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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한달살기(2)/골목따라
걷다보니

헤이안 신궁, 교토대학, 카모강변을 지나

by 호히부부

(2023년 3월 중순)


[히]

교토에서 왠만하면 걸어다니며 구경을 하기로 작정한 터라,

오늘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중, 정원과 연못이 아름답다는 헤이안 신궁과

근처에 있는 교토대학을 구경하고, 돌아올 때는 교토 시민들의 힐링 쉼터로 사랑받고 있는

카모 강변을 따라 돌아오기로 한다.

기왕이면 벚꽃이 만개할 때쯤에 맞춰 가보고 싶은 몇몇 관광지들은 꾹꾹 아껴두는 중.

짧은 일정의 여행에 비해 '한달살기'를 하기에 누려보는 호사이자 여유이리라.ㅎㅎ


20230320_103504.jpg?type=w1600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란...


도심 한가운데서 한두 블럭 뒷골목, 이면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교토의 큰 도로변에는 현대적인 빌딩이 즐비하지만

골목길만 들어서면 '진짜 일본스럽다'라고밖에 표현 안되는

아기자기한 옛날 가옥들이 발걸음을 여러 번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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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우리나라 어느 소도시 마을쯤에서 한번쯤은 본 듯한,

심지어 깡그리 잊고 있던 어린시절의 향수마저 불러오는 듯한,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일본식 가옥에서 살았거든요), 교토의 옛스런 골목길 풍경은

일순간 이곳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자꾸만 닫혀지려는 마음의 경계를 조금은 풀어놓는 듯 하다.

세상 그 어디라도 평범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대로, 순수한 자연의 일부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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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라 아이들을 유아원에라도 데려다 주는 듯,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우고 지나가는 엄마들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일본은 사람 반 자전거 반이라더니 집집마다, 거리마다 자전거들 천지다.

저렇게 자전거를 생활화 하면 교통체증도 줄고, 엄마들 체중도 줄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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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신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 빨간 문, 도리이를 지난다.

이 도리이는 높이 24m로 일본에서 가장 크고 높은 문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일본의 신사 앞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문이라고 한다.


헤이안 시대(794~1185)의 원래 황궁을 축소 복제했다고 하는데 1976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3년만에 재건됐다고 함


헤이안 신궁은 교토에 있는 오래된 고대신사와 달리

1895년에 일본의 (구) 수도로서 교토의 1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교토가 수도였을때 최초이자 마지막 통치자인

간무 천황과 고메이 천황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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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적은 목판들과, 멀리서 보면 꼭 벚꽃처럼 보이는 소원종이 벚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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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왼쪽에 있는 정원, 신원(神苑)으로 가본다.

300여그루의 벚나무 산책로를 비롯하여 초여름의 두약·창포,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시사철 풍광이 아름다운 메이지시대의 대표적인 일본 정원이라는데

1975년 12월에 국가 명승지로 지정되었다.


안내도를 보니 규모33,000㎡(약10,000평)로 신전을 빙 둘러

동·중·서·남 4개의 정원을 돌아 나오게 되어 있다(약 30여분 소요).

지금이 3월 중순이라 피어있는 꽃들이 많이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안보고가면 서운할 듯 하여 입장료(1인 600엔)를 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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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원은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나무나 바위 등 모든 재료를

자연 상태 그대로 이용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으로만 봐야 했던 교토황궁 정원이나 니조성 정원과 다르게

구불구불한 연못 사이를 직접 걸어다닐 수 있으니

정원을 산책하는 맛이 나서 좋았다.


약 20여분 걸어가자 어느새 마지막 호수인 네번째 호수가 보이고,

벚꽃 꽃망울들 사이로 헤이안 신궁 회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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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에프터눈티가 제공되며 결혼식 피로연 장소이기도 한 신궁 회관의 정갈한 모습


20230320_103328.jpg?type=w1600 꽃보다 아름답도다


헤이안 신궁 정원에 화사한 봄 꽃들이 아직 피어나지 않아서 못내 아쉬운 마음을

신궁의 소나무 감상으로 대신해본다.




20230320_105358.jpg?type=w1600 길을 걷다보면, 크고 작은 수로가 있는 고즈녁한 풍경과 만나는 즐거움은 덤^^


헤이안 신궁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걸어서 30여분)

교토대학으로 간다.

(거기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까먹을 예정이라 발걸음이 즐겁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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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학 시계탑 광장과, 줄 맞춰 늘어선 자전거들


1897년에 설립된 교토대학은 도쿄 대학에 버금가는 명문이라고 한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수수한 듯 유서깊은 느낌의 황토색 건물과 함께 보이는 시계탑 광장이

의외로 한산하고 조용해서 좋다(3월 후반인데 아직도 방학중인듯?).

그 어느 때고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면

갑자기 마음이 풋풋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마도 나이 탓이겠지?ㅎㅎ


그건그렇고,

밥 먹을 장소부터 찾는다.

아침 일찍부터 숙소에서 나왔는데 구경하고 걷다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훌쩍 지났다.


20230320_120719.jpg?type=w1600 마트표 한국식과 일본식의 콜라보?! 담백함의 끝이랄까..ㅎㅎ




돌아오는 길은 교토 시민들에게 최고의 휴식과 힐링의 명소라고 하는

카모강변 길을 따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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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태우고 온 엄마들의 자가용도 쉬는 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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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0_132250.jpg?type=w1600 벚꽃보다 며칠 먼저 조팝 꽃이 활짝^^


교토에 와서 카모강은 불과 단 한번의 만남이었음에도

교토 사람들이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를 담박에 알 것 같은

카모강 산책길이다.

탁 트인 옛스러운 풍광 속에서 제각기 카모강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세상 자연스럽기만 하다.


숙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너무 좋다.

교토에서 한달살기 중에 가끔씩, 아니 어느새 자주,

카모강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둘씩 나란히 앉아 카모강을 보고 있는 연인,친구들.






(2023/3월 중순~4월 중순, 교토 한달살기 중에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 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때때로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독도를 죽도로 표기하고 일본땅이라고 계속 우기거나,

독일이나 대만 등 다른 나라에 있는 위안부 동상까지 철거하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군함도와 사도광산 유적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저도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민학교 교장으로 계셨던 부친을 따라다니며 살았던

1960~70년대의 교장 관사가 일본식 판잣집이어서

교토에서 만난 옛 판잣집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고 심지어 친숙하기까지 했습니다.


일본 만화와 소설, 일본 영화을 보고

샤프 펜슬과 소니 워커맨을 가지고 싶었던 청소년기에는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일본에 가고싶어

나고야에 사시던 외당숙이 부러워 편지를 쓴 적도 있습니다.


교토에서 한달살기는 이러저러한

복잡하고 다중적인 마음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화려한 벚꽃이 피었다가 허무하게 지는 교토의 모습마냥.


히)

음식 천국 교토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계도시에서도 간단한 도시락을 잘 싸들고 다닙니다.

하루 한번정도만, 주로 점심때 외식을 하는데 그럼에도 뭘 먹어야 될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고,

일정을 바삐 보내다보면 끼니때 맞춰서 원하는 식당이 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본은 (잘 아시다시피) 음식들이 달아서 너무 맛있게 먹고나면

보란듯이 혈당이 치솟으니... (남편이 당뇨라서ㅠㅎ)

그래저래 가끔, 자주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데

좀 귀찮기는 해도 이 도시락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도시락은 원래 어감만으로도 마냥 좋잖아요.

가방 안에 도시락을 넣어가는 날은 그 어디에 당도하여 도시락을 맛있게 까먹을

재미까지 넣어가니 즐거움이 두배!

아주 소소하지만 몸과 마음이 단순해지고 가벼워지는 날입니다.

교토에서는 마트에만 가면 일렬로 도열한 맛있는 도시락들이 즐비해서

눈마저 행복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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