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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Jun 18. 2016

잭슨 폴록의 그림은 왜 유명할까?-전반부

잭슨폴록의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의 그림을 실제로 감상하다.


2013년 나는 미국 로스앤젤러스에 있었다. 모처럼 방학이고 딱히 약속이 없던 날 문득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잭슨폴록과 뤼히텐슈타인의 그림이 그곳에 있다는 걸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언제 다시 미국에 올지 모르는데 구경이나 하자하고 차를 몰았다.

신기한 점은 분명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보다는 관광 온 한국인들이 더 많았다. 아마도 로스앤젤러스가 한국을 제외한 나라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은 동네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그림을 감상하다가 잭슨 폴록의 그림 앞에 섰다.


LA MOCA 에서 직접 촬영한 잭슨폴록의 그림 <No.1> (MOCA에서는 촬영이 가능합니다)

어찌 되었든 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잭슨 폴락의 그림 앞에서 다들 입을 벌리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Wow...", "오..."

누군가는 그림에 대한 감동을 말로 표현했다.

"와 그림에서 작가의 분노가 느껴지는 것 같아."

"그림을 보니 작가가 얼마나 고뇌하며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군."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캔버스 위에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휙휙 뿌려 놓은 것처럼 밖에 안보였다. 그냥 미대생 애들의 앞치마 느낌이랄까? 굳이 인상 깊은 점을 꼽으라면 색을 특이하면서도 조화롭게 잘 썼다는 점? 대체 이 그림이 왜 유명한 거지? 난 도대체가 모르겠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그때였다. 옆에서 같이 관람하던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 이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인 거 아니?"

뭐, 뭐라고? 고작 페인트를 몇 번 들이부은 이 그림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고? 모나리자가 아니고? 아비뇽의 처녀들이 아니고? 그래서 그 즉시 핸드폰을 키고 검색을 해봤다. 2013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잭슨 폴록의 No.5이며 그 가격은 15억 6천 달러였다. (현재는 순위가 바뀐 상태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800억 원 정도였다. 게다가 No.5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No.1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그림이었다.


잭슨폴록의 <No.5>

 대체 이 그림에 어떤 비밀이 있길래 값이 비싸졌을까? 그리고 잭슨폴록이 낙서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그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화가로써의 입지


잭슨 폴록이 초기부터 그림을 '막'그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여타 추상화 작가들처럼 다소 난해하지만 물감을 막 뿌릴 정도는 아니었다. 여타 추상화 작가와 별다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당시 그의 그림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초기에는 그저 가난하고 재능이 없어 보이는 젊은 작가 중의 하나였다. 피카소의 지대한 영향 덕분에 추상화가 대세인 상황에서 그 또한 여러 가지 추상화들을 그렸었다. 그러던 중 폴록은 유태계 여인인 리 크레이스너와 결혼하며 안정을 찾고 그의 그림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다.

잭슨폴록과 리 크레이스너

리 크레이스너는 당시 미술계의 큰 손으로 통하던 페기 구겐하임에게 잭슨폴록을 소개하고, 페기 구겐하임은 잭슨폴록에게 자신의 화랑에서의 정기 전시를 허락한다. 이 전시에 명성 있는 화가였던 몬드리안이 참관하여 그의 그림을 호평한다. 이에 뉴욕 현대 미술관은 잭슨 폴록의 그림을 구매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하여 잭슨 폴록은 화가로서의 위치를 명실공히 굳혀간다.

잭슨 폴록 <스테노그래피>

여타 추상화가들과 별다르지 않은 그림을 그리던 폴록이 그의 대표작으로 인식되는 '물감을 뿌리는 그림'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나는 그린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페기 구겐하임의 집에 설치하게 되는 그림 제작이다. 페기 구겐하임은 잭슨 폴록의 그림을 굉장히 좋아하게 된다. 그녀는 잭슨폴록에게 자신의 집에 걸 수 있는 대형작품을 주문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했던 잭슨 폴록은 부르주아의 집에 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능 없고 인기 없던 그에게 정기 전시를 열어준 페기 구겐하임의 부탁이라 그는 쉽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그림의 완성 시점을 미루었다. 이에 페기 구겐하임은 분노하여 며칠 안에 반드시 그림을 완성하라고 다그쳤다. 잭슨폴록은 도무지 제정신에 그림을 그릴 수 없었고, 페기 구겐하임의 집에 있는 술병을 모조리 비웠다. 그리고는 물감을 뿌리기도 하고 칠하기도 하면서 무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그림을 완성한다. 그 그림이 바로 "벽화"이다.

잭슨 폴록 <벽화>

페기 구겐하임은 이 그림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것을 자신의 집 한쪽 면에 설치해 두었고, 그녀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그림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었다. 무질서하면서도 질서가 있는듯한 독특한 이 그림에 주의를 기울인 이가 있었다. 그는 잭슨 폴록을 미국 현대 미술의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 후반부에 계속

https://brunch.co.kr/@hogeunyu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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