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사람으로 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30대 중반의 이야기
엄마 세대까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대부분이 가정주부였고, 집에서 아이들 잘 키우고 남편 내조 잘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삶이 정해졌다. 필자의 어머니도 그랬듯 그 시대에는 결혼과 함께 직장은 그만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엄마들은 자신의 딸을 집에서 가정주부로 키우기를 원하지 않았고, 열심히 공부하여 30대에 무언가가 되었거나 무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문명의 혜택,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경험한 우리 신여성들 (70~80년대 여성들을 말하고자 한다.)의 삶은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엄마에게 물어보지도 못할 새로운 경험들이 생겨 났다.
세상은 변해가고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했는데, 결혼 문화, 엄마로서의 역할, 며느리로서의 역할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몸은 하나인데 해야 되는 역할은 두 개 이상이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5년간 난임을 겪고 있고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워킹맘이다. 나는 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킹맘들은 하나같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버틴다’라고 말한다. 내 주위의 워킹맘인 친구, 동료, 선배, 후배 모두 , 아니 대부분이 그렇게 말한다. 힘.들.다.고.
내가 되고 싶은 워킹맘들은 왜 이렇게 인생이 힘겹다고 말하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간 것일까?
너무도 감명적인 영화를 보았다. 그 다음날 회사에서 그 영화를 보라고 사람들에게 권했다.
미혼인 여성들은 그 영화 볼거니까 더 이상 얘기 하지 말라고 말린다. 그런데 워킹맘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끝까지 다 얘기해줘. 어차피 못 봐.”
영화 한편 볼 여유가 없고, 책 한권 볼 시간이 없는 빡빡한 인생. 그러면서도 너는 아이를 낳았으니 그게 당연해! 니가 짊어져야할 몫이야! 라고 사회는 모른체 한다.
한 때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었던 우리의 여고 시절. 근 10년뒤 이런일들이 일어날지 예상이나 했을까?
결혼한 우리 또래 여성들은 둘 중 하나로 힘들어 한다.
아이가 안 생겨서 고민이거나(난임), 애를 낳고 일하면서 힘들거나.
(부득이하게 가정주부 맘은 제외한 것을 이해해주시길.. )
우리는 모두 이렇게 말한다. “나를 잃었다.”
그리고 이런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항이라도 하듯, 90년대 생들은 결혼을 거부한다. 아이낳기를 거부한다. 나 하나 챙기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식구들까지 다 챙기느냐고 아예 안하겠다고 선포한다.
나는 우리시대 여성들,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난임 여성들과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는 너가 될수 있고 너는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픈 이야기지만 한 개씩 꺼내가면서 함께 힘을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