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슝 한달살기(18)/가오슝 대표 야시장,루이펑

여행자와 현지인의 저녁이 겹치는 곳

by 호히부부

[히]



가오슝에는 리우허, 쌍종, 얀첸푸 등 여러 곳의 야시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나 분위기, 현지인 밀집도까지 모두 놓고 보면
가오슝을 대표하는 야시장은 단연 루이펑 야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오슝 쭤잉구에 위치한 루이펑 야시장은
지하철 레드라인 쥐단역(巨蛋站) 1번 출구를 나와 100여 미터만 걸으면 바로 닿습니다.

지하철에서 올라오자마자 느껴지는 사람 냄새와 음식 냄새 덕분에
길을 헤맬 틈도 없습니다.

루이펑 야시장은 얀첸푸나 리우허 야시장처럼
자동차 도로를 저녁에만 통제해 열리는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야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상설 시장 구조를 갖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골목의 구조나 동선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가게 수 또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20231112_175030.jpg 루이펑 야시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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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일요일 저녁에 찾은 루이펑 야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려 줄을 서 있으면, 마주 오는 사람과 서로 몸을 비켜 가며 지나야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 친구들과 웃으며 길거리 음식을 나눠 먹는 젊은이들,
익숙한 듯 능숙하게 주문하는 현지인들까지.
모두의 표정이 묘하게 들떠 있습니다.
야시장에서 이런 활기를 즐기지 못한다면,
차라리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로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이펑 야시장의 음식들은 이름만 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가오슝 최대 규모의 야시장답게 대만 전통 음식을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 서양식까지 국적도 꽤 다양합니다.

이 음식들은 모두 현지 야시장 스타일로 변형되어 한자리에 모여 있고,
번역기를 돌려봐도 그저 대충 짐작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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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음식이겠죠?
SE-0140d66d-741d-4f6f-ae76-2e3fa712e661.jpg?type=w1600 중동 버거, 샤와르마라고 번역하는데 '돌다, 회전한다'는 뜻. 중동 지방의 케밥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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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반갑고 든든한 한국음식. K-푸드 영향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20231112_180131.jpg?type=w1600 메뉴판의 '튀긴 한국 겨울 분말'이 뭘까요? ㅋㅋ
SE-0437784c-2057-44dd-ba0c-32adaad96708.jpg?type=w1600 큰 팬에 조리해서 종이 그릇에 담아 판매하는 길거리 스타일 빠에야


이날 저녁에 우리가 사 먹은 음식들은 네가지입니다.

메추리알 요리, 굴전, 케밥,
그리고 포장 전문 프라이드 치킨인 천사지파이까지.
접시에 담아 앉아서 먹는 식사는 아니었지만,
손에 들고 서서, 혹은 걷다 멈춰 서서 먹는 이 방식이
오히려 이곳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에 푸짐하게 먹기보다는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며 이동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루이펑 야시장을 즐기는 방법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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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펑 야시장은 관광객도 많지만, 그보다 현지인 비중이 훨씬 높은 야시장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먹거리만이 아니라 옷과 생활용품, 잡화, 오락실까지,
사람들의 일상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시장길을 오가다 보면 분명 여행지에 와 있는데도 어느새 이 동네의 저녁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
여행자인 우리에게는 스쳐 지나갈 공간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주 익숙한 동네의 풍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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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루이펑 야시장은
매일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열리지만,
월요일과 수요일은 휴장합니다.

가오슝에서의 저녁을 보내게 된다면,

루이펑 야시장을 한 번쯤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지는 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이 글은 대만 가오슝 한달살기 중(2023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현재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