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김치롤과 생맥주,뜻밖의 발맛사지까지
[히]
가오슝의 대표 야시장 두곳, 리우허와 루이펑 중에서
이번에는 리우허 야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에는 숙소(보얼예술특구 안) 근처에 있는,
거의 현지인들만 찾는 얀쳉푸 야시장을 먼저 구경했기에
이번엔 루이펑 야시장보다 비교적 쾌적하고 관광객 위주로 알려진
리우허 야시장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지하철 미려도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야시장 입구.
접근성 하나는 정말 최고입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서자마자 정신이 조금 없습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노점 사이 도로로,
낮에는 차량이 다니다가 야시장이 열리면(오후 5시)
자동차만 통제되고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여전히 오가네요.
이곳저곳 구경하느라 한눈파는 입장에선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구조입니다.
평일인데다 이른 시간이라 야시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
생각보다 길지 않은 거리(체감상 500m도 안 되는 듯)를
끝에서 끝까지 한 바퀴 천천히 돌아봅니다.
만두, 꼬치구이, 국수류, 굴과 해산물 전, 각종 볶음과 튀김들…
알 듯 모를 듯한 음식들이 굽고, 지지고, 볶이고, 끓여지고 있네요.
항구도시 가오슝답게 해산물도 수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리우허 야시장을 한바퀴 다 돌았으나 막상 뭘 먹어야 할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
가오슝 한달살기 벌써 13일째인데,
뜻밖에도 이곳 음식들이 생각보다 제 입에 크게 맞지는 않습니다.
먹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먹을 만한데,
‘다시 꼭 먹고 싶다’는 느낌까지는 아닌, 그러고도 다시 먹으면 또 잘 먹어지는,
그런 미묘한 어딘가…랄까요.ㅎㅎ
그러다 결국 발견한 메뉴,
삼겹살 ‘김치’ 롤!
결국 리우허 야시장에서의 첫 선택은
이성보다 본능이었습니다. ㅎㅎ
오뎅 비슷한 것에 삼겹살을 돌돌 말아 불맛을 내고
그 위에 지진 김치(같지 않은 김치^^)를 얹어주는데 맛을 보니 딱 알겠더군요.
입맛 잃은 한국 관광객을 위한 메뉴.
그럴싸하고, 생각보다 포만감도 있고, 결론적으로는 꽤 맛있었습니다.
1차를 맛있게 먹고 나니 바로 옆 가게에서 생맥주가 눈에 들어옵니다.
뒷 테이블에 멀찌감치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며
리우허 야시장을 오가는 관광객들을 느긋하게 구경합니다.
그런데 바로 앞 생과일 가게 할아버지가 또 눈에 들어옵니다.
과일을 다루는 손길 하나하나에서 유난히 진지함과 정성이 느껴져
결국 주스를 주문하게 됩니다.
번역기를 돌려 주문한 무설탕 아보카도 우유 주스는
예상대로 담백하고, 은은하고, 고소.
이어 주문한 수박 주스도
어느새 말하지 않아도 무설탕으로 만들어주시네요.
괜히 단골 된 기분입니다.^^
(아보카도 우유 주스 약 2,500원 / 수박 주스 약 1,700원)
오늘 리우허 야시장에서 우리가 저녁으로 선택한 음식들은
(삼겹살김치롤, 옛날통닭에 생맥주, 그리고 생과일쥬스까지)
다 본능이 끌리는대로 였고, 역시나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야시장을 걷다 보니 우연히 마주친 두 곳의 마사지 가게.
계획에도 없던 발 마사지, 결국 본능에 또 이끌려 받게 됩니다.
두 가게중 맹인 안마사 가게에서 발맛사지(30분, 2만원)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좀더 정보를 검색한 후, 맛사지를 받아볼려고 생각중이었는데
이렇게나 불쑥, 맛사지를 받고 말았네요.
받는 내내 마이 아팠지만ㅋㅋ 끝나고나니 발이 개운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근데 이 분, 맹인안마사는 아닌 듯? ㅋㅋ)
가오슝을 떠나기 전에,
다른 곳에서 전신 마사지는 마음먹고 꼭 한 번 더 받아볼 생각입니다.
오늘 리우허 야시장에서 만난 풍경 중
가장 아름답게 남은 장면은 이것이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수학여행 왔다는 중학생 소녀들의 환한 미소.
야시장 풍경보다, 음식보다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이 글은 대만 가오슝 한달살기 중(2023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