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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과 과부하

고수의 비법을 배우고, 점진적으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by 예술호근미학

러너들이 가장 속상해하는 것은 바로 부상이다. 부상을 당하면 달리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짧은 달리기 경험이지만 나도 부상을 당한 적이 3번 있다. 그 부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첫 번째 부상은 신 스프린트 부상이었다. 달릴 때, 정강이 앞 쪽에 통증이 심해지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그저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계속 달리다보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아파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뛸 때, 앞꿈치를 드는 행동을 반복하면 이 곳에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심할 경우 피로 골절이 온다고 했다. 그때부터 달리기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유튜브에서 달리기를 알려주는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을 구독하고, 대면으로 코칭도 받으면서 달리기 폼을 바꿨다. 발목에 힘을 줘서 앞꿈치를 드는 행동을 자제하고, 최대한 발목을 편하게 바닥에 놓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더이상 신 스프린트 부상은 재발하지 않았다.


두 번째 부상은 아킬레스건 부상이었다.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거리를 늘리기 시작했다. 하프 코스를 나가기 위해서 15km 이상을 한 번에 달리고, 풀코스를 나가기 위해서 30km를 달리기도 했다. 처음 풀코스 완주를 실패하고 나간 두 번째 대회는 해외 대회었다. 그곳에서 같은 방을 쓰던 서브3 주자 형님이 풀코스를 잘 달리고 싶으면 월에 300km이상의 러닝 마일리지를 쌓으면 된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이전에는 100km 남짓 달리던 마일리지를 300km로 늘렸다. 빠르게 잘 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아킬레스건이 부어올랐다. 너무 급작스럽게 거리를 늘린 바람에 내 근육이 버티질 못했던 것이다. 러닝 마일리지는 천천히 점진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나는 과정이 지루하고 빠르게 성공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다시 마일리지를 조금 줄였다. 풀코스 마라톤에서 기록을 세우기보다는 부상 없이 완주하기로 마음 먹었다.


세 번째 부상은 무릎부상이다. 이것은 최근에 있었던 부상이다. 러닝 크루에 들어가서 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코스가 오르막 내리막이 10번이 넘는 곳이었다. 페이스는 내가 평소에 달리던 페이스와 비슷했다. 앞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해주는 분들은 의욕이 넘치는 분들이었는데, 내리막에서도 굉장히 빠르게 질주를 했다. 사실 나는 오르막 내리막 지형을 많이 달려보지 못했다. 평소에 평지를 달리던 대로만 달리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리막을 내려올 때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후에 알고 보니, 지형에 따라 달리는 방법들이 따로 있었다. 특히나 내려올 때에는 무릎에 가해지는 무게가 체중의 8배다. 반드시 내려올 때 자세는 달라야 하는데 그것을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쉬다보니 다행히 점점 무릎은 좋아지고 있다.


이 세 가지의 부상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부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을 때 생긴다는 것이다. 내가 항상 하던 일만 하면 우리에게는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면 부상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내가 안했던 행동을 하면 과부하가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으로 그 부상을 예방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고수의 방법을 익혀야 한다. 내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달리기는 그냥 달리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달리기도 자세가 안 좋고, 잘못 훈련하면 부상이 올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업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1년 전, 공인중개사를 하고 계신 어머니의 조언에 상가를 한칸 구매했다. 그 상가는 임대인이 들어오지 않았고 지금은 한달에 350만원이 넘는 빚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나중에 부동산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아파트 신축 상가는 2년이 지나면 가격이 하락해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공인중개사이지만 신축 상가를 계약해본 적이 없으시고, 또 사본 적도 없다. 오히려 구매자의 경험을 가진 친구들을 그 때 알고 있었더라면 나의 선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다.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땅에 건물을 지으면 그 건물은 곧 무너진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오래 달리려면 기초적인 근육과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한 번에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이면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다. 나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빠르게 내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직원을 채용하고 돈을 썼다. 하지만 완벽하게 현금흐름이 안정화 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내가 그들을 이끌고 갈만한 경영자로써의 자질이 없다보니 금세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과정은 지루하다. 빠르게 이루고 싶은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인 체력과 지식, 그리고 근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상황이 바뀌면 방법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내가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면서 무릎이 아팠던 이유는 오르막 내리막도 평지를 달리듯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전에 했던 방법이 잘 통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사용하면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지면 나의 주법도 바뀌어야만 한다. 이것은 사업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콘텐츠업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상황이 바뀐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전에 내가 올린 콘텐츠가 잘 되었으니 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모든 존재는 상황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지고 대우와 주제가 바뀐다. 그것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부상과 과부하를 막는 방법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부상 끝에 나는 결국 더 잘 달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운동 선수들은 큰 부상을 당하면 기량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은 부상을 경험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개선하면 부상 없이 달리기를 오래동안 즐겁게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인생과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새로운 것을 행하려고 하면 반드시 문제를 만나기 마련이다. 그것은 달리기 도중 만나는 부상과 같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멈춰서 다시는 달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그 부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할 것인가? 그것에 대한 결과는 천지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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