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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Nov 11. 2022

11월 11일(금) 신림동과 불편한 점과 결심

며칠 전부터 신림동 학원으로 통근하고 있다.  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참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결국 3일 만에 스트레스가 폭발해버렸다. 무기력증이 오려고 했고, 화가 쌓여갔다. 그 며칠 새. 신림동은 노량진보다 공부하기에는 좋은 환경 같다. 노량진은 건물과 사람들의 밀집도가 너무 높아 번잡스럽게 느껴졌다. 신림동은 나름 골목도 넓고 사람 사는 동네에 학원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둥지를 터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노량진 보다는 쾌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하나의 주택 건물에 소형 실외기가 10개 이상 달려있는 것이었고, 더 놀라웠던 것은 대부분의 집이 그런 형태였다는 점이다. 고시원을 정말 가까이서 보는 건 이런 감각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새삼 체감했다. 그리고 하나 더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퉁이 전봇대 앞에서 흡연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피울 수 없으니 하나둘씩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여기도 노량진과 비슷한 점은 밤 10시 즈음이 되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건 두 공간의 공통점 같다. 


학원은 보습학원 같고 조용하고 괜찮았다. 다만, 불편했던 건 운영상의 문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통제를 가하려고 하는 조교의 모습이 불편했다. 갑자기 성적순으로 자리를 배치하더니 하위권을 몰아서 배치하고, 휴대폰을 걷어간다는 말이 너무.. 감수성 없는 행동 같았다. 매주 성적에 따라 자리가 바뀐다. 나의 이전 10년 동안 삶과 생활에서 이런 시스템을 경험한 적은 손에 꼽는다. 군대에서 조차 민주적 조직운영에 대한 고민을 했었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한편으로는 그 조교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혼자서 10여 명을 관리해야 되고, 다 같이 성적을 올릴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나도 하위권으로 가지 않기 위해 다시 열의를 내고 자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불편은 한데, 지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심을 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가치관이 맞지 않는 행동에 따르는 것에 스트레스가 폭발했지만,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적응해야 하고,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적어도 여기에서 버티고 앉아있으면 성적은 오를 것이라고 느껴진다. 불편한 것도 인내하는 것도 공부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신림동에 오면서 첫 며칠 동안은 이곳을 받아들이기가 내심 어려웠던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폭발한 날에 무엇이 되었든 나는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왔으니, 그러니 나는 내가 좋든 싫든 이곳의 문화와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수할 것은 감수하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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