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된 순대국밥집 아시나요, 수원역 7번 출구 파바뒤에 있어요
2018-11-30 19:39:11최종 업데이트 : 2018-12-03 10:24:49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겨울이 되니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수원역에서 오래되었다는 순대국밥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순댓국은 '돼지를 삶은 국물에 순대를 넣고 끓인 국'으로 영어로는 Korean Blood sausage soup 또는 sundaetguk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한글 맞춤법상 '순댓국'이 맞는 표현이라고 하는데 간판은 모두 '순대국'으로 적혀있다. 한글 맞춤법상 사이시옷을 적은 순댓국이 맞지만, 그렇게 표기하는 업소는 별로 없다. 대부분 '순대국'으로 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순대국밥은 한글 맞춤법상 '순대국밥'이 맞다.
수원역 순대 골목길은 예전 남동생하고 와본 기억이 있는데 어느 집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물었더니 수원역 7번출구로 나가 파리바게트 뒤편으로 왼쪽에서 두 번째 집이라고 한다. 남동생의 추천으로 함께 순대국밥집을 다녀온 지 거의 10년은 된 듯하다. 한 자리에서 10년넘게 영업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수원역에서 애경백화점 쪽을 지나 AK town 지하 1층은 수원역 지하상가와 연결된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올리브영이 생겼다. 예전에는 빕스와 식당가였는데 모두 없어졌다. 그동안 많이 바뀐 듯하다. 애경백화점을 나와 지하차도로 연결된 계단을 올라갔다.
'주먹 맛볼래'라는 주스 집 골목을 따라가 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수원역 지하상가 끝에서 밖으로 나가면 순대 골목길이었다. 수원역 반대편 끝까지 걸어가 보니 11번 출구라고 한다. 예전에는 12, 13번 출구였던 것 같다. 계단을 올라 지상 1층으로 올라가 보니 수원역 7번 출구와 8번 출구가 감싸고 있었다. 7, 8번 출구 어디로 나와도 순대 골목길과 연결된다.
7번 출구로 나오면 우측에 파리바게트가 있다. 그 바로 뒷골목에 어둡게 '순대 골목길'이라고 적혀있는데 한 사람만 지나갈 법한 이 골목길로 들어가야 맛있는 순대국밥집을 만날 수 있다. 주말에는 보통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골목길이 안보일 수도 있으니 파리바게트 바로 뒷골목을 기억해야 찾을 수 있다. 순대국밥을 좋아하는 남동생이 추천하는 집은 골목 왼쪽 두 번째라고 했는데 막상 골목길로 들어가 보니 순대국밥집은 딱 3군데였다. 예전에 올 때는 식당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없어진 건지 원래 3군데뿐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8번 출구는 나오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나오는 골목길로 들어가야 한다. 나와서 바로 직진하면 그 골목길은 다시는 안 나온다. 8번 출구 나오자마자 바로 왼쪽은 종로의 피맛골처럼 좁은 골목길이다 보니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금연구역이라는 음성안내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2명의 흡연자를 보았다. 너무 늦은 시간 여자 혼자라면 별로 추천하지 않을 골목이다. 초행길이라면 꼭 여럿이 방문하기를 권한다.
금요일 저녁시간에 방문해서일까 순대국밥집 3군데 모두 테이블이 꽉 찼다. 메뉴가 순대와 고기라서 일까 대부분 남자 손님이다. 남녀 커플로 온 곳도 드물고 남자끼리 방문한 테이블이 90% 정도 되어 보였다. 나 역시 예전에 남동생이 맛있다고 해서 같이 와보지 않았다면 선뜻 혼자 나서기 힘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순대국밥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고기들을 난 잘 먹지 못한다. 자주 먹어보지 못했던 고기부위에서 약간 역한 냄새가 나는 듯해서이다. 나는 오직 순대만 들어간 순대국밥만 먹을 수 있다.
예전에 화서시장 순대국밥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순대가 먹고 싶어 오랜만에 가서 '순대국밥 하나 주세요' 하고 시켰다가 온갖 이상한 부위의 고기가 들어가 있고, 순대는 단 2개만 들어간 순대국밥이 나와 제대로 먹지 못했던 적도 있다. 숟가락으로 국만 휘젓고 못 먹고 있었더니 식당 주인이 왜 못 먹냐고 물어보셔서 원래 순대만 넣어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못 먹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친절한 순대국밥집 아주머니는 다시 순대만 넣어서 해주겠다며 기다리라고 했던 고마운 추억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순대만 넣은 순대국밥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다. 그랬더니 주문받는 아주머니가 '살코기도 넣어드릴까요'라고 한다. 아, 살코기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네, 살코 기하고 순대만 넣어주세요.라고 주문을 넣었다.
잠시 기다리니 생각보다 순대국밥이 빨리 나왔다. 역시 손님이 많은 곳은 회전도 빠르고 음식도 빨리 나와서 좋다. 수원역에서 시간이 급할 때 얼른 한 그릇 후루룩 먹고 싶다면 수원역 7, 8번 출구의 순대 골목길을 꼭 떠올려 찾기를 바란다.
아쉽게도 푸짐한 살코기와 함께 나온 순대국밥의 순대는 5개 정도 들어있었다. 순대를 더 먹고 싶었는데 아쉽다. 다음에는 꼭 '순대만 들어간 순대국밥'을 시켜봐야겠다. 배가 불러오니 옆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여섯 명의 중년 남자분들이 모여있다. 서로 반말을 하는 걸 보니 동창인 듯하다. 퇴직하고 어쩌고 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모두 60대는 넘어 보인다. 남자 어른들끼리 서로 반말하는 모습을 보니 여자들이 친구들과 모여 수다 떠는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는 남자들의 카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 테이블은 물론 건너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남자들도 서로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수다에 식당은 활기찼고,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옆 테이블은 무얼 먹는지 혼자서 왔는지 둘이 왔는지 개의치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모인 동창들이나 친구들의 모임인 듯했다. 주위 사람은 아무 상관없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이야기하기에도 바쁜 모습이다. 이건 여자들이 커피숍에 앉아서 수다 떠는 모습과도 비슷해 보였다.
순대국밥집은 남자들이 모여 커피가 아닌 고기를 놓고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며 수다를 떠는 남자들의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의 수다가 궁금하다면, 시끌벅적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수원역 7, 8번 출구의 순대국밥집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따끈한 국물이 반기는 곳이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갔다. 내가 들어간 식당 이름은 '아다미'였다.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계산을 마치고 카운터에 계시는 남자분께 여쭈어보았다.
-식당 이름 '아다미'가 무슨 뜻이에요.
-뜻 없어요, 저희 할머니가 이름 예쁘다고 그냥 지으신 거예요.
-진짜 친할머니부터 이 식당을 운영하신 거예요?
-네, 제가 손주고요.
-아, 그렇군요.
이곳 식당 밖 간판은 50년 90년이 되었다며 자랑을 하고 있었다. 저게 무슨 뜻일까 했는데 할머니가 차린 식당을 아직도 손주가 이어받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남동생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자극적이지도 않고 고기는 참 부드러웠다. 먹을 때도 맛있게 먹었지만 할머니가 가게를 차리시고 대를 이어 손주가 관리하고 있는 순대국밥집이라고 하니 방금 먹은 순대국밥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이름난 맛집은 괜스레 유명해진 것은 아닌 듯하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내공이 맛에 배어있는 듯하다. 따끈한 온돌방도 있는 아다미 식당, 순대국밥이 생각난다면, 남자들의 수다가 궁금하다면, 꼭 찾아보기를 권한다. 오래된 집인 만큼 남자들이 모여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남자들이 많이 찾아서일까 서빙하는 분은 모두 여자였고, 카운터의 손주 분만 남자였다. 이건 여자들이 많이 찾는 카페에 멋진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이유와 같은 것일까. 번화가의 커피숍처럼 수원역 7, 8번 출구의 순대국밥집은 24시간 운영한다고 한다. 이른 새벽 기차나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수원역에서 아침을 걸렀다면 꼭 방문해보기를 권한다. 수원역 앞에는 24시간 순대국밥집 3군데가 한 곳에 몰려있다.
명산순대국(명산식당):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6,
일요일 둘째 주 휴무, 매일 08:00 - 24:00
아다미순대국(아다미식당):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8,
매일 00:00 - 24:00(24시간 영업) 명절 휴무
일미순대국(일미식당):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2,
매일 10:00 - 22:00 비정기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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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상 한 곳에서 운영한 식당만 취재가 가능한 e수원뉴스의 규정상 오래된 식당을 찾아 기사화한 '기획기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