 아주머니는 펑펑 우셨다. 이럴까 봐 정을 주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그놈의 파스타 때문에 정들었다고 하며 나를 안아주셨다. 그때 알았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단순히 배만 채우는 게 아니다. 그 안에는 정이 있고,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다. 거절마저 거절하게 만드는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