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한달살기(6)/거니의 아침

신시가지 해안 산책기

by 호히부부

[호]



구시가지 너머

조지타운 북쪽에 위치한 거니(Gurney) 지역은

페낭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활기찬 곳 중 하나랍니다.

구시가지(유네스코 구역)가 과거 무역 도시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이라면,

거니는 오늘날 페낭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신흥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거니 지역 안에는 Gurney Plaza와
Gurney Paragon 같은 쇼핑몰이 자리하고,
상가와 콘도가 늘어선 Gurney Drive,
해안을 낀 수변공원 산책로가 있는 Gurney Bay가 있습니다.


쇼핑과 산책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이른 시간 내에 꼭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동네입니다.

특히 거니 베이 산책로는 왕복 약 1.5km.
‘페낭에서 가장 걷기 편한 해안 코스’라는 말을 듣고는
겸사겸사 산책도 하고, 쇼핑몰 마트도 구경할 겸 길을 나섰습니다.


20260214_122002.jpg 한가운데 우뚝 선 빌딩 메리어트호텔 주변 일대가 거니지역이다


창밖으로만 보던 곳

거니는 사실 눈으로는 이미 익숙한 곳입니다.
트로피카나 218번지 숙소 창문 너머로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진 도시의 윤곽이 늘 시야 한편에 걸려 있었으니까요.

낮에는 햇빛에 반짝이고, 저녁이면 불빛이 은은하게 번지던 곳.

머무는 동안 한 번쯤은 저 풍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도보 30여 분 거리라 걸어보기로 합니다.

페낭은 인도가 끊기는 구간이 많아 걷기에 마냥 좋은 도시는 아닙니다.

그래도 그동안 남쪽, 구시가 쪽만 맴돌았으니
이번에는 북쪽 신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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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볼록한 건물은 한층에 2세대만 거주하는 34층 '11거니 드라이브 콘도미니엄'이다
20260210_083348.jpg 거니 베이 산책로 입구


바다와 마주한 아침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선 풍경을 지나 거니 베이 입구에 다다르자
드넓은 바다와 마주합니다.

이곳 앞바다는 바로 말라카 해협(Strait of Malacca).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놓인 해협으로,
역사적으로 해상 교역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하루 수백 척의 선박이 오가는 세계적인 항로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무색하게,
우리 앞에 펼쳐진 아침 바다는 놀랄 만큼 고요했습니다.

붉은 햇살을 머금은 수면 위로 잔물결만 잔잔히 번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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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물려받은 공원

거니 수변공원은 최근 몇 년 사이
바다를 매립해 새롭게 조성된 공간이랍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숍하우스와 달리
이곳은 높은 빌딩과 깨끗한 도로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신도심 풍경입니다.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한 산책로와 잔디 깔린 공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길 위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
반려견과 천천히 걷는 이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입니다.

스케이트보드와 롱보드를 탈 수 있는 스케이트 파크,
어린이 놀이터도 잘 마련되어 있구요.

그런데 정작 공원에 사람이 생각보다 없습니다.

우리나라 공원들과는 정반대의, 한산하기 그지없는 거니베이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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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한켠의 스케이트 파크


햇빛과 그늘 사이

넓은 해안 산책로를 걷는 기분은 상쾌했지만
그늘 하나 없는 공간에 쏟아지는 햇빛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른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이곳을 찾는지 금세 이해가 됩니다.


조그마한 그늘을 찾아 바다를 바라보며
페낭에서 처음 싸본 작은 아침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여행자이면서도,
조금은 이곳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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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시로

산책로는 생각보다 길지 않아
금세 한 바퀴를 돌고 공원 밖 도로로 나왔습니다.

쇼핑몰 오픈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입구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모닝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현지식 진한 커피가 아닌,
익숙한 서양식 커피 한 잔이 그날따라 잘 어울렸습니다.


Gurney Paragon과 Gurney Plaza를 둘러봅니다.

설을 앞둔 시기라 붉은 장식이 가득했고,

정갈한 마트 진열대와 다양한 주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 한국 소주 가격이 거의 다섯 배라는 사실에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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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곤 몰과 거니프라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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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서점으로 알려진 파라곤 몰 책방, BookX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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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파라곤몰)에서 고른 점심은 결국 또 나시 참푸르(Nasi Cam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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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가 있으나 비싸다. 우리나라 소주는 약 5배


쇼핑몰을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아침에 걸었던 거리들이

어느새 조금은 낯익은 풍경이 되어 스쳐 지나갑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골목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거니 역시 페낭을 이루는 또 하나의 얼굴일 것입니다.


여행자가 아닌,
잠시 이곳에 머무는 사람의 속도로 걷고 돌아온,

일상같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