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호]
며칠 전에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나섰다.
자유의 여신상은 1997년 첫번째 여행 당시 11살, 10살이던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리버티 섬으로 가서 여신상 내부 맨 아랫부분에서부터 머리 왕관까지 356계단을 걸어서
한번 올라가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굳이 리버티 섬까지 가서 다시 올라갈 필요가 없어서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를 타고가며 멀리서 구경하기로 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 부두와 연결돼 있는 사우스 페리 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탔다. 그런데 이런 안내 문구가 보인다.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노선인 모양이다.
아래는 다른 안내판...지하철 내부에 붙어 있었다.
"2012년에 141명이 기차에 치였고, 그중 55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브웨이 푸싱'이라는, 지하철이 들어올 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을 선로에 떼밀어서 죽는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된 이후 사람들이 벽에 붙어 서있는 모습이 sns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사우스 페리역에서 나오면 곧바로 공원이 나온다.
맨하튼 최남단인 이곳은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있는 배터리 파크인데,
이곳에는 1807년에 지어진 수비요새의 포대인 캐슬 클린턴이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 독립 100주년을 맞아 1886년에 세워졌으므로,
이 성은 그보다 80여년 전에 이미 세워진 셈이다.
그러나 성안에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매표소에만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릴 뿐,
정작 이 성을 구경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유의 여신상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 사건 이후,
한동안 폐쇄됐다가 다시 개장했으나, 지난 2011년 불어닥친 허리케인으로
2년여의 보수공사 후에 2013년 7월 4일 재개관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에 들어가려면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인근에 있는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항으로 향했다.
스테이튼 아일랜드는 맨하튼과 마찬가지로 뉴욕시의 5개 자치구 중의 한 구(區)인데,
맨하튼을 오가는 이곳 주민들을 위해 뉴욕시가 출퇴근용 무료 페리를 운행하는 것이다.
대합실에는 페리호를 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페리는 뉴욕시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교통수단인데,
과거에는 유료(50센트~25센트)였지만, 1997년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 시장이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공공 교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무료화 정책을 시행하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어 모든 사람들은 무료로 타고 다닌다.
이 배는 크기가 엄청 커서 한번에 1400여명까지 태울 수 있고,
러시아워에는 20분마다, 평상시에는 30분마다 한번씩 오간다.
그래서 하루에 7만여명을 실어나른다고 하는데,
스테이튼 섬 주민들만 그렇게 오가는 것이 아니고 무료 페리라서
우리처럼 자유의 여신상을 멀리서나마 보려는 관광객들도 꽤 많이 타는 듯하다.
이곳 주민이 아닌 관광객들은 우리처럼
자유의 여신상이 잘 보이는 쪽에만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관세부과로 인한 무역전쟁으로 뿔난 프랑스의 한 정치인이
미국 때문에 자유가 훼손됐다며 자유의 여신상을 도로 내놓으라고 했다지만
프랑스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라는군요. ㅎㅎ)
스테이튼 항에 도착해 노선이 하나뿐인 기차를 타고,
섬의 반대편 종착역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나왔다.
다시 페리를 타고 맨하튼으로....
다시 짓고 있는 무역센터(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이 가장 높이 우뚝 보인다.
2016년에 개관 예정이란다.
(높이가 미국 독립 연도를 상징하는 1,776피트(541m)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고 합니다).
(2014/6월, 뉴욕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그대로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뉴욕이란 도시는 한달살기에는 너무 볼 곳이 많은, 거대 도시라서
ㅇㅇ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으로 고작 유명한 몇몇 장소를 골라서 가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
요즘은 구글맵을 켜고 상세한 도움을 받아가며 여러가지 후기와
그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여행가이드북이나 현지 가이드의 도움이 아니면 잘 알 수 없어서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긴 1997년 렌터카로 110일간 미국 일주를 할 때는 네비게이션이 없던 때라
미국 전역 도로지도책 한권을 펴들고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길을 알려주며 다니던
아날로그틱한 시절도 있었으니...
앞으로는 또 얼만큼 좋은 시절이 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