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5)/누가 자유인인가?

by 호히부부

(2018/1월중순~2월중순)


[호]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몇 년전 유해진이 나온 모 카드 광고 카피처럼,

세계적인 슬로시티 중의 하나인 치앙마이에 온 지 며칠이 지났다.

나도 이곳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 줄로 알았는데,

느리게 살려고 악착같이(?) 노력하지도 않았지만(말에 어폐가 있군...흐흐),

반대로 저 깊은 곳에서부터 '격렬하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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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비록 느리게 살 수 있는 여건이 가장 좋은 도시, 치앙마이에 와 있지만,

내 머리는 아직도 “빨리빨리” 세상을 떠날 수 없고,

내 육신 또한 게으름을 아직껏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게으름을 바라는 것 또한 욕심 혹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붓다는 욕망을 없애는 것이 해탈로 가는 길이라고 말씀하셨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묘비에 이렇게 남겼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카잔차키스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욕망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욕망을 없애면 그 어떤 두려움도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카잔차키스는 자유인이 되었을 것이다.


20180116_155640.jpg 자유로운 창공을 날아다니는 새를 붙잡아서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데 이용하는...


그러나 며칠만에 나는 자유인이 될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나 안에는 아직도 버릴 수 없거나,

게으름조차 허용할 수 없는 욕망이 들끓고 있고,

그 욕망을 끊어버릴 수 없으므로...

세계적으로 물가가 싼 도시 중의 하나인 치앙마이에 와서도

10바트면 한국돈으로 얼마인지(350원)를 머릿속으로 한참 계산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한,

나는 해탈은 커녕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이를 깨닫는 것까지도

해탈의 문고리를 조금이나마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ㅎㅎ


20180118_172117.jpg 싱싱하고 맛있는 바나나 한송이가 단돈 1700원이라니...


치앙마이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시장이나 식당에서나 여행객인 우리에게 단 한 번도

바가지를 씌우려는 현지인을 아직 보지 못했다.

현지인들의 가격 그대로 우리에게 요구했고,

거스름돈은 1바트(35원)까지도 정확히 계산해서 내주었다.

진흙 속에 발을 내린 화사한 연꽃처럼, 내 마음을 꿰뚫어 보듯 맑디 맑은 눈동자로,

이곳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환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진정한 자유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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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5년 6월 생각"



[호]

한달살기를 했던 여러 도시중 치앙마이는

한번 더 가서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춥디 추운 한겨울에 가면 온화한 날씨가 받쳐주고,

친절한 현지인들의 환한 미소와,

숙박비나 음식값이 저렴한

환상적인 곳이지요.

2018년보다 얼마나 달라졌고, 좋아졌는지

확인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같습니다.



[히]

세계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묘미 중 하나가

물가의 차이를(그것도 우리나라보다 싼 나라에서) 느껴보는 일 같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물가가 싼 동남아 여행은 마음이 가볍고 편안한 것일테죠.

그런데 지출을 줄여야 하는 장기여행자여서인지, 아니면 타고난 절약정신이 투철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호히부부는 현지에 도착했다 하면 그 언제 비싼 한국 물가로 살았나 싶게

그나라 현지 물가에 너무 빨리 적응을 합니다.

기껏 물건 선택 앞에서 고심하다 정신이 들어 생각해보면 불과 우리 돈 몇백원 차이인 것이죠.

때때로 마음을 다지고 여유도 부려보지만 (둘 중 한명의 방해로^^) 쉬이 잘 되지는 않습니다.ㅎㅎ


물가 비싼 나라에서는 저절로 근검절약이 더 잘 될 터이고,

물가 싼 나라에서는 조금은 절약 '안하는' 연습을 해가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 돌이킬 수 없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영원히' 그 부분(돈 계산)에서 만큼은

진정한 자유인은 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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