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틴강 Feb 02. 2023

2월 2일(목) 버티기와 달리기, 그리고 뱁새

오랜만에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오늘 계획은 오전에 쉬면서 글을 쓰고 오후부터 오답 선지를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오전에 쉬고 점심으로 치킨을 먹고 낮잠을 잤다가 누워서 유튜브를 계속 봤다. 한참 뒤에 일어나 학교 수강신청을 하고, 잠시 외출을 하고 다녀왔다. 빨래를 정리하고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9시에는 운동을 가기로 했다. 오답정리를 해야 하는데.. 쉬는 날이 되면 공부하는 몸이 작동이 안 된다. 스위치가 꺼져서 다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2월에는 매일 아침 30분 정도 일찍 학원에 갈 생각인데, 그때 오답 선지 정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버티기] 1월 3-4주는 형사법을 했다. 2주 동안 했던 것 치고는 좀 지루했다. 형사법은 시험도 없어서 더 지루했던 것 같다. 형사법 2주 차에는 자꾸 쳐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심란했다. 2주가 다 지나니까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이 명확히 설명은 안 되지만 그래도 짧게나마 남겨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음의 허는 중간 정도로 항상 있었던 것 같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와 많이 비교했다. 쟤는 나 보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나보다 더 성적이 잘 나오는 것에 열등감을 느꼈다. 나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꾸 한두 문제 더 틀리는 게 이따금씩 서글펐다. 쟤는 어떤 이유 때문에 나보다 더 공부를 잘하는 것일까 고민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을 텐데,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1월 마지막 주는 남과 나를 비교하는데 마음의 시간을 쓴 것 같다.


얼마간 지나고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루한 틈을 타서 마음에 허가 꼈고, 그 허는 비교로 나타났고,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생각에 쓰는 시간만큼 공부에 에너지를 쏟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이따금씩 공부하기 싫은 날이 있었는데(정확히는 하루였지만), 예전에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했을 때 생각이 났다. 그때는 공부하시 싫은 날 그냥 일찍 집에 오거나 여자친구랑 산책을 했다. 통제해 주는 사람이나 학원이 없으니 공부하기 싫은 날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 문득 그때 생각과 경험이 떠올라 약간 불안했다. 그때처럼 완전히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리면 어떡하지 싶었다. 그러다 공부 관련 유튜브에서 슬럼프는 언제든 찾아온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 시간은 결국 지나간다고 했다. 공부가 하기 싫었던 그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였을까, 그 시간에 지나갈 거니까 그냥 앉아서 책이나 보자고 생각했다. 머릿속에 평소보다 잘 들어오지 않더라도 그냥 눈으로라도 읽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두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봤더니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사라졌다. 때로는 생각 없음이 답일 때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지쳤던 마음도 조금 사그라들었고, 공부가 하기 싫지도 않다. 오히려 공부할 시간을 조금 더 만들고 싶은 생각이 크다.


1월 3-4주,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생기는 그 시기를 ‘버티기’ 주간 혹은 ‘굳히기’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소강상태가 왔을 때 잠시 멈추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 버티기라고 하면 레슬링에서 뒤집히지 않게 버티는 기술이 떠오른다(실제로 버티기라는 기술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성적이 더 떨어지지 않게 일단 유지만 하는 거다. 평소 했던 루틴대로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거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열의가 생기지는 않아서 경쟁심도 딱히 없어서 남 보다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하겠다고 일찍 나오고 쉬는 시간에도 공부했던 나의 과거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생각은 멈춰있고, 주체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던 대로 하는 거다. 그저 하던 대로 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그냥 했던 대로 했다. 앞으로 시험까지 6개월 남았는데, 그중 몇 번의 ‘버티기’ 시간이 찾아올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다시 그 시기가 찾아오면 나는 넘어가지 않게 버티기로 했다. 레슬링 선수처럼.


[달리기] 1월 29일, 2월 1일 타 학원 모의고사를 보고 왔다. 두 곳 모두 점수대는 헌법, 형사법, 경찰학 순서대로 85점, 80점, 80점으로 비슷하다. 다만 백분율이 조금 다르다. 1월에 본 곳은 노량진이었다. 개수형 문제가 많아서 까다로웠다. 채점할 때는 너무 많이 틀리는 것 같아서 낙담했다. 더 치열하게 공부했는데 점수대가 변함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평균점수대가 110점으로 나와서 좀 놀랐다. 아직 확정된 점수컷이 나오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노량진 시험에서는 상위권인 것 같다. 2월에 본시험은 신림에 있는 곳이었다. 점수대는 비슷했는데, 백분율은 50%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시험 보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약간 아쉬운 점수이긴 하다. 그럼에도 그곳에 찐 고수들이 잔뜩 있다는 것이 다시 마음에 불을 지폈다. 2월에는 점수를 더 끌어올리고 싶다. 그래야 3월에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과유불급이지만 그럼에도 일단은 과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주 작은 습관을 만들어서 실천해 봐야겠다.


[뱁새] 여전히 뱁새 같다. 내가 타인과 나를 이렇게 자주 비교했나 싶을 정도로 비교하는 것 같다. 주로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비교하는 것 같다. 따라갈 황새가 있다는 점은 합격권으로 가는 것에 있어서 여전히 좋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황새가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황새를 쫓아가고 싶은 뱁새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내 나름의 방법으로 따라가야 할 텐데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2월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겠다. 뱁새이되 뱁새의 방법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1월 23일(월) 설날과 휴식, 그리고 운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