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한달살기(7)/극락사 연등과 불꽃놀이

극락사 설맞이 연등 점등식을 보다

by 호히부부

[호]



극락사(極樂寺).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절 이름입니다.

한자로 極樂寺를 사용하는 사원이

서울 은평구의 극락사를 비롯해 강화, 대구, 평창, 금산, 제주,

그리고 중국 하얼빈, 일본 교토, 베트남, 대만 등 여러 군데 있는 것을 보면

불교에서 ‘극락’이라는 내세관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지타운 서쪽 아예르이탐에 있는 극락사(Kek Lok Si Temple)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중국식 불교 사원입니다.


며칠 전, 13일에는 음력 설을 앞두고

극락사 안의 1만여개의 전등이 (해가 지고 난 직후, 8시 무렵) 일시에 불을 밝히는,

점등식이 개시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날을 택해 저녁시간보다 약간 일찍 극락사를 방문했습니다.


20260213_173827.jpg 극락사 7층 파고다와 건물들


산중턱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긴 계단을 한참 헐떡거리며 올라갔습니다.

여럿 건물을 지나 만난 극락사 대웅전 입구에는

우리나라 산사처럼 사천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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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천왕과는 달리 금박을 입혀놓았습니다


해가 완전히 지기도 전부터 사찰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낮동안의 열기가 아직 남아 산 위의 공기는 생각보다 후덥지근했습니다.

우리는 천천히 극락사 내부를 둘러보며 불상이 있는 전각과 탑,

그리고 붉은 등불들이 매달린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사찰 내외부는 막바지 전등과 폭죽 설치 등으로 분주했지만,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법당 주변에 모인 신도들의 기대감도 함께 차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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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치장을 한 극락사


해가 지려면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아 있고,

점등식이 거행되려면 더 기다려야 했지만,

좋은 자리를 잡겠다고 연등 아래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저마다 별 탈없이 무사하게 지나간 한해를 감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소망하는 마음은

온세상 사람 누구라도 같을 것입니다.


20260213_180750.jpg 점등식을 앞두고 기도용 좌석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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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원로 대표로 보이는 분도 앞자리에 착석했습니다


점등식 직전 사람들의 기원




7시가 넘고 해가 완전히 숨어들자 드디어 점등식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복과 공덕을 기원하는 긴 독경과 알 수 없는 불교 의식이 계속된 후,

마침내 기다리던 그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사찰이 한순간 숨을 들이쉬듯
약 1만 개의 전구가 동시에 켜졌습니다.

산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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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등 순간입니다


마치 거대한 등불 하나가 밤하늘 위에 떠오른 듯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사람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저마다 휴대폰을 머리위로 들어올려 사진을 찍습니다.

빛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불꽃놀이가 펑펑 시작됐습니다.
수천 발의 불꽃이 밤을 가르며 터졌고,

색색의 빛이 사찰의 지붕과 탑 위로 쏟아졌습니다.

순간, 현실인지 축제 속 한 장면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아름답더군요.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지만,

그 모든 시간이 이 장면을 위한 준비였다는 듯

온 세상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화려한 불꽃놀이의 향연이 동영상으로 이어집니다.





한참을 넋 놓고 촬영한 뒤,
늦을세라 사람들 사이를 따라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뒤돌아본 순간, 다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어둠 속 산 위에 떠 있는 극락사의 야경.
조금 전까지 그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장엄한 모습이었습니다.


극락은 어쩌면 저 멀리 있는 세계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이 켜지는 그 짧은 순간처럼
마음이 잠시 밝아지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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