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므앙 소이 6길, 올드시티, 님만해민
(2018/1월중순~2월중순)
[히]
인디소이.
태국어로 인디는 ‘반갑다, 기쁘다‘라는 뜻이고 ’소이‘는 골목을 뜻해서
‘골목의 즐거움’을 의미한다고 한다.
치앙마이 시내인 올드시티나 신시가지 님만을 중심으로
며칠을 주로 걸어 다니며 이곳 분위기를 느껴가는 중이다.
어수선한 큰 거리에서 조금만 작은 길로 접어들면
이색적이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많이 눈에 띄어 ‘인디소이’를 실감하게 한다.
올드타운 안에 있는 인디소이에서 만난,
문므앙 소이 6길 풍경이다.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아기자기한 소품, 예술품을 파는 가게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나라마다 문화와 정서가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사람 사는 기본적인 모습은 세상 어디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길에서는 앉은 사람도, 걷는 사람도 다들 느리고 여유롭기만 하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이 길에서는 맨발로 걷는 젊은 청년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 모습 자체로 온몸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젊음이 느껴졌다.
올드타운 주변의 해자(垓字)를 걷다가 아무 곳에서나 불쑥 올드타운 안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글자 그대로 올드한 상황만 맞닥뜨리지는 않는다.
어디서 색소폰 소리가 들려서 발길을 멈추니 이른 아침 현지인이 색소폰 연습 중이다.
방해가 되었나 싶어 미소로 목례하자 자세를 가다듬더니 더욱더 정성스럽게 연주(?)를 시작한다.^^
남편도 색소폰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색소폰을 잘 부는 친구에게서 고맙게도 쓰던 색소폰을 선물로 받았는데
엄청 좋아라 하며 '학교종'을 불러대더니 그 후, 고이 잘 모셔두기만 한
우리 집 색소폰이 생각나는 아침.ㅎㅎ
악기 소리가 아스라한 길 끝에는 사원 옆을 줄지어 조용히 걸어가시는 스님들이 보인다.
아침 시간인데 어디로들 가시는지?
새벽 공양후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은 아닌지 추측할 따름이다.
대열에서 낙오(?)한 한 스님을 만나 그 이유 같은 자세한 내용은 물어볼 수 없으므로^^
나이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의외로 어린 스님이다. 열네 살이라니....
스님들은 수행하기 바쁘시지만,
게임 마니아들은 여기 PC방 가득 모여 소리를 지르며 게임 삼매경이다.
그런가 하면, 지나는 길에 만난 자그마한 호수공원 풍경도 참 평화롭기 그지없다.
공원 한 곳에서 요가와 아크로바틱 운동을 하는 서양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묘기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길가 무에타이 체육관에서도
남녀 선수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있다.
여기저기 장기 배낭여행자들이 많은 올드타운이다 보니
골목길에 게스트하우스도 보이고
이색적인 세탁소들도 눈길을 끈다.
치앙마이 골목을 걷다 보면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해맑게 웃는 치앙마이 사람들 곁에서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를 위해 갖은 미소로 웃고 있는 인형 조형물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조용한 골목길 모퉁이에서 갑자기 귀여운 인형들을 만나는 순간,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이 새어 나오고 기분이 좋아진다.
치앙마이를 찾아온 여행객들에게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 같기도 하고,
마치 누군가 장난하듯 놓아둔 선물 같기도 하다.
굳이 목적지 없이 느긋이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지는,
치앙마이에 인디소이(골목의 즐거움)가 있어서 참 좋다.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치앙마이는 코로나가 오기 전,
본격적으로 한달살기를 처음 시작한 곳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최대한 많이 보고 느끼려고 노력했던 터라
가까운 곳은 뚜벅이 형태로, 먼 곳은 우버를 불러 타고 다녔습니다.
오래전,
태국의 전통무예, 무에타이(Muay Thai)를 소재로 한,
토니 자(Tony Jaa)주연의 영화
옹박(Ong-Bak: Muay Thai Warrior, 2003)을 본 뒤,
한동안 무에타이에 관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치앙마이 시내에 있는 무에타이 체육관을 지날 때면 매번
문 안으로 들어가 훈련 중인 청소년들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이제 한국에 돌아와서는 태권도나 택견에 관심이 많아
한번 유튜브를 찾아보다 보면 꽤 오랫동안 이런저런 공연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워낙 제가 관심이 많아서라기보다
유뷰브 알고리즘이 계속 찾아서 갖다 보여주니 어쩔 수 없더군요. ㅎㅎ
저도 요즘은 책보다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더 많이 보는 듯해서 반성을 많이 합니다.
[히]
한달살기의 매력 중 하나가 시간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일 테죠.
오늘의 목적지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상관없이
처음 와본 도시의 거리, 작은 골목들을 걸어 다녔습니다.
걸어 다니는 동안 느리게 오감으로 스미는 감정들은
어쩌면 저희 한달살기의 핵심일 정도로 한결같이 마음에 포만감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골목길 풍경은 사람들의 진짜 삶이 살아 숨 쉬는 곳이어서인지,
골목 안 사람들과 몇 번의 정겨운 눈마주침만으로도 금세 친근함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질적인 도시를 겉돌던 이방인의 마음을 어느새 활짝 열어줍니다.
세계 어느 도시에도 골목길은 있고,
도시마다 (같은 듯 각기 다른) 골목에서 펼쳐지는 삶과 풍경이 있어서 좋습니다.
가보고 싶은 도시 골목이 아직도 너무나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