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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Feb 05. 2016

「지성과 영성의 만남」

이어령, 이재철, 대담, 문화, 경제, 성,  종교

빌린 책


"너무 추워서 그런데 잠깐 들어가 있어도 될까요?"

<그날은 몹시 추웠다>

왠열인지 올해는 계속 따뜻하던 겨울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온도계는 자신의 핏줄을 점점 아래로 내몰았다. 교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 너무 추워 사역실에 들렀다. 사역실은 훈훈했다. 문득 책상을 보니 여러 책들이 쌓여 있었다. 거의 모든 책들이 종교서적이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종교서적은 잘 구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교가 있지만 내가 믿는다고 하는 신에 대해 잘 모른다. 누군가 '교회에서는 왜 그렇게  말해?'라고 하면 '글쎄... 나도 잘  몰라'라고 말한다. 사람들과의 원만한 대화를 위해서는 피해야 할 대표적인 두 가지의 대화가 종교, 정치이다. 굳이 허점이 많은 내 생각을 드러내어 싸움을 유발할 수 있어서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피하곤 한다. 잘 정리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옮겨 적는 블로그에서나 드러내지. 나는 내 종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거 빌려가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죠. 거기 옆에 물품대 여대 장만 잘 작성하면 돼요"


나는 즉시 한 권의 책을 집어 들고 물품대여 대장을 작성했다. 그 책이 「지성과 영성의 만남」이었다.


지성인 이어령

<이어령>

이어령 씨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수능 언어영역 때문이었다. 「디지로그」라는 책으로 그의 글은 수능 언어영역의 단골 문제가 되었다. 대학생일 때에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싶어 그 책을 빌려 읽어보기도 했다. 읽어보니 생각이 깊고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싶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토록 논리적이고 과학을 사랑하며 통찰력 있는 사람이 기독교 서적이라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나는 그 당시만 해도 종교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믿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국회의원을 하고 높은 자리에 올랐으며 좋은 책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풍요로운 사람이 왜 기독교 책을 썼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하나님을 믿게 된 과정을 보고도 나는 사실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딸이 있었다. 그 딸은 기독교인이었다. 딸은 항상 아빠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도했다. 하지만 이어령 씨는 그 말을 무시했다. 하나님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삶은 지금껏 하나님 없이도 승승장구해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모두 이루어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을 무시했다. 그러던 중 딸이 병에 걸리게 된다.  그때서야 이어령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하나님께 매달린다. 그게 이어령이 하나님을 믿게 된 계기이다. 

그렇다면 딸이 나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딸은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이어령은 하나님을 전하는 일에 쉬지 않는다. 매달렸지만 하나님은 딸을 고치시지 않았잖아? 그렇다면 오히려 더 원망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는 이 그 이후에도 왕성하게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다. 「유쾌한 창조」,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우물을 파는 사람」, 「소설로 떠나는 영성 순례」등 수많은 신앙서적을 저술하였다. 그리고 이재철 목사님과의 대담을 엮은 책 「지성과 영성의 만남」을 출간한다. 

무엇이 지성인 이어령을 영성인 이어령으로 만들었을까? 분명 하나님은 그의 딸의 병을 완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부정하던 하나님을 앞장서서 전하고 있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망설임 없이 펼치게 되었다. 


조금은 구체적인

<이어령, 이재철의 실제 대담 모습>

이어령 교수와 이재철 목사는 정치, 경제, 교육, 사랑 등에 대해서 지성으로서의 접근과 영성으로서의 접근을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성경에 대해 박식하고, 많은 경험을 해왔기에 두 사람의 대담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독교인으로서 특정한 부분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못 잡을 때가 많다. 예수님이었더라면 이 시대에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하며 고민하곤 한다. 이 책은 그런 고민들에 '아마도 예수님은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라고 하는 두 사람의 의견을 접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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