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10)/행복을 부르는 두 가지

by 호히부부

(2018/1월중순~2월중순)



[히]



걸어 다니는 즐거움


아뿔싸!

치앙마이 도착하자마자 남편이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한국에서 간단히 약을 챙겨 오긴 했었다.

평소 복용하고 있는 약에다가, 혹시 탈이 날 때를 대비하여 소화제 등

기본적인 약 몇 가지를 준비해 오긴 했는데 관절통증약은 미처 준비가 안돼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어쩔 수 없는 퇴행성으로 무릎 관절이 가끔씩 아프곤 했는데

요 며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 다녔더니 탈이 난 모양이다.

갑자기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있는 남편 모습을 보니 속이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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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 어디 갈려면 약봉지만 늘어난다더니 실감중이다.ㅎㅎ


나 또한 1년 전, 발목을 심하게 접질린 후부터는 조금만 무리하면

발목 관절이 무거워지곤 하니 남편이나 나나 좋은 여행을 잘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몸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수영을 좋아하고, 나는 목욕을 좋아하는데

우리가 머무는 호텔에는 수영장이 없고, 대중목욕탕은 더더욱 없으므로ㅎㅎ

지금으로서는 어디서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위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20180127_093708.jpg 시내 도로 상황이 걷는 운동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데 이렇게 해자를 따라 걷는 길이 있어서 그래도 편하다.


20180124_121213.jpg 치앙마이 대학 안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있다. 이 정도 풍경이면 안 걸을 수도 없겠지만 ㅎㅎ


하루 여행 계획 안에 꼭 걷는 시간을 한두 시간은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구도심이나 신도심이 거의 반경 안에 있어서

이곳의 교통수단인 툭툭이나 썽테우를 탈 일이 그리 자주는 없다.


20180122_172434.jpg 재래시장에서 과일 등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로 가기 위해 툭툭이를 흥정하고 있다. 오른쪽 트럭은 썽테우이다.


다리가 너무 피곤할 때 가끔씩 발맛사지를 받기도 한다.

동남아 여행하면 대표적으로 맛사지가 떠오를 정도로 많은 여행자들이 맛사지를 받고 있고

나 또한 그동안 동남아 여행을 몇 차례 하면서 여러 차례 맛사지를 받아 보았었다.

심지어 몸의 피로를 풀어보겠다는 일념으로ㅎㅎ 거의 매일 맛사지를 받아보기도 했다.

아시다시피, 곳곳에 가격대가 다양한 수많은 맛사지 가게들이 있지만

길거리에서도 저렴한 맛사지를 받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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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맛사지 비용이 한시간에 150밧트(약 5,250원).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근데 그러고 나니 이게 웬일인가!

이번 치앙마이 여행 중에는 맛사지에 대한 갈증이나 열망이ㅎㅎ 좀 사라진 것이다.

그 순간 잠시 피로가 풀어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겠으나

결국 지속적인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맛사지를 받으면 받을수록 들었기 때문이다.


맛사지의 천국 치앙마이에 와서 약 2주 정도 지났는데 딱 두 번 발맛사지를 받았으니

나로서는 이 정도면 현재까지는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생각 든다.

하긴 한순간에 컨디션이 무너져버리면 또 어쩔 수 없지 않겠나.

값도 싼데 맛사지라도 받아서 몸의 피로를 푸는 수밖에.


20180120_172900.jpg 올드시티 내 농부악핫 공원에서 서양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요가와 운동을 즐기고 있다.


두 발로 걷기 못지않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몸풀기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있다.

치앙마이에서 해볼 수 있는 여러 체험 중에 요가클래스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하루 체험이라도 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또 하루 한들 뭐가 그리 좋으려나 싶기도 하고

여직 오락가락 중이다.ㅎㅎ


20180129_115604.jpg 발목 관절이 급 피곤해질 때마다 하는 자세이다. 국왕정원을 걷다가.


몸이 건강해야 여행도 잘할 수 있다.

더 젊을 때는 여행을 위한 여행 같은 스케줄을 짰다면

이제는 건강관리를 중심에 두고

하루 여행 스케줄을 유연하게 짜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여행을 하던, 일상을 살던 세상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더라도

하루를 건강하게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꾸준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살아갈수록 깊이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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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의 즐거움



여행일기를 쓰면서 느끼는 건데

요즘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쓴 적이 있었나 싶다.

치앙마이 한달살기가 어느새 중반을 넘어섰는데

여행과 일상의 경계쯤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들을 사진과 글로 올리는 시간이

마치 여행 중에 휴식 같은 느낌이 드니

글 쓰기 싫어하던 내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20180130_094755.jpg 노트북을 막 켜고! 기분 좋은 설렘 시작~^^


예전 (1년씩 두 번에 걸친) 세계 여행 중에 진짜 질리도록 글을 쓰며 다니느라

힘들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 중에, 그것도 계속 장소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글을 쓰며 다닌다는 것은

치열한 시간관리와 집요함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때는 온 식구가 함께 일기를 썼으므로

나도 나지만, 아이들이 덜 스트레스받으며 밀리지 않고 글을 쓰게 하는 일까지 챙겨야 했으니,

스스로 원해서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나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기꺼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5권의 가족 세계여행기가 만들어지긴 했다.ㅎㅎ)


20180117_101424.jpg 치앙마이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용인시가 기증한 한국책이 1500여 권 있다. 숙소에서 가까이 있기도 하고 공공 와이파이가 잘 되어서 가끔씩 이용하고 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왤케 컴터 앞에 있는 시간이 즐겁나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다.

물론 여행기간이 바쁘고 조급하지 않게,

그것도 한 도시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는데

글을 꼭 써야만 하는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자유롭다 보니 여행하며 스치는 생각들을

글로, 사진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이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그 체험과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생생하게 기록하는 지금 이 시간이 그래서 휴식인 것이다.


20180122_102832.jpg 치앙마이 카페는 일과 삶이 교차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곳 치앙마이가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이라고 한다.

정말로 카페 같은 곳에 몇 시간씩 컴터 앞에 앉아 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에 비해 인터넷 속도는 (카페들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각보다 느린 것 같다.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려다 보니 사진 몇 장 올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수많은 블로그들을 보면 여행 사진들이 주르륵 엄청 많이 올려져 있던데

(물론 여행 끝나고 한국 돌아와서 정리했을 수도 있고,

핸드폰으로 쉽게 올리는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수고와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도 카페들 종류에 따라 지금도 인터넷 속도가 조금씩 편차가 있네요.

하물며 2018년의 치앙마이 역시 길 가다 분위기에 끌려서 즉흥적으로 들어간 웬만한 카페들에서는 글, 사진작업 속도가 느렸습니다. 스타벅스 등 와이파이 속도가 빠른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글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현재 치앙마이는 일반적인 카페들도 인터넷 환경이 2018년에 비해 몇 곱절 빠르고 안정적이라고 하네요.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너무나 만족스러울 일입니다.^^)


20180130_141605850.jpg 혼자인 듯, 함께여서 졸리지 않아요^^


즐거워서 기쁘게 하는 일은 그 자체로 행복이자 감사이다.

남은 일정도 지금처럼 열심히 여행하고 즐겁게 기록하고 싶다.


이 순간을 더 깊이

더 치열하게

가슴에 담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5년 6월 생각"



[호]


치앙마이가 지금까지도 디지털 노마드의 천국이라 불리며,

2020년 이후에도 세계최고 노마드 도시중 1~3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물가가 저렴해서 약1,000달러(약 135만원)만 가지면 한달살기가 가능하고,

대부분의 카페나 코워킹스페이스, 숙소에서도 초고속 와이파이가 연결돼,

웹 개발자, 디자이너, 작가, 유튜버, 마케터, 강사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노마드족이 연간 수만명씩

몰려들고 있는 것입니다.


또 관광비자를 연장해주거나,

어학연수용 비자나 은퇴자를 위한 비자도 손쉽게 발급해주고,

깨끗하고 느긋하고, 친절한 도시 분위기나

북부 산지 지역의 쾌적한 기후(건기엔 선선하고 맑음) 조건에다

사원, 요가, 명상센터 등 마음의 평온을 주는 요소도 다수 존재할 뿐 아니라,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손꼽힙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많이 알려져

오히려 '조용한' 다른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히]


저희가 한달살기를 처음으로 시작한 때는 2014년인데 그때는 남편만 여행 글을 썼고,

저는 2018년 '치앙마이 한달살기' 부터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본문에서도 썼지만 한달살기 여행중에 (뉴욕과, 네팔 포카라에서) 글을 안쓰니

드디어 해방감이 들고 여행의 맛(?)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후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할 추억들이 시간 따라 흘러가버리는 것입니다.

글을 안쓰는 대신 제 마음 안에 빵빵히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탓일까요? ㅎㅎ

마음에 새긴 추억들은 어슴푸레 다 어디로 가버리고, 남은 건 빛바랜 사진뿐!ㅋㅋ


결국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시작하며 다짐을 했습니다.


게으른 여행은 이제 그만하고 부지런한 여행을 하자.

언젠가 한달살기를 하지 못하는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보고느낀 것들을 잘 기록해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는 추억들을 간직하자.

다른 이의 값진 여행경험이 내게 도움을 줬듯이

내 하나의 여행정보라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그후로 지금까지 한달살기 기록을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쓰다보니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제 나름) 평소의 두배의 시간과 에너지로 사는 듯 합니다.


다행히 마음안에 추억도 두배, 포만감도 두배로 채워져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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