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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Jan 06. 2016

리얼 그대로의 결혼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31살 동생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같이 공원을 걸으며 얘기를 했다.


나:  결혼을 언제하고 싶니?

동생: 지금은 하고 싶지 않고 적어도 1년,2년 뒤

나 : 왜 1,2년 뒤에 하고 싶은데?

동생: 지금이 자유로우니까.

나 : 결혼하면 자유롭지 않아?

동생: 주변에 보니까 아이아빠가 일찍 끝나도 집에 가질 않더라구.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나 : 만약 그 자유가 좋아서 결혼을 안하기로 결심한게 아니라면, 1년 더 뒤에 결혼한다는게 더 행복할까? 지나고 나면 그 1년 정말 잘 놀았다. 라고 생각이 들까? 나는 이왕 할 결혼이라면 빨리 결혼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어떤 삶을 같이 지향할지 고민하고 이끌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 


결혼식은 아무것도 아니야. 중요한건 그 다음이지. 몇십년을 어떤 사람(타인)과 함께 사는 거야. 아무리 오래 연애해도 살아보면 달라. 조율할건 빨리 조율하고 같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지 만들어 나가면 되는거야.    


동생 : 누나는 결혼하니까 행복해?    


나 : 어~!! 행복해. 결혼하고 독립하고 진짜로 내 인생을 사는 기분이야.

우리는 너무 잘 맞아. 많은 생각들이 비슷하고. 우리는 자연을 좋아하고, 소박한 걸 좋아하고 같이 꿈을 공유하고 있어.       




여기까지는 모범 답안~!!

 실제 결혼의 모습은 어떤지 써볼까 한다.      


같은 남자가 분명한데 연애할 때의 신랑의 모습과 결혼한 후의 신랑의 모습은 달라도 너~ 무 다르다.

는 별도 달도 따줄 것 같더니 지금은 왜 그래? 라고 남편을 닥달해봤자 소용없다.

진실은 내 안에 있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나 자신을 용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하면서  다른 사람은 끝도 없이 이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함을 찾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을 통하여 인간 종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보고 연애할 때의 남편과 결혼 후의 남편이 다른 것이 아니라, 동일 인물에 대해 내가 끝도 없이 그를 ‘이상화’하여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먼가 알 듯 말 듯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아주 명쾌하게 정리된 글을 볼 때 짜릿함을 느낀다. 로맨틱한 심리소설이라고 예상했는데 작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낱낱이 해부하여 밝혔고, 감성의 영역인 사랑을 이성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시선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등이 찌릿찌릿하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무릎나온 츄리닝을 입고 쇼파와 혼연일체가 되어있는 생명체(남편)가 그 시절 내 일기장 설레임의 주인공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은 내가 스스로 착각한거라고 책에서 설명한다.      


'클로이가 계산대에 서서 식료품을 비닐 봉투에 요령 있게 꾸려 넣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나는 그녀의 이런 사소한 동작에서도 매력을 느꼈다. 모든 것을 그녀가 완벽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서약'


결혼을 환상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그리고 결혼하면 로맨틱한 사랑을 이어 나갈수 있다고, 남들은 안 그래도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     .


결혼은 가장 허름한 옷 가장 지저분한 상태, 날것 그대로의 것이다.     


'나는 클로이를 사랑했다. -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얼룩덜룩했다.'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아내가, 항상 기사도 정신을 발휘할 것 같은 남편과 방구로 랩배틀을 하고 사용한 수건을 아무대나 놓지말라고 아침부터 목에 핏줄 세우며 싸우는 추잡 유치 그대로의 상태. 사랑 하나만의 이름으로 당신을 만났다는 것이 진심 의심되는 생경한 느낌     


그는 나보다 더 나은 인격이기를, 나보다 더 참을성 있고 모든 걸 끌어안을 그릇이기를 바랐으나 점점 깨닫는 것은 그도 나처럼 잘 삐치고 잘 서운해 하고 나만큼 인내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알베르카뮈는 우리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그 사람이 밖에서 보기에 매우 온전해 보이고, 주관적으로 자신을 보면 몹시 분산되어 있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일 우리 내부에 부족한 데가 전혀 없다면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않겠지만, 상대에게서도 비슷하게 부족한 데를 발견하면 불쾌감을 느낀다. 답을 찾기를 기대했지만, 우리 자신의 문제의 복사본만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


결론은,

결혼을 하면 서로 무진장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면, 그의 실제 모습이 보여도 너무 잘 보인다. 서로 30여년간 다른 집안 문화와

   부딪치고 이질적일 수 밖에 없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다.


서로의 생활 습관 죽어도 싫은 거 하나씩은 버리기로 약속하고 나머지는 웬만하면 성자의 마음으로 받아들여주는 (내 업보라고 생각하고) 조율 작업이 필요하다 .


조율이 끝나는 데까지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조율을 마치면 더 이상 싸울 일은 그렇게 없다. 사소한 습관부터 상대방을 이루는 인격의 조각들, 연애를 할 때 발견하지 못했던 수많은 장면들을 마주한다.  

   

둘다 리얼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그것은 이제까지 예쁜 모습만 보여주어야 상대방을 만날 수 있다는 긴장감에서 벗어나서 편안함 속에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모습이여도 그가, 그리고 그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어느날 클로이는 물었다. “내가 저 여자처럼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었어도 나를 사랑했을 것 같아?”그질문에는 “그렇다”는 대답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눈 색깔이나 다리의 길이나 수표책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내 소망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

     

결혼6년차. 조율과정은 진작에 끝났지만 여전히

작은 습관들의 사소한 다툼이 있긴하다. 그건

어쩔수없이 나와 너가 다르기 때문에서 발생된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사랑은

사랑으로 보답할 것이다.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내 남편,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고 싶다.  (마지막은 훈훈하게)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소유할 능력을 상실한다. 사랑 안에서 자아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많은 종교에서 우리를 볼 수 있는 신이라는 개념이 중심을 차지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누가 나를 본다는 것은 내가 존재한다고 인정받는 것이다.'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 사진 3장은 내가 넘 좋아하는 배우 맥 아담스가 나온 영화 중 결혼 장면

    1. 어바웃 타임  2.서약  3.시간여행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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