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고쇼(황궁), 니조 성을 찾아
(2023년 3월 중순)
[호]
숙소 (니조지구)에서 도보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교토 고쇼(황궁)와 니조성을 가보기로 한다.
이제 한달살기를 시작하는 초반이니 처음부터 먼 곳에 있는 관광지를 가기보다
숙소 근처에 있으면서 걸어서 가볼 만한 곳들을 골랐다.
먼저 교토 고쇼이다.
교토 고쇼는 교토가 수도이던 시대에 일본 천황이 도쿄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500년 이상을 거주했던 황궁이다.
남북 1,100m, 동서 약 600m의 터에 지어진 고쇼는
황궁과 정원으로 나뉘어 있는데,
2016년부터 일반에게 개방돼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 후 입구로 들어갔다.
일본은 어딜 가나 한국어로 된 안내 팸플릿이 놓여 있고
지하철이나 웬만한 공공장소에는 한글이 병기돼 있다.
한국어 팸플릿 하나를 챙겨서 가이드 삼아
팸플릿에 나온 주요 사진과 실제 모습을 맞춰가며 천천히 구경해본다.
다양한 건축 양식을 잘 모르지만,
한눈에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양의 지붕과 기둥, 벽체와 마루가 눈에 띈다.
하지만 그저 그것뿐,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봐도 다 비슷비슷,
'그냥 큰 궁궐이었구나' 하는 느낌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아는 것이 적어서 일 것이다.ㅎㅎ
여전히 지금도 황실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인에게는
일본의 지나간 500년 역사가 모여있는 아주 중요한 문화유산이겠으나
오히려 황궁 내부에 있는, 오붓하고 정감있는 정원 오솔길을 걸어다니는 것이
사실 나는 더 즐거웁다.
(교토고쇼의 정원을 회유식 정원이라고 한단다. 쳇 쥐피티가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회유식정원(回遊式庭園)은 일본 전통 정원의 하나로, 주로 경치를 감상하며 돌아다니는 형태를 갖춘 정원입니다. 이 정원은 방문자가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회유(回遊)'란 '돌아다니며 관람하다'는 의미로, 정원 내 여러 경관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방문자는 특정 경로를 따라 걸으며 각기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여유를 제공하고 자연 속에서 명상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제 고쇼밖으로 나가본다.
눈앞에 탁트인 교토 교엔(정원)이 펼쳐진다.
교토 고쇼(황궁)는 마치 교토의 센트럴파크라고도 할 수 있는 교토 교엔(정원) 안에 위치해서
이곳을 방문하면 고쇼와 교엔을 동시에 구경하고 산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같다.
여기저기 조금씩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교토 교엔에서 만개한 벚꽃을 볼려면 (지금은 3월 16일이다)
며칠 더 기다려야 할 듯.
아래는 며칠을 기다렸다가 (3월 25일) 다시 교토 교엔(공원)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다.
그 사이 하루가 다르게 꽃들도 만개하고 소풍나온 사람들도 많아졌다.
빛나는 수양버들마냥 하늘거리는 벚꽃잎들 사이로
교토 사람들이 제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이 봄, 행복을 그리고 있다.
그 사이에 섞여 우리도 즐겁다.^^
이제 교토 고쇼, 황궁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니조성(Nijo castle)으로 간다.
니조성은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성인데 도쿠가와 막부의 권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으로,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정문에서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다.
정원만 둘러보는 데는 800엔이지만 1,300엔을 내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니노마루 궁전 내부도 볼 수 있다.
니조성은 400여년 전인 1601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성을 짓기 시작해 1603년 완성한 다음,
쇼군으로 임명돼 니노마루 궁전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내도에서 보이듯 니조성은 바깥에 해자*가 둘러싸고 있고,
혼마루 궁전 안쪽에도 해자가 둘러싸고 있다.
* 해자(垓子) :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성의 둘레 같은 곳에 땅을 파놓고 물을 채워 놓은 것
성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아주 화려한 성문이 우람하게 솟아있다.
니노마루 정문인 당문이다.
마당 한켠에 버튼을 누르면 니조성에 대한 안내를
3분간 한국어로 들을 수 있는 시설도 설치돼 있다.
400년전에 만들어진 니노마루 궁전은
일본의 건축과 디자인의 황금기인 에도시대 초기의 유적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어서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사진이 없으니 구구절절 설명 안해도 되는 좋은 점이.....ㅋㅋ)
그래서 내부 사진은 한글판 니조성 홈페이지에서 일부 빌려왔다.
니노마루 궁전 내부도.
사진 위에서 좌우로 무사대기실, 대형실,
아래는 흑서원, 대형실,
맨 아래는 고위직 관리실, 칙사실... 등.
특히 니노마루 궁전의 복도는 사람이 걸으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져
흔히 침입자의 암살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소개한다.
걸쇠와 복도를 지탱하는 못이 닿으면서 휘파람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정작 챗 쥐피티는 침입자를 감지하기 위한 보안 기능이 있는 '울새바닥(うぐいすばり, Uguisu-bari)' 장치가 유명하다고 소개하고 있네요. ㅎㅎ)
이제 내부를 순식간에 휘이 다 둘러봤으니
다시 나와서 역시나 성 구경보다 즐거운 정원 구경을 해본다.
관람방향을 잘 모르니
단체로 입장한 고등학생들을 뒤따라 간다.
혼마루 궁전은 2017년부터 대대적으로 공사중이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올해중으로 보존수리공사가 완공돼 다시 볼 수 있다니
일단 홈페이지 사진이라도 올려본다.
이제 혼마루 정원 한귀퉁이에 있는 천수각 옛터에 올라본다.
사방이 훤히 뚫려 있어 전망이 좋다.
니조성 구경을 마칠 즈음 저절로 발길을 붙잡는 코너가 있다.
일본의 전통주를 진열해놓고 파는데 시식도 가능해서 기꺼이 한잔 맛본다.
사실 일본의 황궁이나 성 내부 모습을 구경하는 내내 좀 불편한 심기가 있었다.
우리 역사책, 영화나 TV에서 늘 분노속에 마주했던 장소들과 여지없이 오버랩되니..
정종 한모금 하며 마음 정리를 한다.ㅎㅎ
니조성을 구경한 지 약 1시간 반쯤 지나 성밖으로 나왔다.
시냇물이 흐르는 천변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귀여운 어린이들이 천변을 뛰어오다 밝게 손을 흔들어준다.
다른 나라 황궁, 성 구경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만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은 역시나 이런 순간이다.
[호]
교토의 황궁이나 니조 성과 같은 문화유산도 구경할 만하지만
저는 그냥 교토의 민낱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습니다.
천진난만한 유치원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걸어가고
초등학생 아이들이 하교길에 장난치며 가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꾸며놓은 일본 정원도 아름다웠지만,
카모 강이나 백천 강가에 있는 수양버들, 조팝나무,
박태기 나무가 벚나무와 함께 흐드러져 있는 아래,
친구나 연인끼리 나란히 앉아 벤또(도시락)를 까먹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