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관우상이 반겨주는 곳
[호]
사진을 찍으면 비현실적인 풍경이 담기는 곳,
연지담을 하루는 낮에, 또 하루는 해가 진 뒤에 두 번 다녀왔습니다.
연꽃이 아름다운 호수라는 뜻의 연지담(蓮池潭,Lotus Pond)은
가오슝에서 가장 전통색채를 띤 풍경구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꽃이 다 지고나서 없으므로 무연담(無蓮潭)이라고나 할까요?
연지담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용과 호랑이 상이 있는 용호탑인데,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중이어서 아래 그림처럼 볼 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관광청의 사진을 가져와 봅니다. ㅎㅎ
용과 호랑이 상이 있는 용호탑은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 입으로 나오면 액운을 피하고 길상을 맞게 된다고 하는군요.
용호탑은 공사중이지만 들어갈 수는 있어서 그대로 따라해 보았습니다.ㅎㅎ
(현재는 2025년에 공사가 끝나 용호탑 내부와 외부 모두 다시 관람이 가능합니다.
예전에는 볼품이 없어 아쉬웠지만,
지금은 연지담의 상징적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연지담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사원 20여곳과 건축물,
조각상들이 있어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연지담을 시계바늘 방향으로 한바퀴 돌아봅니다.
춘추각 맞은 편에 있는 계명당은
관우와 공자를 함께 모시는 사당이라고 합니다.
멀리 관우상이 보입니다.
거대한 관우 신상은 높이가 72m로, 대만에서 가장 높은 수상으로,
오른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천하제일검으로 불렸던 칠성보검인데
길이가 38.5m에 이른다고 하네요.
연지담 위쪽 끝에는 대만에서 가장 큰 공자묘가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안에는 공자의 위패만 있고, 정작 영정 같은 것도 없습니다.
다만 만고강상(萬古綱常)이란 현판만 걸려 있습니다.
아마 공자가 이야기한 삼강오륜이 오래오래 이어지라는 뜻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한바퀴 돌아서 나오다가 바로 옆 회랑에 있는 찻집에 들러봅니다.
망고커피 집이라네요. 커피와 망고가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합니다.
내부는 상당히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습니다.
가오슝에서 유명한 망고빙수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망고커피는 과연 무슨 맛일지요?
진하게 내린 커피에다 살짝 얼린 듯한 망고를 얹어서 나옵니다.
망고맛과 커피맛을 함께 느끼기에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연지담을 한바퀴 돌아보고는 점심을 먹으러 근처 가까이 위치한
우육면 집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묵는 숙소 근처의 항원우육면과 함께
가오슝에서 유명한 우육면 집인 삼우우육면입니다.
우육면도 맛있지만, 김치와 콩나물무침,
오이절임, 가지 요리까지 반찬으로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한 접시당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모처럼 맛있게 먹고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관광지에서의 하루였지만,
돌아오는 길만큼은 생활자의 귀가처럼 느껴지는
가오슝의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이 글은 가오슝 한달살기 중(2023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인 글입니다.
[호]
한달살기를 하다 보면
시간대를 달리해, 특히 해질 무렵 다시 가보면 좋을 곳들이 있습니다.
연지담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연못을 중심으로 용과 호랑이, 사원과 조형물들이 이어지는 풍경은
가오슝이라는 도시가 가진 전통적인 얼굴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연지담은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고,
‘시간이 없다면 굳이 찾아 올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대개 그렇듯,
이방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장소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니
한 번쯤은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 안 봐도 돼’ 하고 지나쳐 버린 유명한 관광지는
여행이 끝난 뒤, 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로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여행지에는 이렇게,
그 순간보다 나중에 의미가 도착하는 장소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