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한달살기(10)/계획은 바뀌었지만 하루는 좋았다

소우산 커플관경대에서 내려다본 가오슝, 보얼항구 KW2에서 보낸 오후

by 호히부부

[히]


오늘은 가오슝 항구와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기 좋다고 알려진

시즈완 지역의 두 곳, 영국영사관과 소우산 커플관경대를 가보기로

열심히 계획하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계획이라는 게 늘 그렇듯, 마음은 생각보다 빨리 바뀝니다.

보얼예술특구 안에 있는 숙소에서 출발해 영국영사관 대문 앞까지는(걸어서 약 30분)

무리 없이 잘 도착했지만, 막상 눈앞에 둔 전망을 앞두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차피 오늘 가려는 곳들은 다 언덕 위에서 가오슝 풍경을 내려다보는 장소들인데,
굳이 두 군데씩이나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영국영사관 전망은 패스,
발길은 자연스럽게 소우산 커플관경대로 향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계획을 세워도
한순간에 바뀌는 게 여행자의 마음인가 봅니다.


화살표는 보얼예술특구 안에 있는 숙소. 지도 가운데 시즈완 역 주변에 있는 관광지들은 뚜벅이로 다녀봐도 좋을 법하다.(약 20~30분 소요)


대신 오늘 짜놓은 계획 하나가 없어지니 시간이 넉넉해져

돌아오는 길에는 보얼 예술특구 안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KW2를 찾아

점심도 먹고, 맛난 커피도 마시며 오후를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실은 아침에 날라가버린 계획이 하나 더 있네용.

이른 오전에 먹는 커피 한잔의 여유가 너무 좋아서 영국영사관 쪽으로 오며

단단히 계획에 넣어놨던 커피 스타벅스인데(영사관 바로 인근에 있음)

씬나게 가보니 어언 1년 전에 없어졌네요?

나름 최신이라는 가오슝 여행책자에서 본건데 쩝..

다시한번 실시간 어플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AI시대를 맞은 작금의 상황에서 불과 2년여 전임에도 이 문장이 왤케 까마득한 그옛날 갬성같을까요^^)



20231027_092832.jpg?type=w1600 창문으로 시즈완 앞바다가 훤이 보인다고 소개된, 영사관 앞 스타벅스가 있었던 건물.




커플관경대를 걸어서 가는 길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정돈 안된 계단과, 인도가 없는 얕은 언덕을 올라,

국립중산대학 후문 앞을 지나니 충렬사 입구가 나옵니다.

입구로 직진, 몇발짝만 더올라가면 충렬사와 나란히 붙어있는

커플관경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까지 오는데 오르막 구간들이 그리 길지는 않아서 걸어갈 만은 했지만,

중간중간 제 눈에는 표지판이 잘 안보이니 좀 불안한 길찾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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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도착해서야 나타난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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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관경대(사진 빨간 동그라미)가 가까운 지하철 역인 시즈완 역앞에 대기중인 택시. 여기서 타고가면 기본요금 정도 나온다고.


그렇게 마지막 계단을 올라 소우산 커플 관경대에 섰습니다.

왜 이름이 커플 관경대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혼자 와서 보면 안되는 걸까요? ㅎㅎ


20231027_105140.jpg?type=w1600 커플 관경대에서 'LOVE'


가장 먼저 눈에 띈 LOVE 조형물,

그리고 더이상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하긴 천지사방에 LOVE만 있으면 되는 거죠 머..

거기다 가오슝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까지 있으니.^^


커플 전망대에서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가오슝 도심 빌딩 중 가장 높아 눈길을 끄는

가오슝 85스카이타워를 중심으로 가오슝 항구, 바다를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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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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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에 온지 일주일이 넘은지라 어느새 제법 낯익고 익숙해진 도심과 바다 모습


커플 관경대를 구경하고나서 이제는 숙소가 있는 보얼 예술특구 방향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커플 관경대 입구 바로 건너편에 그럴싸한 안내판과 함께 내리막길이 보여서

이번엔 숲속 길을 이용해보기로 합니다.(구글맵에서도 빠른 길로 이 방향을 안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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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만 말끔하더니 곧이어 방치된 듯한 산길, 폐허가 보입니다.

바로 가까이서는 어슬렁거리는 개들까지 위협적으로 짖어대고!

다행히 숲속 길이 도심 대도로변으로 이어지긴 해서 불과 10여분만에 급하게 내려오긴 했지만,

이 길은 (겁 많은 사람은^^) 이용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

역시 안전한 길이 최고입니다.




20231027_162030.jpg?type=w1600 보얼 예술 특구 안에 있는, 현대적인 창고형 복합문화공간 KW2. 1,2층 복층구조이다


오후에는 숙소 근처, 보얼 예술특구 안의 KW2를 찾았습니다.

KW2 (Kaoshiung Port Warehouse No.2)는

일제 강점기때 수출용 설탕저장및 운송을 위한 창고였던 곳을 이렇듯 새로 재건축해 사용하고 있는데

여러 의류, 잡화 생활용품점, 카페, 식당이 모여있는 다목적 문화공간이랍니다.

오전 내내 더위에 지쳐있다가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보얼특구 인근에서 이곳 냉방이 젤 시원하다는 소문대로) 더위와 걷기의 피로가 급 풀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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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점심부터 먹기로 합니다.

이 안에 식당들은 몇군데뿐이지만 중화권을 넘어서 여러나라 음식이 있답니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만난 로컬음식보다는 왠지 대만 향내가 덜 날 것 같은 느낌이랄까.ㅎㅎ

대신 가쓰오부시 향내가 진동하는 음식코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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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완자 꼬치를 선택하면 뜨거운 육수에 끓여주는데 국물맛도 시원하고 탱글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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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유명한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 루이자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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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2 1층 중앙과, 2층에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길다란 코너가 있다


오전에 못 먹은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통유리창 너머로 가오슝 항 바다를 바라보며 글 작업도 합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계획과 달리 움직였음에도

하루는 여유로왔고 계획보다 꽉 찬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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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가오슝 한달살기 중(2023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인 글입니다.






"26년 1월 생각"


이날을 다시 떠올려보면
가오슝에서 본 풍경보다 계획이 무너졌던 순간의 마음이 더 선명합니다.

열심히 짜두었던 일정은 언제든 한순간에 바뀔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하루는 오히려 느슨해졌습니다.

높은 곳에서 항구를 내려다보고,
다시 항구 안으로 내려와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흘려보내던 오후.

그때는 그저 계획이 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시선으로 보니 여행은 원래 그런 방식으로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만들어왔던 것 같네요.

가끔은 계획을 내려놓는 것이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드는 방법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