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에게 한 번만이라도 문자를 보내주세요.
3월 경 통계조사원 면접을 봤다. 결과적으로 불합격되어 일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서류전형 합격부터 면접을 보러 가는 과정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어 글을 쓴다.
공고상에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반 정도 계약직이었다. 통계조사원이라고 적혀있었고,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쓰여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통계 쪽 공부와 연구사업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을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원을 하려고 보니 워크넷 이력서만으로 지원할 수 없었다. NCS 기반으로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이력서를 한 번 더 작성해야 했다. 이전에 이력서를 작성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이라면 간편한 방식일 수 있겠으나, 나 같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일이 구직사이트에 올라오면 그때 이력서를 썼기 때문에 번거로운 감이 없지 않았다. 그렇게 같은 날 2개의 이력서를 작성했다. 노동 관련 직종이며 통계 쪽 경력을 이야기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력 중 노동조합 활동을 꺼내게 되었다.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은 대게 취업을 준비할 때 노동조합 활동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달리 노동조합에서 활동했던 것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이다.
운이 좋게 서류 전형에 합격되었다. 이때부터 '매 순간 왜 연락이 안 오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 구직활동을 하다 보니 지원자에게 연락을 주는 경우가 무척 드물다고 느꼈다. 이메일 혹은 구직사이트를 통해 지원을 하면 메일이 접수되었다고 답신이 오거나 혹은 문자로 연락이 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대부분 시민사회단체에서 이런 감수성을 읽고 연락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는 대체로 합격이 아닌 이상 연락이 오는 경우가 없었다. 공공기관은 통계조사원이 처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서울시 내 공공기관이니까 당연히 연락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면접 당일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메일, 문자, 전화 전혀 없었다. 내가 서류전형을 합격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고용노동청 홈페이지에서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여기에서는 합격자의 수험번호가 있었고, 내 수험번호를 확인하러 다시 내 메일함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내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다시 공지사항으로 돌아와 내 번호가 있는지 비교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합격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나는 너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과정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합격 대상자들에게 연락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면접 대상자인 것을 어렵게 확인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러 가는 당일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시나 싶어서 다시 메일과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30분 정도 거리였다. 혹시 늦지 않을까 싶어 일찍 출발했다. 도착해서 이름을 말하니 대기실로 안내해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이름이 쓰여있는 명찰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내가 면접자인지 확신이 들었고, 안도감이 들었다. 안내하시는 분께서 커피와 사탕을 먹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고, 나는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뒤에야 주변 풍경이 보였다. 5-6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얼추 둘러보아도 내가 제일 어린것 같았다. 남성분들은 대부분 정장에 넥타이까지 하고 있었고, 여성 분들은 조금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통계조사원 채용공고에 면접복장에 대한 기준이 쓰여있었으면 생각이 들었다. 나름 깔끔한 옷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들이 정장을 입고 오신 모습을 보니까 민망해졌다. 복장 정도로 떨어지진 않겠지, 괜찮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면접 보러 오는데 기본적인 것도 맞추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 것만 같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반대로 최근에 지원한 회사는 채용공고에 면접 복장은 자유라고 명시해놓았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면접 복장 자유라는 짧은 안내가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어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면접 자체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왜 지원했는지, 무슨 일을 했었는지, 이 일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르신들이 많은 직업인데 같이 일하는데 어렵지 않겠는지, 설문조사를 받을 때 쫓겨날 수도 있는데 괜찮은지, 이런 경험이 있는지 등을 질문받았다. 마지막 질문의 대답만 가벼운 마음으로 했다. 편의점 실태조사나 캠페인 하면서 많이 쫓겨나 봤다. 그런 경험 있다고 대답했다. 내심 가산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했던 면접 과정이었다. 이후에 같이 지원했던 지인이 말하길 워크넷에서 정보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문자가 안 갈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지금 와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내가 정보동의를 하지 않아서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직 과정에서 지원자가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과 감수성을 보다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받아들이고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전히 많은 시스템과 체계가 행위자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면접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