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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ug 30. 2016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미비포유 #나와다른사람 #존엄사

몇 달 전, 당시 교제하던 이가 '미 비포 유'라는 영화를 보았다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제목인데..' 생각해보니 군생활을 할 때 읽었던 책의 제목이었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 책의 내용에 대해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러보니, 「애프터유」라는 책이 소설 베스트 중에 껴 있었다.  「미 비포 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는 소개가 붙어있어 궁금한 마음에 구입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군대에서 「미 비포 유」의 독서노트를 작성한 것이 생각났다. 집에 도착하여 독서노트를 꺼내었고 그 내용을 옮긴다.  


2015년 1월 20일. 연애소설이 읽고 싶었다. 


계속해서 철학서와 개념서를 읽다 보니 '머리를 좀 식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머리를 식히지는 못했다.) 물론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글을 쓰며 책을 읽는 것은 노동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84」나 「이방인」처럼 무거운 소설 말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달달한 연애소설을 읽어야 했다. 진중문고(부대 내 도서관)에 새 책들이 들어왔고 누가 봐도 연애소설 같은 표지의 「미 비포 유」를 집어 들었다. 

작가인 조조 모예스는 영국의 소설가이다. 그녀는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중 「미 비포 유」를 썼다. 이 소설은 SNS에서 입소문을 통하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영국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녀의 소설은 독특한 소재와 내용 덕분에 수많은 언론매체에 소개가 되었고 독서클럽에서 토론 주제로 활발하게 선정되는 등 화제를 일으켰다.


스토리

사지마비 환자 윌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존엄사를 6개월 앞둔 사지마비 환자 윌 트레이너와 그의 간병인 루이자 클라크의 사랑이야기이다. 윌은 성공한 기업가이자 매력 있는 젊은이였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지마비 환자가 되었고,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상심하고 낙망하여 존엄사를 택하는 인물이다. 존엄사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윌의 부모는 어떻게든 아들의 결정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들은 윌에게 살고자 하는 동기를 주고 자극을 줄 만한 인물을 간병인으로 붙이고자 마음먹는다. 그들은 간병인을 찾는다는 광고를 낸다. 같은 시각 루이자 클라크는 직장을 잃는다. 실직한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아들을 둔 대학생 여동생과 같이 사는 그녀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그녀가 직장을 잃으면 집안의 경제가 무너진다. 하여, 그녀는 구인업체를 통하여 직업을 알아보고, 윌의 부모가 광고한 일자리에 지원하고 취직하게 된다. 윌을 간병하던 루이자는 윌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윌이 6개월 후에 존엄사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한다.


자기규정과 사랑


소설 속 윌 트레이너는 자신에 대한 신념이 굉장히 강한 사내이다. 7년 전까지 그는 자존심이 강하고, 능력 있고, 경쟁에서 항상 승리했으며, 매력적인 여자 친구를 둔 성공한 젊은 청년 사업가였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하여 그는 휠체어에 앉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사지마비 환자가 되었다. 그는 7년이라는 세월을 휠체어에 앉은 채로 보내며 이렇게 사는 것은 윌트 레이너의 삶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휠체어에 앉은 사지마비 환자가 아닌 지적이고 매력적인 기업가로서 기억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죽음을 택하여 자신에게 자신의 의도가 아닌 타의로 부여된 '사지마비 환자'라는 새로운 규정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라 결론 내린다. 그는 자기규정은 자의로 내릴 때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아이러닉 한 점은 윌은 루이자에게 그녀가 갖고 있는  자의적 자기규정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루이자는 작은 성이 있는 마을에서 커다란 꿈 없이 소소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윌은 큰 꿈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를 바란다. 더불어 강간으로 인하여 생긴 트라우마를 벗어나게도 도와준다. 그렇지만 자신은 새로운 자기규정 (휠체어에 앉은 사지마비 환자)을 거부한다. 

겉보기로는 장애를 가진 부잣집 남자가 가난한 집 여자의 꿈을 이루어주는 스토리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사랑에서 장애라는 문제만 삭제해보면, 온몸이 멀쩡하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을 누리지 않는 여자를 답답해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대로 그녀의 삶을 바꾸고자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루이자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음악회를 가본다. 윌은 새로운걸 경험하는 루이자를 보며 만족해 한다.

루이자는 윌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시도해보고,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윌이 원하는 타의적 자기규정을 허락한다. 그녀는 무엇보다 윌을 사랑하고 그녀에게는 윌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윌은 끝내 새로운 자기규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누구의 사랑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나 자신보다 상대방을 꼭 더 사랑해야만 그것이 사랑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영화 속 아쉬운 점

얼마 전 영화 '미 비포 유'를 보게 되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였다. 하지만 연애 스토리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윌과 루이자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지만, 자신의 철학 때문에 새로운 자기규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정들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책으로 읽는 것이 나는 조금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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