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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Jan 13. 2016

각자의 시계는 다르게 흘러간다.

셀프 난임 치유기


한 때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았다.

아이가 있는 사람, 그리고 아이가 없는 사람.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 동기들, 후배들까지 임신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 먼저 했다고 임신 먼저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특히 친한 친구들이 하나 둘 임신을 하게 되고 나만 남게 되자 상대적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


한참 상태가 심각했을 때에는 마트나 공원에서 마주치는 아기들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나 이외에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


 이제야 알 거 같다. 각자의 시계는 따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누구는 앞서갈 수 있고 누구는 뒤쳐질 수도 있지만 무엇이 더 낫고 무엇이 더 못하고의 문제가 아님을 지금은 안다. 근데 그 때는 주변 사람들의 임신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은 적이 있었다.     

 

가까웠던 사람들이 임신을 하고 육아에 대해 미친 듯이 토론을 할 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 때  외로웠다. 


 특히 서로 아이를 낳았을 때의 분만 경험을 이야기 할 때는 조용하던 친구도 축구 중계하는 것처럼 숨 넘어 갈 정도로 스릴 있게 말을 한다. 아마도 그만큼의 엄청난 경험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분만의 경험을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오는 기분이라고 하지 않는가.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나는 점점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


한참을 육아토크에 열을 올리다가 한번씩 ‘병원은 잘 다니니’ 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잠시 나를 찾는다.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나는 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제자리만 돌고 있는 것일까.       


 나도 정말 간절히 말하고 싶었다.


그들과 같은 주제로 미친 듯이 침 튀어 가며, 핏대 세워가며 ‘니들이 출산을 알아?’,‘니들이 육아를 알아?’ 하면서 월드컵 한국 vs 일본 매치보다 더 실감나고 더 생생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나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친구는 내가 이야기 할 때 얼굴로 연기하면서 이야기해서 재미있다고 칭찬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조용히 듣      .


얼마 전 여럿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멤버가 최근에 아이를 낳았다. 모든 이들이 처음 아이를 낳은 순간에 대해 회상하며 이야기를 보탰다. 아무 것도 회상할 것이 없는 나는 순간 자기 연민에 빠지려는 신호가 왔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렇게 나를 뺀 모든 이들이 지금 동시에 회상하는 순간이 아직 내 인생엔 없었다.


      비슷한 모양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 주제에 대한 교집합이 발생한다. 그 교집합이 나의 최대 관심사 부분이라면 처음 본 사람이여도 금새 친해지는데 문제가 없다. 반대로 교집합을 찾을 수 없게 되면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대부분의 교집합에 해당되는 경우는 어떤 집단에 있어도 불편함이 없다. 모든 대화에 참여할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교집합 속에서 또다른

교집합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언제나

이탈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동상이몽'에 19살 어린 엄마가 나왔는데 세상이

그녀에게 보내는 시선은 너무도 냉철했다.

다른 상황이지만 그녀가 느끼는 세상의 얼음같은 시선이 무엇인지 짐작가능하여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이 상했다.


무리에서 튀는 것을 유독 싫어하는 한국인이어서인지 한국에서 다른 모양으로 사는 것은 이유없이 동정을 받는다거나 쓸데없는 관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은 누구나 어떤 무리에서는 이탈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를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다.

다들 애쓰며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끊임없는 마음 수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자의 시계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되뇌인다. 시계뿐만이 아니다. 각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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