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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n 28. 2022

세상의 놀이터를 다 가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놀이터에 대한 엄마의 생각

놀이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곳’이다. 어떤 집단이나 개인의 활동 장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놀이터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엄마는 어느새 놀이터죽순이가 되기도 한다. 주위에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는 여름이 되기도 전에 놀이터 죽순이 생활을 하다보니 새카맣게 타버렸다. 다음해에 그 엄마는 챙이 긴 모자를 준비해 항상 가지고 다닌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놀이터죽순이 생활에 대한 대비이다. 내 얼굴을 더이상 태울 수 없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다.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파트 단지내의 놀이터를 다녔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돌무렵부터 놀이터에 아이를 풀어둔 기억이 난다. 그네는 위험해서 곁에 가보지도 않는다. 시소나 정적인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엄마가 항상 곁에 붙어있기 마련이다.

아이는 함께 노는 친구들이 있건 없건 놀이터에 나가면 1시간은 기본이다. 2시간은 조금 놀았고 3시간도 좀 더 놀았다는 기분이 드나보다. 매번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실랑이를 하게 된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해가 어둑어둑 지면 겨우 집에 들어간다.

놀이터의 ‘터’는 ‘자리’나 ‘장소’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낚시터, 일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어릴 적의 놀이터는 모래밭이 많았다. 지금은 우레탄으로 바뀌어 모래놀이터는 오래된 아파트의 놀이터가 아니고서는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래놀이터를 더 좋아한다. 집에 돌아오면 바지와 신발에서 털어도 털어도 나오는 모래때문에 엄마들은 싫지만 아이들은 고운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오는 느낌이 좋은 모양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래밭에서 놀기 때문이다.

중고생이되면서 놀이터는 그네에 앉아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된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여름날 친구와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맥주 한 잔 기울이기 좋은 곳이 놀이터이다. 낮에는 아이들 차지이기 때문에 해진 뒤에는 어른들의 놀이터가 된다.

아파트 놀이터는 미끄럼틀, 그네, 시소와 색다른 놀이기구 한 두개가 전부이다. 하지만 유아숲놀이터 등을 가보면 나무로 만들거나 색다른 시설들이 많다.

운전을 하면서 좋은 점은 새로 생긴 아파트 놀이터탐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들은 입주기간 한두달동안은 주차게이트도 열려있고, 놀이터도 개방되어 있다.

수원에 새로생긴 광교신도시는 아이가 어릴 때 입주가 한창이었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아이와 오가던 길에 생기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아이와 함께 놀이터 투어를 나섰다. 어머, 짚라인이 있네. 새로 생기는 놀이터는 놀이동산이나 마찬가지이다. 매일 가는 놀이터도 신나는데 새로생긴 놀이터는 얼마나 신이 날까. 아이는 즐겁게 놀고 그날밤은 야외에서 뛰어놀았기 때문에 잠도 잘 잔다.

1년간 가족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미술관, 박물관 어디를 가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엄마들이 펴낸 책을 읽어봤다. 그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가 좋아한 것은 놀이터, 해변가 등등이었다는 점이다. 그 책들의 공통점은 미술관의 휴관일정과 복잡한 여행루트를 짜서 힘들게 예약하고 어렵게 다녀왔던 박물관이나 다른 기억들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아이들에게 가장 흥미있었던 곳은 놀이터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의 계획도 수정되었다. 호주의 놀이터 한 곳은 규모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엄마들이 일정상 잠깐 끼워넣은 곳인데 그곳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 4년뒤 계획대로 가족 세계여행을 하게 되면 우리 아이들도 7살, 14살 아이일텐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을 가자고 생각했다. 그곳은 바로 놀이터이다.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좋아하는 놀이터 여행을 계획하기로 했다.

이제는 세계의 놀이터를 검색해봐야겠다. 각 나라별, 도시별 놀이터를 찾아서 ‘가족 세계 놀이터 여행’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꿈이 되었다. 사실 놀이터를 실컷 가다가 아이가 ‘엄마 이제 놀이터 시시해, 다른 데는 없어?’ 할 때쯤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명한 곳을 사이사이 끼워넣을 예정이다. 아이들이 질리도록 놀면서 얻게 될 그 무언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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