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거리 입구까지
(2023년 3월 하순)
[히]
숙소가 있는 가라스마오이케 역을 중심으로 며칠 간 주변 일대를 오가는 중에
설레임으로 기다려진 풍경이 있다.
교토 도심 한가운데 동네 냇가마냥 친근하기 그지없는 다카세 강 물길 따라
벙글벙글 꽃망울을 머금고 있던 벚꽃잎들인데 드디어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비가 내리고 오늘은 구름도 가득하고 날은 흐리지만
더이상은 기다리지 못하고 교토 대표 관광 거리인 기온거리쪽으로
벚꽃 만개한 물길을 따라 걸어가본다.
기야초 거리 바로 옆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다카세 강물과,
온통 만개해 흐드러진 아름다운 벚꽃과,
물길 따라 길게 늘어선 나즈막한 2, 3층 건물들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앙증맞은 조그마한 돌다리들,
이 모든 것이 진짜 조화스럽고 환상적이다.
마치 살아있는 한폭의 풍경화같다.
개천같은 이 물길이 너무 신기해서 구글 지도 등 검색을 달렸는데
다카세 강이라는 것 외에는 정보가 잘 없었다.
그러다 찾은 자료 하나.
'다카세 강은 1611년 운하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강으로
이후 300년 동안 운하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교토 시청 주변의 운하를 따라 니조거리쪽으로 약 200미터 정도만 더 걸어가면
안내판과 함께 술통들을 실은 나룻배가 한척 보이는데
이 장소가 다카세 강물이 시작되는 곳인가보다.
그 옛날엔 이 운하로 술통들을 날랐다지만
4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 물길 위로 하이얀 벚꽃잎이 취한 듯 황홀하게 떠간다.
이 풍경을 앞에 두고 저마다 상춘객들은
봄꽃잎에 온통 취해 가슴 설레인다.
찰칵찰칵 눈으로, 마음으로, 카메라로 저장하기 바쁘다.^^
다카세 강 벚꽃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물길 옆으로 웬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일본 영화 발상지'라고 한다.
교토에서 일본영화가 처음 시작되었다고 하니, 오~~ 새삼 흥미롭다.
비석 바로 뒤에 있는 현대적 건물 1층에는
여행객들에게 유명하다는 '블루보틀' 커피(키야마치 카페)가 있다.
일본에 온지 일주일째인데 아직도 맛있는 커피를 맛보지 못하던 차,
블루보틀 커피를 먹어보니 소문대로 깊은 풍미가 느껴지고 맛있다.
양이 좀 적어서 아쉽지만 맛이 좋으니 행복.ㅎㅎ
다카세 강 물길 사이로 아기자기한 벚꽃길을 걸으며
교토 와서 처음으로 하늘거리는 봄 벚꽃을 맘껏 만끽하는 하루다.
아래는 벚꽃나무에 파묻힌 사찰, 정법사.
우리 숙소가 있는 가라스마 오이케 역 주변에 있는, 도심 속 작은 사원인데
흐드러지다못해 땅바닥까지 고개숙인 벚꽃나무가 마치 사원의 주인공인 듯 하다.^^
이 아름다운 꽃잎들도 3월말에서 4월초가 지나면 다 사라질테니
그 사이에 교토의 벚꽃명소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끝으로, 다카세 강의 밤벚꽃 풍경사진 몇장 이어집니다.
같은 장소, 같은 벚꽃임에도 낮에 보던 그 벚꽃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입니다.
마치 밤하늘에, 팡팡 터져 하얗게 번지는 황홀한 폭죽이라도 보는 양,
이 봄 밤범꽃의 자태가, 그 찰라의 아름다움이 경이롭습니다.
(2023/3월 중순~4월 중순, 교토 한달살기 중에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 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때때로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이제 막 피어나는 이 벚꽃 세상을 보러 교토 한달살기 일정을 맞췄습니다.
제주도가 원산인 왕벚나무는 일본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성한 벚꽃 봉오리를 자랑하지만,
다카세 강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벚나무는 실버들처럼 아래로 휘영청 내려오는데,
시다레자쿠라(しだれざくら [垂れ桜])라는 품종인데 수양벚꽃,버들벚꽃이라고 하네요.
이 벚나무는 교토에서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는데,
특히 개울가나 강가에 많이 심어져 있어서 수양버드나무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기에 참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 이 교토 한달살기 일기에서 여기저기서 찍어온 사진을 보실 수 있겠습니다.
4월 4일 11시 22분 이후 다시 맞는 봄이자 활짝 피어나는 벚꽃이라서
올해 봄벚꽃은 더욱 뜻깊은 것같습니다.
[히]
우리나라도 지금 사방에서 벚꽃이 벙글거리기 시작하네요.
교토의 벚꽃도 좋았지만 우리동네에 핀 벚꽃도 아름답습니다.
이번주 벚꽃이 만개한다고 하니 가까운 벚꽃길이라도 찾아가서
싱그러운 벚꽃 나무 아래, 오붓한 정취를 즐겨봐야겠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다시 못 올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