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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Dec 08. 2022

12월 8일(목) RPG 게임과 마음의 허

나는 게임도 RPG 게임만 한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많이 했던 스타크래프트와 슈팅게임을 할 때에도 나는 바람의 나라와 테일즈위버를 고집했다. 레벨 올리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게임 내 커뮤니티와 길드, 클럽 등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때도 나는 채팅창을 숨기고 레벨을 올렸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즐겼던 것은 경험치 이벤트였다. 레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치 몇 배 이벤트, 장비 이벤트 등이 좋았고, 그런 날이면 하루 종일 몰입해서 게임을 했다. 엄마의 용인 하에 금요일은 밤새 게임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의 몰입 시간은 20시간이 넘기도 했다. 물론 학교 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굳이 게임 이야기를 한 것은 요새 공부하는 것이 게임 같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잦은 시험이 힘들었고, 부담스러웠다. 시험 끝나면 벽에 붙여놓는 성적도 불편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니까 시험이라는 이벤트가 없으니 일주일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진다. 총 세 종류의 시험이 있다. 매일 아침 보는 진도별 모의고사, 수요일에 하는 어려운 시험, 토요일에 하는 암기 시험이 있다. 초반에는 부담스러웠지만 하다 보니 적응이 된다. 그리고 약간 타이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패턴과 마음가짐이 잡히는 것 같다. 그리고 성적이 잘 나오면 동기부여도 된다. 안 좋게만 볼 건 아니었는데, 첫 불편함을 극복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지만 그 이후에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스트레스를 계속 감당해야 된다는 건 여전히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수험생활에 긍정적 이벤트는 결국 시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벤트를 통해 성적을 올리는 것이 마치 레벨을 올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게임을 멈추거나 다른 것을 할 때 오는 허전함도 비슷한 것 같다. 일주일의 '강', '중', '약'이 다른데, 그중 '중'과 '약'이 될 때 마음에 허가 끼는 것 같다. 열의는 항상 4일 정도 유지가 되는데, 3일째가 되면 점점 허가 들어와 다른 생각과 공부가 공존하는 것 같다. 그럴 때는 화가 나는 생각도 들어오고, 힘든 생각도 들어오고, 지루한 느낌도 들어온다.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교재는 약간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집중을 유지하기가 힘들고 마음이 힘들어진다. 특히, 목표가 불분명한 과목을 공부하는 한 주는 증상이 더 심해진다. 헌법과 경찰학은 선생님이 주는 자극이 일정하게 있다. 그래서 이때는 일정도 타이트하고, 마음도 단단한 느낌이다. 반대로 형사법은 선생님이 다뤄줄 수 없으니 각자 해야 되는 부분이 커진다.


엊그제는 여자 친구와 출근하면서 형법 할 때는 루즈한 느낌이 크다고 했던 날, 선생님이 우리에게 '마음에 허가 낀 것 같다'라고 했다. 바로 알아보시는 것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약간 꺼졌던 열의를 다시 올려주셨다. 다른 과목은 약점이 분명해서 개선할 목표가 있었고, 그렇기에 열의를 가지고 공부했다. 그런데 형사법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오니 80점에서 위아래로 변동이 없었고, 개선할 방법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이 특강에 다녀와서 받은 교재를 보더니 이런 건 하루 날 잡고 다 풀어버리라는 말을 했고, 나는 평소에 미련을 갖고 있던 신호진 선생님의 핵심 1000제를 떠올렸다.  이틀에 한 권씩 잡고 각론, 수사 증거를 풀기로 했다. 원래는 총론까지 6일 잡고 하려고 했지만 학원 일정과 교재 출간 일정이 안 맞아서 일단 두 권만 하기로 했다. 일단 각론은 주문을 했고, 수사 증거는 다른 친구에게 사기로 했다.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000문제를 1 회독하는 목표로 시간을 보내야겠다. 선생님이 만들어줄 수 없는 이벤트는 스스로 만들어야겠다.


마음의 허가 자주 끼는 한 주였다. 그래서 심적으로 지쳤고 집중력도 흐트러진 것 같다. 그럼에도 학원에 다니면서 기복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함께 스터디하는 친구들이 주는 자극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스터디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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