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1984, 조지 오웰, 굿모닝 미스터 오웰
"굿모닝", "봉주르", "안녕하세요" 오웰씨.
굿모닝 미스터오웰: https://youtu.be/UKmANnn8zlk
1984년 1월1일 새해 정오. 미국과 프랑스, 한국, 독일 등지에서는 알 수 없는 하나의 방송이 방영된다. 방송에 등장하는 개개인은 브레이크 댄스를 추기도 하고, 마술쇼를 하기도 한다. 우뢰매에서나 볼 법한 반짝이는 전신 타이즈를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는가 하면 살바도르 달리로 변장한 채로 대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백남준이 진두지휘한 이 위성쇼는 미국 방송사 데블유엔이티(WNET)의 뉴욕 스튜디오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사이를 위성 연결했다.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 요제프 보이스, 앨런 긴즈버그, 이브 몽탕, 샬럿 무어먼 등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들의 퍼포먼스들을 화면 속에 다양한 이미지로 녹여냈다. 브레이크 댄스, 우주 요들송, 뮤직비디오가 백남준이 즉흥적으로 연출한 배경 화면 속에서 세계 각국에 방영되었다. 이 작품의 이름이 바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다.
이 해괴한 방송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제목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일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1984년 1월 1일에 이 방송이 방영된 것일까?
「동물농장」의 저자로 잘 알려진 조지 오웰은 1949년 「1984」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발표한다. 이 소설은 이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체주의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에서는 한 당이 사회 전체를 통제하고 규율한다. 그들은 언어를 다양화시키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의 사고를 축소시킨다. 그리고 당의 법규와 강령을 시민들에게 주입시키고 당을 무서워하게끔 한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텔레스크린'이라는 매스미디어이다.
"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고 하는 슬로건처럼 텔레 스크린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시민들을 감시하며 교육한다. 시민들이 집에 들어가면 커다란 스크린은 어떠한 한 집단에 의한 정보들을 전한다. 시민들은 그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 정보에 한하여서 제한된 생각들을 하게 된다. 텔레스크린은 시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다.
조지 오웰은 매스미디어를 통한 집단의 교육은 시민을 바보로 만들고 전체주의로 만들 것이라 예상했다. 사람들은 집에 오자마자 리모컨을 통하여 tv를 켤 것이다. 그들은 한 집단(방송국, 그 뒤에는 권력)에 의한 똑같은 화면을 볼 것이고 자연스럽게 방송에 제한된 생각들을 함으로써 다양성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조지 오웰은 점차 발전해가는 매스미디어들은 결국 세계를 획일화하고, 시민들은 권력집단에 의해 생각의 지배를 받으며 수동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비관적인 미래를 예상했다.
여담: 조지 오웰의 「1984」를 링크해 드리려 했는데 마음에 드는 포스트가 없네요. 혹시 좋은 포스트가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시간이 지나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인 1984년이 되었다.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조지 오웰의 말이 절반만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스미디어가 단순히 권력의 도구가 아닌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을 내세웠다. 그는 당시 쓴 글 ‘위성과 예술’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공위성은 우연적으로, 필연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기치 못한 만남을 만들 것이다. 새로운 접촉이 새로운 내용을 낳고 새로운 내용이 새로운 접촉을 낳는 피드백이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모든 종류의 피드백을 만들어냈다"
그는 뉴욕과 파리에서 벌어지는 두 예술가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방영했다. 이를 통하여 하나의 권력집단에 의한 방송이 아닌 여러 가지의 방송을 통하여 많은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한 것이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당신을 만날 시간이에요. (중략)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텔레비전은 우리의 뇌를 먹지요. 말해봐요,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죠? 여러분, 난 지금 여러분의 뇌를 먹고 있어요. 하지만 조지, 당신은 오버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아직도 남아 있어요. 봐요, 당신은 좀 틀렸어요.
백남준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조지 오웰의 비극적인 예언을 반대로 해석했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고등적인 장르를 통하여 이를 조롱했다. 과연 매스미디어에 대한 해석은 누가 맞았을까?
후반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