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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시 한달살기 (프롤로그)

연재를 시작하며

by 호히부부

[호]


제가 언제부터 여행을 좋아했는지 자세히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 제가 살던 시골의 풍경을 그려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1960년대 중반, 요즘도 오지 중의 오지인 경북 영양에서 살던 열살 무렵입니다.

플라타너스와 포플러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신작로 저멀리

산모롱이를 돌아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오는 삼천리버스를 보면,

시골 버스정류장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까까머리 친구들과 달음박질해 가곤 했습니다.

지쳐서 수명이 다한 듯한 고물 버스 뒷꽁무니 배기구에 코를 들이밀고

도시냄새인 줄 알고 배기가스 냄새를 맡던 때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후로 장래희망 직업이 백수십리 떨어진 도회지까지 갈 수 있는 버스 운전수였다가

우렁찬 기적과 함께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던 기차 기관사에서

은빛 날개를 뽐내며 하늘을 가로지르던 비행기의 조종사까지 이어졌던 기억이

여행을 꿈꿨던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소싯 적 꿈이 제 가슴 속 어딘가에 묻혀 있는지... 없는지...

나조차도 알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 내 나이 마흔을 지나던 어느날,

난데 없이(그러나 나름의 계획 속에)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온가족이 함께 일년간 세계일주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세 딸이 아홉살, 열살이 되던 해(1997~1998년)입니다.


dArG8mf2YWdRJPdQQRz8GqH9Ty8.JPG 스페인 산티아고 길의 밀밭 풍경


그후론 제주도로 내려가 살다가

아이들이 중학생이던 때, 두번째 온가족 세계일주 여행(2002년~2003년)을 다녀왔습니다.

이쯤 되고 보면 궁금해지실 것입니다.

분명히 부자로구나... 하고.

그러나 돈 보다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가볍고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시간을 지내고 보니 이것이 진실 같습니다.


phnKMe5nVdzg1Zl0rti8QyHaVjQ.jpg 네팔 포카라 페와 호수


저희 부부만의 해외도시 한달살기가 시작된 것은

세 딸이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다음부터입니다.

해외도시 한달살기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14년이니 어느덧 10여 년이 훌쩍 지났네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한 3년여를 제외하고 매년 한두 번씩 한달살기를 해왔으니

벌써 10여군데에서 한달살기를 한 셈입니다.


저희가 다녀온 도시들입니다.


뉴욕 맨하튼, 네팔 포카라, 태국 치앙마이, 중국 리장, 체코 프라하, 일본 교토, 대만 카오슝, 베트남 하노이, 몽골 울란바토르, 라오스 (루앙프라방,방비엥,비엔티안)


그동안 한달살기를 한 내용을 여행중에 실시간으로 저희 가족의 네이버 카페에만 기록해왔습니다.

이제 지나간 한달살기 도시들을 순서와 상관없이 브런치에 기록하기로 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해외도시 한달살기를 하게 되면 이 또한 거의 실시간으로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1) 보스톤 일년살기

2) 스페인 산티아고 카미노(프랑스길) 순례일기

3) 포르투갈 해안길 카미노 순례일기

4) 포르투갈 포르투-리스본 여행일기

5) 크로아티아 렌터카 여행일기

6) 일본 후쿠오카-유후인 은혼여행기


등도 이미 가족 카페에 남긴 글이 있으므로

간략하게 정리해서 번외로 올리는 방향도 추가로 생각중입니다.


931dbBVEslUwpYsJxahQsykUH04 몽골 열트산 풍경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란 말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던

1986년부터 1989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생활하며 쓴 여행기 <먼 북소리>에서

"나는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문장을 써나가는 상주적 여행자였다"

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필력이나 경험치가 부족해 언감생심 대 문장가인 하루키와 비할 바가 아니지만,

저 또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글을 써나가는 상주적 여행자이기를... 진지하게 꿈꾸며

건강과 문장력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나마 해외도시 한달살기 기록을 남겨보겠습니다.


저희 부부의 아주 소소한, 자그마한 얘기들이겠지만

관심있는 단 한사람에게라도 작은 도움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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