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네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호근미학 Apr 11. 2018

나인 줄 알았던 『성격 급한 부자들』

급한 부자들, 성격이 느긋하면 부자가 되는 것도 느리다, 다구치 도모타카

물질적인 부자도 되고 싶다. 


대학원에 입학했다. 배우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있기에 아주 만족한 생활을 한다.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좋은 점은 최신 도서를 도서관에서 무료로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도서관에서는 최신 도서는 항상 예약이 되어 있거나, 누군가가 벌써 읽고 있다. 하지만 (굉장히 웃픈 일이지만) 대학생들은 책을 안 읽으니까 내가 원하는 책을 원하는 때에 빌릴 수 있다. 



처음에는 미학 책을 하나 빌리려고 했다. 요즘 계속 서양 미학만 배우다 보니 동양 미학도 배우고 싶었다. 동양미학 책을 검색하던 중에 신착도서 코너가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클릭해보니, 빨간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이 바로 『성격 급한 부자들』이었다. 


마음과 지식의 부자가 되고자 찾은 도서관이지만, 사실 물질로도 부자가 되고 싶다. 왜인지 모르지만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누군가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빌렸다. (왜 부자가 되는 것에 대해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책 표지였다. 이 이유는 조금만 더 읽어보면 알게 된다. 그만큼 '좋은 책은 아니다'라고 느꼈다. 표지에는 '답답한 거 못 참음', '졸지 않음', '호기심 많음', '머리 회전 빠름', '수긍 잘함', '욕망에 솔직함', '결정이 빠름' 등의 급한 부자들의 성격이 쓰여 있다. 이 문장들을 읽는 순간, "어?! 이건 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책을 펼쳤다. 




읽고 보니, 다구치 도모타카의 자서전이다.


책의 내용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급한 부자들의 성공하는 이유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른 결단력을 내린다는 점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것을 전제로 책을 풀어 나간다. 문제는 각 챕터마다 드는 예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주식시장에서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저자인 다구치 도모타카는 과거에 투자로 돈을 많이 벌었고, 현재는 금융회사에서 카운슬링을 한다. 그렇기에 주식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주식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주식이 10% 정도 떨어지면 빠르게 포기한다' 같은 점이다. 물론 안 되는 것을 빠르게 판단하여 다른 것을 시도하는 급한 부자들의 성격을 보여주려 한 것이고, 그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급한 부자의 성격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들이 주식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자신의 경험에서 특수성들을 빼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책을 다 읽고 나면, 이건 그냥 '내가 이렇게 성공했어'라는 형식의 자서전을 읽은 느낌이 난다. 물론 다구치 도모타카는 파산 직전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로수길 건물주의 아들은 성격이 급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굳이 내가 일본의 주식부자의 자서전까지 읽어야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걸 알면서도 이 책을 집은 것이 조금은 후회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런하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